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유럽 등과 비교해 여전히 미흡한 중국의 지식재산권(IP) 보호 제도는 기술유출 우려로 이어져 바이오산업의 성장을 제한하는 구조적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바이오산업 발전을 견제하려는 국가들에 중국 기업과 교류를 막는 정책시행에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중국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지식재산권 제도 강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중국 견제 강화
미국 상원 소속 신흥바이오테크국가안보위원회는 현지시간 8일 '생명공학의 미래를 그린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여기에는 미국의 바이오산업이 중국에 따라 잡힐 수 있다는 위기감과 이에 대한 대응책이 담겼다. 위원회가 내놓은 대응책은 미국의 산업을 키우면서 중국 기업과 교류를 제한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다.
미국 의회가 중국의 바이오산업을 견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 하원 중국공산당선정위원회는 지난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중국 바이오기업과 연방정부 간의 거래를 중단하는 내용의 '생물보안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하원을 통과했으나 상원에서 부결됐다.
미 상·하원이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현지 기업과 거래나 교류를 끊는 방법을 제안한 배경에는 중국의 취약한 지식재산권 보호 제도와 이에 따른 기술유출 우려가 크게 자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국 기업의 핵심기술이 유출되면서 산업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어서다.
미 상원 신흥바이오테크국가안보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중국은 오랫동안 합법적인 경로와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해외에서 지식재산권을 획득하는 데 능숙했다"며 "중국으로부터 우리의 생명공학 지식재산권과 데이터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중국은 1984년까지 특허법이 없었을 만큼 서구권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개념이 제도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지식재산권은 소유가 아닌 공유의 대상에 가까웠던 탓이다. 이러한 개념은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국제 기준을 받아들이면서 달라졌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개념이 비교적 늦게 형성되면서 바이오 분야에서도 최근까지 여러 우려를 낳기도 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중국계 바이오기업인 브라이트진은 미국계 제약사인 길리어드의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의 복제약의 개발과 생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양사는 아무런 라이선스(권리) 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였다. 논란이 되자 브라이트진은 약물을 판매할 계획이 없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달라진 중국
중국은 자국의 지식재산권 보호체계에 대한 신뢰가 쌓여야 산업발전 생태계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인식 하에 관련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해외 기업이 참여한 특허분쟁 수가 늘어난 가운데 자국 기업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다는 편견을 떨쳐내기 위해 재판 공정성 강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9년 중국은 최고인민법원 산하에 지식재산권법원을 설립했다. 법원은 출범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총 2만338건의 사건을 처리했는데 이 중 10.8%가 외국인과 관련한 사건이었다. 외국인 사건은 이 기간 중 연평균 28.6%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중국 법원이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현지 기업이 외국 법인과 진행한 특허소송에서 해외 기업의 승소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 차오양취 인민법원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총 117건의 외국인 특허소송을 진행했는데 여기서 외국인의 승소율은 77%로 나타났다. 2018년 1300여건의 특허소송 판례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외국인 승소율이 80.1%로 조사됐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최근 법원이 중국 상하이 소재 제약사가 제기한 미국 연구기관이 보유한 전립선암 치료제 '엑스탄디'의 중국 특허 무효소송에서 미국 측의 손을 들어준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중국에서 이뤄지는 특허출원 건수는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 2023년 중국에서는 총 176만건의 특허가 출원됐다. 이는 세계 특허 출원의 45.9%를 차지하는 1위다. 2009년 이후 출원량은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서일효 특허법인비엘티 변리사는 "과거에는 중국의 산업 자생력이 약했던 만큼 자국 기업에 유리한 판결이 내려지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일정 수준에 오르면서 공정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실제 중국의 특허침해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이의제기가 수용되는 등 제도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