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자사주 소각 인색한 '5대그룹'…그 많은 자사주 어디에 쓰려고?

  • 2025.05.27(화) 07:00

밸류업 1년, '5대그룹' 72곳 상장사 자사주 현황 분석
최근 10년간 자사주 '취득·처분' 보다 '소각'건수 적어
삼성전자 6년 만에 소각...LG그룹은 소각 1건도 없어
'밸류업 공시' 미온적...소각 구체화한 공시 절반 그쳐
롯데지주 소각 "검토 중이다"...원론적 수준의 답변만

"국민연금은 자사주 매입을 주주환원으로 보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최대 주식투자자인 국민연금 관계자의 말이다. 소각을 전제로 하지 않는 자사주 매입행위는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상장사 대부분은 자사주를 매입만 해도 주주가치제고, 주가안정 효과라 부르고 있다. 주식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금융당국이 나서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펴고 있는 지금 자사주 매입을 주주환원이라 해석할 수 있을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자사주 의무소각을 화두로 가져오면서 국내 상장사들이 보유한 자사주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자사주 소각을 주주환원 정책으로 내놓은 곳도 있다. 반면 상당수의 상장사들은 적지 않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후속 환원 계획을 공표하지 않고 있다. 

조용히 자사주를 보유하면서 최대주주 등 특정 인물을 위한 경영권 방어에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여전하다. 지난해 5월말 시행한 밸류업 공시가 1년이 흐른 지금 주요 상장사들의 자사주 활용 방향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짚어본다. 5대그룹 상장사, 10년간 자사주 매입 93회 vs 소각 47회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상위에 포진한 5대 대기업(삼성·SK·현대차·LG·롯데) 그룹 소속 상장 계열사는 총 72곳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증시 대표적인 대형 상장회사들이 두루 포진해 있다.

삼성그룹 주요 상장계열사 자사주 보유현황

지난해 말 기준 이들은 총 2억9633만2270주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72곳 상장사의 총 발행주식수 기준 2% 수준이다. 

개별 기업별로 보면 자사주 보유 비중은 달라진다. 지난해 기준 총 발행주식수 대비 자사주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곳은 △롯데지주 33% △SK 24.8% △삼성화재 15.9% △SK네트웍스 12.4% △제일기획 12% 순이었다. 

72곳 상장사들은 최근 10년(2015년 5월 이후)간 총 93회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했다. 대부분 자사주 매입의 목적으로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제시했다. 자사주를 시장 밖에 내다 팔거나 임직원 상여금 지급을 위해 처분한 건수는 107회를 기록했다. 반면 자사주 소각 건수는 47회에 그쳤다.

특히 이들 기업은 자사주를 취득할 때는 매번 주주가치제고라고 투자자에 밝히고 사들였다. 

72곳 상장사 중 가장 많은 자사주 매입횟수(10회)를 기록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5014만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올해 2월에도 주주가치 제고와 임직원 주식보상을 위해 4815만주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삼성전자가 최근 10년 간 사들인 자사주 수량은 1억821만5875주다. 

SK그룹 주요 상장계열사 자사주 보유현황

최근 10년 간 9회에 걸쳐 자사주 총 876만1439주를 매입을 진행한 현대모비스 역시 자사주 매입 목적을 주가안정을 통한 주주가치제고라고 밝혔다. 자사주 매입을 9회 진행한 현대자동차도 주주가치 제고 등의 목적으로 자사주 1586만2367주를 사들였다.

삼성·SK·현대차 10회 이상...소각없는 LG 계열

최근 10년간 5대그룹 상장사들이 진행한 47건의 소각을 살펴보면 그룹별로 편차가 있다.

현대차그룹 주요 상장계열사 자사주 보유현황

소각 횟수로만 보면 삼성전자가 지난 10년 간 총 11번의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1위를 기록했다. 10년 간 삼성전자가 소각한 주식 수는 5억1859만9621주(주식분할 이전과 분할이후의 수량 차이 있음)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2015년 10월부터 2018년 11월까지는 꾸준히 자사주 소각을 해오다가 2019년~2024년까지 6년간은 자사주 소각을 진행하지 않았다. 올해 2월 소각한 5014만4628주는 지난해 11월 10조원의 자사주를 매입과 함께 3조원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발표한 주주가치제고 계획의 일환이었다.

LG그룹 11개 상장사는 최근 10년 간 단 한건의 자사주 소각도 진행하지 않았다. 물적분할로 주주가치 논쟁에 불씨를 당겼던 LG화학도 최근 10년간 자사주 매입·소각이 한 건도 없었다. 자사주 처분행위만 3회를 기록했다. 

