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조선·방산이 2025년 1분기 산업계의 버팀목이었다. 글로벌 수요 둔화 속에서도 인공지능(AI) 열풍이 메모리 반등을 이끌었고 조선·방위산업은 수주 확대와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배터리와 정유, 소비재 등은 부진을 면치 못했고, 건설·상사 업황은 수익성 방어에 애를 먹었다. 비즈워치는 삼성·SK·현대자동차·LG·포스코·한화·HD현대 등 주요 7개 그룹을 선정, 올해 1분기 실적 흐름과 산업별 온도차를 심층 분석했다. [편집자]
SK그룹이 'AI 반도체 호황'을 타고 올 1분기 뚜렷한 실적 성장세를 보였다. 하이닉스가 초격차 실적으로 그룹 반등을 주도했지만 일부 주력 계열사는 오히려 실적이 꺾이며 대조적인 흐름을 탔다. 이익과 매출 성장률 모두 계열사 간 격차가 뚜렷했고, SK이노베이션과 SK㈜는 적자 전환과 이익 급감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하이닉스 독주'가 두드러진 이번 분기는 SK그룹 실적 양극화를 더욱 극적으로 부각시킨 시기였다.
하닉·스퀘어 '반도체 듀오' 날았다

올해 1분기 SK그룹 주요 비금융 계열사 10곳(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SK스퀘어·SK에코플랜트·SK바이오사이언스·SKC·SK네트웍스·SK가스)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총 10조11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8% 증가했다.
핵심은 단연 SK하이닉스였다. 이 회사는 1분기 영업이익 7조440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57.8% 급증했다. 전체 10개사 합산 영업이익 가운데 74%에 가까운 비중을 혼자서 책임졌다. 영업이익률도 42.2%로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실적을 견인한 것은 AI 서버향 수요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급증이다. 특히 HBM3E 12단 제품이 본격 출하되며 고부가가치 메모리 비중이 크게 늘었고, 북미향 매출은 12조8000억원에 달했다.
글로벌 D램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회사 측은 올해 HBM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늘고, 하반기엔 차세대 제품인 HBM4 양산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SK스퀘어 역시 호실적을 냈다. SK하이닉스 지분법 이익과 주요 ICT 자회사의 손익 개선 효과로 영업이익이 1조6523억원까지 치솟았다. 전년 동기 대비 410% 급증한 수치다. 티맵모빌리티·11번가·SK플래닛 등 주요 자회사들의 적자 폭이 크게 줄었고 SK플래닛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SK스퀘어는 최근 AI·반도체 투자 전문회사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미국과 일본의 유망 기술 기업 5곳에 1000억원을 투자 완료한 상태다.
SK텔레콤도 B2B 사업 성장을 바탕으로 567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13.8% 늘었다. SK가스는 도시가스 수요 회복과 유가 안정 영향으로 1129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하며 51.3% 증가했다.
이익은 쏠림, 성장엔 온도차

그러나 모든 계열사가 웃은 건 아니었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지주사 SK㈜는 399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년 대비 72.8% 감소했다. SK하이닉스 실적이 SK스퀘어를 통해 먼저 반영되는 연결 구조 특성과, 자회사 SK이노베이션의 적자 전환이 실적에 부담을 줬다.
SK이노베이션은 4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SK E&S와의 합병 효과로 매출은 10분기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수익성은 기대에 못 미쳤다. △국제유가 하락 △정제마진 약세 △화학 시황 부진이 삼중고로 작용했다.
특히 석유사업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5911억원에서 363억원으로 급감했다. 전분기(3424억원) 대비로도 3000억원 이상 줄어든 수치다. 여기에 배터리사업도 2993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폭을 키웠다.
윤활유사업과 SK E&S 부문서 각각 1214억원, 1931억원 영업이익을 냈지만 전체 손실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하절기 정제마진 개선, 북미 중심 배터리 판매 확대, IRA 대응 생산 역량 강화 등을 통해 2분기부터 수익성 회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SKC는 744억원의 영업손실, SK네트웍스는 164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하며 전년 대비 실적이 감소했다.

한편 이들 10개사의 매출 합계는 81조53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했다. 이 중 SK하이닉스가 17조639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조6096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0개사 전체 매출 증가분(6조5634억원)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다. 사실상 외형 성장의 대부분을 하이닉스가 견인한 셈이다.
SK이노베이션(12.2%)와 SK에코플랜트(26.5%)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외형 확대에 기여했다.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 플랜트 수주가 실적에 본격 반영된 영향이 컸고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의 합병 효과가 반영됐다.
반면 SK스퀘어(-19.1%)와 SK네트웍스(-21.1%)는 매출이 뚜렷하게 줄었다. SK스퀘어는 ICT 자회사 포트폴리오 구조조정과 비핵심 자산 유동화의 영향이, SK네트웍스는 화학제품 무역사업을 영위하는 글로와이드의 거래품목 재편이 각각 영향을 미쳤다.
이에 영업이익률 기준으로는 SK하이닉스(42.2%)와 SK스퀘어(410.2%)가 단연 앞섰고, SKC·SK바이오사이언스는 여전히 적자 구간을 벗어나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