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킹 사고가 있다고 해서 유심을 교체했는데 티머니 3만원 정도가 사라졌어요. 큰돈은 아니지만 돌려받을 수 있나요?"
50대 남성 조 모씨는 SK텔레콤 해킹 사고 이후 부랴부랴 유심을 교체하고 지하철을 탔다가 깜짝 놀랐다. 교통카드로 쓰는 '모바일티머니' 잔액이 전부 사라진 것이다.
유심을 교체하기 전에 선불충전형 모바일티머니의 잔액 환불을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바일티머니는 잔액이 휴대전화기에 삽입된 유심에 저장되는 까닭에 이를 분실하거나 폐기할 경우 잔액을 돌려받을 수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환불 신청을 하지 않고 유심을 교체한 뒤 찜찜한 마음에 유심을 버린 경우도 원칙적으로 환불을 받을 수 없다.
26일 기준 SK텔레콤 가입자 가운데 유심 교체 규모는 누적 939만건에 달해 이같은 티머니 환불 문제를 겪는 이용자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유심 교체 전 교통카드 잔액 환불 필요'라는 안내가 있으나, 환불 신청을 하지 않으면 전액이 사라질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는 가입자들의 반응이 적지 않다.

SK텔레콤 해킹 사고 이전에도 휴대전화 기기를 변경하거나 해지할 때 무심코 티머니 잔액 환불을 요청하지 않은 까닭에 돈을 날린 경우가 없지 않았다.
이렇게 사라진 잔액은 티머니로 흘러 들어가 '낙전 수입'이 된다. 낙전 수입은 소비자가 구매한 정액상품을 다 사용하지 않아 사업자에게 발생하는 부가 수익을 뜻한다.
이강일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 국내 선불업자 가운데 가장 많은 '낙전 수입'을 올린 업체는 티머니로 전체 금액의 47.7%인 114억원에 이른다.
티머니의 낙전수입은 2021년 183억원, 2022년 190억원, 2023년 207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티머니는 이같은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시점의 충전선수금을 '잡이익'으로 인식하는데, 지난해 이 규모는 272억원에 달해 연간 영업이익 142억원보다 90% 가량 많았다.
티머니는 이런 잡이익을 매년 티머니복지재단으로 보내 기부에 활용하고 있다.
이번 SK텔레콤 해킹 사고로 인해 가만히 있던 티머니에 불똥이 튄 측면도 있다. 티머니는 유심 교체 전후로 환불을 요청할 경우 500원(2만원 초과시 4%)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 SK텔레콤 가입자에 한해 올해까지 이런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유심이 없으면 환불이 불가한 것이 원칙이지만, 올해는 SK텔레콤으로부터 '폐기 확인서'를 접수하면 예외적으로 환불을 제공키로 했다. 대리점의 실수로 유심을 폐기한 경우 폐기 확인서를 통한 환불조치가 가능하다.
티머니 관계자는 "워낙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SK텔레콤 고객의 유심 교체와 관련해 불편을 드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