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조선·방산이 2025년 1분기 산업계의 버팀목이었다. 글로벌 수요 둔화 속에서도 인공지능(AI) 열풍이 메모리 반등을 이끌었고 조선·방위산업은 수주 확대와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배터리와 정유, 소비재 등은 부진을 면치 못했고, 건설·상사 업황은 수익성 방어에 애를 먹었다. 비즈워치는 삼성·SK·현대자동차·LG·포스코·한화·HD현대 등 주요 7개 그룹을 선정, 올해 1분기 실적 흐름과 산업별 온도차를 심층 분석했다. [편집자]
LG그룹이 올해 1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10개 주요 비금융 계열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6.5% 늘어난 3조3607억원, 매출은 61조원을 넘기며 외형과 수익성 모두 성장세를 보였다. 실적 개선의 중심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LG디스플레이 등 일부 계열사의 회복이 자리했다. 반면 전자·화장품·소재 등 전통 강자들은 수익성 정체 또는 후퇴를 겪으며 온도차를 드러냈다.
이번 반등엔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AMPC(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 보조금 영향이 뚜렷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4577억원 규모의 AMPC 수혜가 반영, 타사 대비 3~4배가량 지원 규모가 컸다.
최근 미 하원을 통과한 감세법안에서도 AMPC가 사실상 유지되면서 단기 실적 기대감을 키웠다. 당초 AMPC 종료 시점을 2028년으로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최종안에는 2032년에서 2031년으로 1년만 단축하는 내용이 담겼다. 셀·모듈에 대한 세액공제 규모도 현행 수준으로 유지됐다.
다만 미국 정책 변화에 따라 실적이 크게 출렁일 수 있는 만큼 보조금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중장기 체질 개선은 과제로 남았다.
'IRA 특수' 탄 LG엔솔…그룹 실적 견인차로

LG그룹 주요 비금융 계열사 10곳(LG전자·㈜LG·LG화학·LG에너지솔루션·LG유플러스·LG생활건강·LG이노텍·LG CNS·LG디스플레이·LG헬로비전)은 올해 1분기 총 3조360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2조2945억원) 대비 46.5% 증가한 수치다. 실적 개선의 무게중심은 에너지와 디스플레이 등 일부 계열사에 쏠렸다.
가장 핵심은 LG에너지솔루션이었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7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2% 급증했다. 물량 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에도 불구 북미 및 전기차 신모델향 출하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유지됐고, 환율 상승·재료비 감축·비용 효율화 등 원가 절감 노력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무엇보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 4577억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전 분기 실적에 반영됐던 일회성 비용이 제거된 것도 수익성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변화에 힘입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2255억원의 적자에서 단숨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러한 외부 변수와 별개로 회사 측은 올해 불확실한 수요 환경 속에서도 △운영 효율화 △전략적 사업 기회 발굴 △관세 영향 최소화 및 비용 절감 등 세 가지 실행과제를 중심으로 수익성 중심의 경영 전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LG화학도 1분기 영업이익이 4469억원으로 68.9% 늘었다. 석유화학 사업은 여전히 적자를 냈지만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 첨단소재부문서 고부가 전자소재·엔지니어링 소재 판매가 늘며 전사 이익 개선에 기여했다.
LG디스플레이는 극적인 반전에 성공했다. 지난해 1분기 4694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지만 올해 334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OLED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 고강도 원가 절감에 나선 전략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실제 OLED 매출 비중은 전체의 55%로 전년 대비 8%포인트(p) 확대됐다. IT·모바일·TV·전장 등 전 제품군에서 출하가 고르게 늘어난 데다 미국의 고율 관세 가능성에 대비한 주요 고객사의 선제적 주문도 실적에 힘을 실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도 OLED 고도화를 축으로 한 수익성 중심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중대형 OLED는 안정화, 차량용 OLED는 성장 견인축으로 삼아 체질 개선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지주사인 ㈜LG는 1분기 영업이익 6380억원으로 51% 증가했다. LG CNS는 전년 동기 대비 144.3% 늘며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고, LG유플러스도 15.6% 증가하며 견조한 실적 흐름을 이어갔다.
성장과 정체, 한 지붕 아래 '엇박자 실적'

수익성 정체 또는 후퇴를 겪은 계열사도 적지 않았다. 전자·화장품·소재 등 그룹 내 전통 강자들이 이번 분기엔 다소 힘이 빠진 모양새다.
LG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 1조2590억원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다. 전장(VS)과 냉난방(ES) 등 B2B 사업은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TV(MS) 사업 영업이익이 49억원으로 급감,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고물가·고환율에 따른 원가 압박과 프리미엄 제품 판촉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가 직격탄이 됐다. 그럼에도 LG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 '1조 클럽'을 6년 연속 지켜냈다. 수익 체력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평가다.
LG생활건강도 부진을 피하진 못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1424억원으로 전년 대비 5.7% 줄었다. 주력인 뷰티(화장품)와 음료 부문이 나란히 역성장을 기록한 반면, 생활용품(HDB) 부문만이 해외 매출 중심으로 선방했다. 핵심 고객 채널인 면세점과 방문판매가 부진했던 점이 전사 이익의 발목을 잡았다.
LG이노텍은 올해 1분기 매출 4조9828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찍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28.9% 줄어든 1251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2.5%에 불과했다. 전체 매출의 86%를 차지하는 애플향 수익 의존도와 더불어 경쟁 심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업계 안팎에서는 "많이 팔았지만 남는 건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10개 주요 계열사의 1분기 매출 합계는 61조130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했다. 이 가운데 LG디스플레이(15.5%), LG이노텍(15.0%), LG CNS(13.2%)가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외형 확대를 주도했다.
LG전자는 22조7398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그룹 전체 매출의 37%를 차지, 여전히 LG그룹 매출의 중심축 역할을 했다. ㈜LG와 LG헬로비전도 각각 19.2%, 17.3%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반면 LG생활건강은 1.8% 역성장하며 그룹 평균과 대조적인 실적을 냈다. 10개 주요 계열사 중 유일하게 매출 역성장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기준으로는 ㈜LG가 32.9%로 가장 높았고 △LG CNS(6.5%) △LG유플러스(6.8%) △LG에너지솔루션(6.0%) 등이 뒤를 이었다. LG디스플레이는 적자 탈출에 성공하며 0.6%의 흑자 전환을 이룬 반면, LG이노텍은 수익성 지표가 1년 새 1.6%포인트나 떨어졌다. LG전자(-0.8%p)와 LG생활건강(-0.3%p)도 이익률이 낮아지며 체감 수익성 악화를 피하진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