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 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사업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분리하기 위해 결정한 인적분할은 최근 국내 산업계에서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기존 주주들이 신설 회사의 주식을 지분 비율에 따라 배정받는 인적 분할은 기존 회사가 신설 회사의 주식을 100% 보유하는 물적 분할과 비교해 소액 주주들의 반발 등 논란이 덜하다. 다만 분리된 회사들의 사업 성과에 따라 인적분할의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 9월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인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를 신설하고 기존 사업부문인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를 떼어냈다. 주력 사업인 방산·항공우주 부문의 경쟁력 강화와 비주력 사업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조치다.
인적분할 발표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보였고, 분할 직후 첫 분기였던 지난해 3분기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해 성공적인 사례로 주목받는다. 신설된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는 올해 1월 자회사인 한화비전을 흡수합병하고 사명을 '한화비전'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앞선 2023년에도 한화솔루션의 유통부문을 분리하는 인적분할을 단행해 한화갤러리아를 설립했다. 특히 한화솔루션 인적분할은 유통 부문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려는 목적과 함께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당시 한화솔루션 전략본부장의 독립 경영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부사장)로 임명돼 현재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로보틱스·한화비전·한화모멘텀·한화세미텍 등에서 미래비전총괄을 맡고 신사업을 지휘하고 있다.

2021년에는 SK텔레콤이 통신사업을 존속법인으로, 반도체 및 ICT 투자사업을 SK스퀘어로 인적분할했다.
신설된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로서 인공지능(AI)·반도체 중심 투자전문기업으로 정체성을 강화했다. 현재 SK하이닉스, 티맵모빌리티 등 20여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SK스퀘어는 2023년 2조3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3조 9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포트폴리오 회사들의 성과에 따라 실적이 요동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인적 분할은 주주들의 주식 가치를 희석하지 않으면서 지배, 사업구조 개편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비주력 회사의 경우 실적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