이는 삼성그룹(14회), SK그룹(15회), 현대차그룹(17회)과 비교되는 수치다. LG그룹 다음으로 상장계열사들의 자사주 소각건수가 가장 적은 롯데그룹(1회)도 눈에 띈다. 롯데그룹 상장계열사 중 유일하게 롯데렌탈만 지난해 10월 주주가치제고 목적으로 자사주를 소각했다.밸류업 참여 떨어지는 5대그룹 상장사

한국거래소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공시를 시행한 지 1년(지난해 5월 27일 시행)이 지난 가운데 5대그룹 상장 계열사 72곳 가운데 29곳(40%)이 밸류업 공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10곳 중 4곳꼴로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것이다.

LG그룹 주요 상장계열사 자사주 보유현황

다만 이 역시 그룹별 편차가 있다. 대기업집단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삼성그룹 상장사 17곳 중 밸류업 공시를 한 곳은 삼성화재가 유일하다. 공시 참여율은 6%에 불과하다. 

삼성화재는 올해 1월 밸류업 공시를 통해 △자본효율 추진 △2028년 주주환원율 50% △보유자사주 소각 등의 계획을 투자자에게 밝혔다. 삼성그룹 뿐만 아니라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는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주주가치제고를 위해 향후 1년간 10조원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댜고 밝혔다. 이후 지난 2월 3조원어치 자사주를 소각했다. 

시장에선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언제 밸류업 공시를 올릴지 주목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공시 시점은 미지수인 상황이다. 

SK그룹은 전체 21곳 상장계열사 중 7곳(공시율 33%)이 밸류업 공시를 올렸다. 지주사 SK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네트웍스, SK스퀘어, 코스닥 상장사 ISC다. 

현대차그룹은 12곳 상장계열사 중 절반인 6곳이 밸류업 공시를 했다.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건설, 현대차증권이 주주가치제고 계획을 밝혔다. 

소각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LG그룹롯데그룹은 비교적 밸류업 공시 참여율은 높았다. LG그룹은 11개 상장계열사 중 8곳이 밸류업 공시를 올려 참여율 73%를 기록했다. 롯데그룹 역시 11개 상장사 중 8곳이 밸류업 공시를 해 LG그룹과 같은 공시 참여율을 기록했다. 

밸류업 공시 해도.. 자사주 소각엔 소극적

다만 밸류업 공시를 했더라도 자사주를 주주가치제고에 적극 활용하는 상장사는 여전히 찾기 어렵다. 5대그룹 72곳 상장사 중 밸류업 공시를 한 30곳 기업에서 자사주를 주주가치제고 정책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곳은 16곳이었다.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들 중에서도 구체적으로 언제 어느 정도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할지 밝힌 곳은 7곳(삼성화재, 현대모비스, 현대차, LG, LG생활건강, LG전자, 롯데이노베이트)에 불과했다. 나머지 9곳은 자사주 소각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 소각규모, 일정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롯데그룹 주요 상장계열사 자사주 보유현황

총 발행주식수의 24.8%를 자사주로 보유한 SK는 지난해 10월 밸류업 공시를 발표했다. SK는 공시를 통해 매년 시가총액의 1~2%를 자사주 매입·소각하거나 추가 배당을 하겠다고 밝혔다. SK는 2023년 95만주, 2024년 70만주의 자사주를 소각한 바 있지만 한때 20만원이 넘던 SK주가는 10만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회사는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혔지만 SK주가가 하락하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자사주 소각물량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자사주 보유수량 및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연의 목적을 고려하면 회사가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소각 계획을 밝히는 것이 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 발행주식수의 33%를 자사주로 보유한 롯데지주도 지난해 11월 밸류업 공시를 통해 자사주 소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배당과 섞어 주주환원율 35%를 달성하겠다고만 밝혔고 구체적인 소각 규모와 시기는 공개하지 않았다. 

아울러 롯데지주는 올해 3월 공시한 사업보고서에도 자사주 소각을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을 올렸다. 한때 3만원대를 넘던 롯데지주 주가는 2만원 대 초중반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5대그룹 상장사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소각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선 정국을 거치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자사주 원칙적 소각을 통한 주주이익환원을 주식시장 활성화 공약으로 내건 상태다.

밸류업 정책 등으로 주주가치제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자사주를 주주가치제고가 아닌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에 활용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LS는 호반의 지분확대 대비를 위해 자사주로 교환사채를 발행해 의결권을 부활시켰고, 한진칼과 고려아연은 자사주 일부를 우리사주에 출연해 최대주주에 유리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뜬금없이 나온 정책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 받는다. 이미 지난 2023년 금융위는 자사주 제도개선을 논의하면서 소각 의무화를 검토한 바 있다. 자사주가 주주가치제고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 등으로 오용되는 문제를 막기 위한 차원이었다. 다만 당시에는 논의에만 그쳤고 실질적 제도개선까진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려면 상법(제341조 등) 또는 자본시장법(165조)를 개정해야 한다. 이미 지난 19대 및 20대 국회에서 상장사가 보유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