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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항체'로 재편되는 항암 트렌드…한국은 어디쯤

  • 2025.05.22(목) 08:00

中 PD-L1·VEGF 항암시장 주도
글로벌 제약사 기술이전 잇따라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의 상호 보완적인 작용원리를 다루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PD-L1'과 암세포 주변에 혈관 생성을 유도하는 'VEGF' 단백질을 각각 조합하는 연구가 메인이다. 이렇게 조합한 병용요법의 치료제가 임상시험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PD-L1과 VEGF를 다루는 항암제 트렌드는 하나의 항체로 두 개의 항원에 동시에 결합하는 '이중항체'로 기울고 있다. 임상에서 이중항체가 면역, 표적항암제를 함께 투여하는 병용요법을 압도한 결과를 내면서다. 중국계 바이오기업이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관련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질주

22일 업계에 따르면 화이자는 최근 중국계 바이오기업 3S바이오의 고형암 치료후보물질의 글로벌 권리를 총 계약금 약 60억달러(8조3000억원)에 도입했다. 이 약물은 PD-L1과 VEGF 단백질을 동시에 타깃하는 이중항체 후보물질로 현재 중국에서 임상 3상 단계에 있다.

PD-L1과 VEGF 항암제 조합은 2018년 처음 주목받았다. PD-L1과 VEGF를 각각 표적으로 삼은 로슈의 면역항암제 '티쎈트릭'과 표적항암제 '아바스틴' 병용요법이 폐암 치료제로 허가 받으면서다. 특히 이 조합은 간암 치료에서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유의미하게 개선하며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PD-L1과 VEGF 항암제 트렌드는 면역, 표적항암제를 병용투여하는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중항체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중국계 바이오기업 아케소바이오의 이중항체가 업계에 반향을 일으킨 임상 성과를 내면서다.

지난해 10월 아케소바이오는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PD-L1과 VEGF를 표적으로 하는 이중항체 후보물질 '이보네시맙'을 투여한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했다. 여기서 이보네시맙은 환자의 암이 진행되거나 사망할 위험을 49% 낮추며 처음으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뛰어넘는 결과를 냈다.

이 결과가 나온 직후 글로벌 제약사들은 잇따라 PD-L1과 VEGF 타깃 이중항체 약물을 도입했다. 코로나19 백신을 처음 개발한 독일계 바이오기업인 바이오엔텍은 지난해 11월 동일한 원리의 이중항체를 개발하는 바이오쎄우스를 인수했다. 같은 달 미국계 제약사 머크는 라노바메디신으로부터 동일한 원리의 이중항체 후보물질을 도입했다.

주목할 점은 최근 화이자, 바이오엔텍, 머크 등 글로벌 제약사에 약물을 이전한 기업이 모두 중국계라는 것이다. 중국이 이 분야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시스톤파마슈티컬스를 비롯한 중국계 기업은 PD-L1, VEGF에 더해 새로운 타깃을 추가한 '삼중항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다음 트렌드까지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 전략은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이중항체보다는 아직 PD-L1과 VEGF를 타깃으로 하는 단일약물 병용요법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HLB다. 현재 HLB는 각각 PD-L1과 VEGF를 타깃하는 '캄렐리주맙'과 '리보세라닙'의 병용요법을 개발하고 있다. 간암을 대상으로 두 번째 미국 허가를 준비하고 있는 단계다.

HLB는 비록 이중항체는 아니지만 VEGF 단백질 작용을 보다 강력하게 억제하는 방법으로 기존 병용약물의 한계를 넘고 있다. 실제 HLB의 약물은 임상 3상에서 현재까지 개발된 간암 치료제 중 가장 뛰어난 생존율 개선 효과를 보였다. 부작용 측면에서도 티쎈트릭과 아바스틴 병용요법 대비 우수했다.

국내 이중항체 전문 개발사들은 PD-L1과 VEGF가 아닌 다른 작용원리를 활용한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주목하는 타깃은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4-1BB'다. 

에이비엘바이오는 4-1BB와 함께 표적항암제에 활용되는 'HER2', 'EGFR' 등의 단백질을 겨냥한 다수의 이중항체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PD-L1과 4-1BB를 동시에 타깃하는 이중항체 파이프라인 'BH3120'을 보유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안전성 면에서는 T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현상(사이토카인 폭풍)을 해결하면서 혈액암에서 보인 강한 효과를 고형암에서 재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며 "특히 4-1BB는 면역반응이 활성화된 암에서 주로 발현돼 다른 면역항암제와 병용도 개발전략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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