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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급발진' 소송, 급발진 아니라고 판단한 이유

  • 2025.05.14(수) 11:12

전자제어장치 결함에 급발진 의심했지만…
"설령 결함이라도 제동페달 오류 없다"
굉음 원인은 "중립 상태서 가속페달 밟아"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해 법원이 운전자가 오인으로 제동 페달 대신 가속페달을 밟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결했다. 이번에도 급발진 의심 사고의 원인이 자동차 결함이 아닌 운전자 부주의로 결론 난 것이다. 

이 급발진 의심 사고는 70대 여성이 몰던 KGM(옛 쌍용차) 티볼리가 '웅'하는 굉음과 함께 속도를 높여 모닝을 들이받고 600m를 더 주행해 추락한 사고다. 이 차의 사고기록장치(EDR, Event Data Recorder)는 최종 충돌 6.5초 전부터 제동페달은 작동하지 않고 가속페달만 100% 상태였다. '풀 악셀'을 밟았다는 얘기다.

설령 ECU 결함 있더라도…

사고 차량 운전자는 전자제어장치(ECU, Electronic Control Unit)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급발진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자동차의 두뇌로 불리는 ECU의 정보가 EDR에 저장되는 구조인데, 운전자는 ECU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13일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은 ECU 결함 주장에 대해 "EDR에 사고 전 운행기록이 저장되는 과정에 비추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설령 ECU 결함으로 잘못된 주행명령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오류가 '가속페달'이 아닌, '제동페달' 오류를 발생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가속 페달과 제동 페달이 서로 전혀 다른 데이터 경로를 이용하고 있어서다.

재판부는 운전자 측이 제시한 재현 시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고 차량의 EDR은 사고 직전 5초 동안 속도가 시속 110km에서 116km로 증가했다고 기록됐다. 운전자 측은 재현 시험을 통해 가속 페달을 100% 밟으면 속도가 130km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감정 결과 속도와 EDR 기록상 속도 차이가 8~14km/h로 크지 않고, 모닝과 추돌이 이 사건 자동차의 성능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제동등 잠시 켜진 것 인정하지만…

사고 자동차에 제동등이 켜지지 않았다는 점도 운전자 과실의 판단 근거가 됐다. 티볼리는 제동페달을 밟으면 이 페달에 연결된 스위치 신호가 제동등 제어장치에 전달돼 제동등이 켜지는 구조다. 사고 당시 굉음성 엔진구동음이 나면서부터 최종 충돌까지 제동등은 들어오지 않았다. 

운전자 측은 주변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과 농원의 CCTV를 근거로 티볼리에 제동등이 켜졌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후방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서 모닝 충돌 직후 잠시 제동등이 켜졌다가 꺼지는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제동등이 점등된 시점이 충돌 직전이 아닌 충돌 당시이고, 점등 지속시간도 매우 짧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제동페달을 밟은 것이 아닌 차량 충격에 의한 관성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했다. CCTV 영상에 대해 "햇빛에 반사돼 제동등이 다소 밝게 보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ECU 결함이 차체제어모듈(BCM, Body Control Module)에 영향을 줘 제동등이 켜지지 않았다는 운전자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브레이크 신호는 ECU를 거치지 않고 BCM에 바로 전달되고, 시동을 끄고 ECU의 연결이 해제된 상태에서도 제동페달을 밟으면 제동등이 점등된다"고 판단했다.

블랙박스에 변속기어 전환 소리 없다지만…

굉응성 엔진구동음을 내며 급가속된 것이 ECU 소트프웨어 결함이라는 운전자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운전자가 변속레버를 D(주행)가 아닌 N(중립)에 둔 채로 가속페달을 밟았다고 판단했다. 

사고 자동차는 굉음을 내기 직전 차량 내부에선 철컥하는 소리를 냈고, 굉음이 난 이후부터 1차 추돌 전까지 엔진회전수가 높지만 속도는 증가는 많지 않거나 오히려 감속되는 구간이 있었다.

이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고 운전자가 모닝을 추돌하기 전 변속레버가 N인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고 이후 변속레버를 D상태로 전환하면서 모닝 차량을 추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는데 이를 재판부가 수용했다.

운전자가 차량내 블랙박스에 녹음된 음향정보를 감정한 결과, 변속레버를 변경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감정 결과만으로 변속레버가 계속 D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급발진 의심 사례는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급발진으로 인정 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지난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017~2021년 급발진 의심으로 지역 소방본부가 출동한 사례가 791건이라고 밝혔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2023년 받은 자료를 보면 2010~2022년 급발진 의심 사고는 766건이었다. 이중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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