[편집자주] 경제 얘기, 꼭 딱딱하게 해야 할까요? '커피챗 경제'는 커피 마시며 가볍게 수다 떨듯 경제 이슈를 풀어갑니다. "아니, 그거 들었어?"로 시작해서 "아~ 그렇구나!"로 끝나는 재미있는 경제 수다. 지금 가장 핫한 경제 이슈를 중심으로 호기심 어린 솔직한 질문과 속 시원한 답변으로 채워가겠습니다.

국회가 18년 만에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국민연금 개혁안의 뼈대는 '젊을 때 보험료를 더 내고 노후에 연금을 더 많이 받자'입니다.
문제는 이번 개혁안이 '청년들이 더 내고 노인들이 더 받는 구조'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는 겁니다. 당장 청년들에게 보험료 부담을 가중하고, 그에 대한 수혜는 기성세대에게 돌아간다는 프레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죠.
경제활동인구는 줄고 연금수급자는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제도의 지속성에 대해 청년들이 불안감을 갖는 것은 당연합니다.
사실과 다른 정보에 기반한 막연한 공포감과 거부감만으로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번 커피챗 경제에선 국민연금 개혁안으로 인해 달라진 연금제도를 쉽게 정리하고, 흔히들 오해할 만한 부분을 3회에 걸쳐 짚어봅니다.

어떻게 바뀌었나
'더 내고 더 받는다는' 이번 개혁안의 핵심내용을 살펴봐야겠죠.
2026년부터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까지 인상되고, 소득대체율은 현행 40%에서 43%로 오를 예정입니다.
벌써부터 생소한 전문용어가 난무해 머리가 지끈하신가요? 그렇다면 국민연금제도가 경제활동 중인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커다란 '계 모임'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여기서 '보험료율'은 '내는 돈'을 말합니다. 계 모임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월급의 일정 비율을 곗돈으로 내야하는데요. 그 '비율'이 바로 보험료율입니다.
'소득대체율'은 '받을 돈'을 말합니다. 경제활동을 마치고 은퇴한 계 모임의 일원들이 매월 받게 될 돈을 말하는 것이죠. 이 또한 그간의 월평균 소득액에서 일정 비율로 받게 됩니다.
단, 보험료율은 한번에 4%p(포인트)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매년 0.5%p씩, 2026년부터 2034년까지 8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인상됩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재정 고갈 시점은 기존 2055년에서 2064년으로 약 9년 연장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청년이 더 내고 노인이 더 받는다고?
청년들의 반발이 거셌던 지점은 소득대체율이 40%에서 43%로 상향되었다는 것입니다.
국민연금의 지속성을 위해 개혁하려고 한다면서, 도리어 소득대체율을 높여 고갈 부담을 키운다니요. 청년들의 입장에선 납득이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많은 이들의 오해를 사기도 했습니다. "보험료는 점진적으로 인상하는데 소득대체율은 왜 즉각 올린다는거지? 지금 연금받고 있는 노인들, 은퇴 앞두고 있는 기성세대들이 당장 더 혜택을 보는 구조 아냐?"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소득대체율이 올랐다고 해서 지금의 노인들이 연금을 더 받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이번 개혁안에 따르면 인상된 소득대체율은 '소급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연금수령자와 은퇴를 앞둔 기성세대들은 43% 소득대체율의 수혜대상이 아닙니다.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노년층의 수급액은 변동이 없습니다. 곧 은퇴를 앞둔 50대도 사실상 마찬가지입니다. '인상된 소득대체율'을 적용받는 시기가 길지 않아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합니다.
인상된 소득대체율을 본격적으로 적용받기 시작하는 세대는 바로 우리 2030 청년들입니다. 정확히는 몇십 년 뒤, 노년기에 접어든 90~00년대생들부터인 것이죠.
그렇기에 이번 개혁안을 두고 "청년들이 더 내고 노인들이 더 받는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부적절한 프레임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자칫하다가 불필요한 세대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표현에서 나오는 '청년'과 '노인'은 시점만 다른 동일인물이라는 점, 지금 시점의 노인들이 더 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이번 합의안, '숫자놀음' 불과할까
지금의 연금제도는 단계적으로 손대야할 사항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연금제도 개혁방식은 제도의 뼈대는 유지한 채 주요 수치들을 조정하는 '모수개혁', 뼈대 자체를 손 보는 '구조개혁' 등으로 나뉘어 있죠.
이번 개혁안의 주요 내용은 보험료율, 소득대체 같은 핵심 재정 변수들을 조정하는 것에 그쳐있는데요. 네, 그렇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모수개혁'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죠.
일부 정치권에서는 이번 합의안을 두고 "제도의 틀을 고치는 구조적인 개혁 없이 주요 수치만을 바꾸는 '숫자놀음'을 하고 있다", "(모수개혁 방식은) 연금 소진시기를 늦추기만 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하지만 우리들이 알아야할 점은 '이번 개혁안 시행은 국민연금 개혁에 있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당장 이번 모수개혁만 해도 수많은 합의의 과정을 거쳐왔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21대 국회의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이하 '연금특위')가 구성된 시기가 2022년 4월이었는데요. 고작 몇몇 비율을 조정하는 데에만 3년 가까이 소모되었죠.
구조개혁은 모수개혁보다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할 부분이 더 많습니다. 현행 연금제도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파고들고, 다각적인 재원 마련책을 강구해야하기에 고려해야하는 지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주요 재정변수들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을 선행해 연금 소진 시점을 최대한 늦춰 시간을 벌어야하죠. 좀더 심도깊은 구조개혁 논의를 진행하고,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들일 수 있게끔 말입니다.
이번 모수개혁이 단순한 '숫자놀음'이 아닌, 앞으로의 구조개혁을 위한 핵심 빌드업 과정인 이유입니다.
"그 구조개혁은 누가 하는데?"
국민연금의 미래를 좌우할 방향키는 22대 국회가 꾸린 새로운 연금위가 쥐고 있습니다. 이번 연금특위는 국민의힘 6명, 민주당 6명, 비교섭단체 1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되는데요.
이 중 6명이 3040 의원으로 선정되었죠. 앞으로 연금특위는 기초·퇴직·개인연금 등과 연계하는 구조개혁과 함께 물가상승률에 따라 지급액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입니다.

아쉬운 지점도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개혁안 국회 통과 직후, 여야 공동성명을 발표했던 청년 의원 3인(김재섭 의원 외 2인)을 모두 기용했는데요. 더불어민주당은 공동성명에 참여한 의원(이소영 의원 외 2인)을 단 한 명도 연금특위에 배정하지 않았습니다. 비교섭단체 1인 자리도 공동성명에 참여했던 개혁신당 의원들(천하람 의원 외 1인)이 아니라 진보당 소속의 전종덕 의원에게 돌아갔죠.
시작부터 순탄치 않습니다. 원래 이달 2일에 첫 회의가 잡혀있었으나 같은 날 국회 본회의가 잡히면서 일정이 연기됐습니다.
이제부터 연금제도의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로서, 우리 청년들이 해야할 것은 확실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들의 노후를 좌우할 연금특위의 행보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할 타이밍인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