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플랫폼 기업인 SOOP(숲)이 여자 프로배구단 'AI페퍼스'를 인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최근 SOOP은 스포츠 콘텐츠 다양화에 방점을 찍었고, e스포츠단도 운영하고 있는 만큼 배구단을 어떻게 이끌지가 관전 포인트인데요.

AI페퍼스는 모기업인 페퍼저축은행의 경영 악화로 팀 해체 위기까지 거론되는 '아픈 손가락'이었습니다. 7개 구단 체제 붕괴를 우려하던 배구계에 SOOP의 등장 소식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습니다. SOOP은 "여자 프로배구 리그의 안정적 운영에 힘을 보태고, SOOP이 축적해온 스포츠 중계·콘텐츠 제작 역량을 구단 운영에 접목해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구원투수를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마니아 종목서 프로 스포츠까지…'콘텐츠 저변' 확장
현재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및 미디어 플랫폼 시장은 스포츠 중계권 확보를 위한 '머니 게임'이 한창입니다. 티빙은 프로야구(KBO)로, 쿠팡플레이는 K리그와 유럽 축구를 무기로 강력한 이용자 '락인(Lock-in) 효과'를 누리고 있습니다. 경쟁사인 네이버 치지직 역시 올림픽과 월드컵 등 메가 이벤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반면 SOOP의 행보는 조금 독특합니다. 주류 시장에서 출혈경쟁을 하는 대신 당구, 육상, 사이클 등 마니아층이 확실한 종목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경기 생중계를 넘어 비시즌 중 선수들의 훈련 과정을 담은 콘텐츠를 제작하며 종목 자체의 저변을 넓히는 방식입니다.
AI페퍼스 인수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기존 마니아 종목보다 대중적 지지 기반이 탄탄한 프로배구 지식재산권(IP)를 확보해 플랫폼의 체급을 한 단계 올리겠다는 계산이죠. 실제로 SOOP은 AI페퍼스 인수 결정 직후 '한국실업배구연맹·프로배구 퓨처스 챔프전 단양대회'를 단독으로 생중계하기로 하는 등 비시즌 배구 팬들을 플랫폼으로 유인하는 전략을 가동했습니다. 여기에 e스포츠 구단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던 선수단 관리·육성 방식과 팬 커뮤니티 운영 노하우를 프로배구에 녹이겠다는 구상입니다.
새 옷 입은 'SOOP', 과감한 베팅
SOOP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AI페퍼스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SOOP은 지난 2024년 오랜 시간 입었던 '아프리카TV'라는 사명을 내려놨습니다. 해외 시장을 겨냥해 일방적 방향의 방송에서 벗어나 스트리머와 이용자의 양방향 소통 중심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담았는데요.
과거 아프리카TV 시절 일부 스트리머들의 자극적인 방송으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도 포함됐을 것입니다.
문제는 동영상 플랫폼을 자주 접하지 않는 이용자들에게는 SOOP이라는 이름이 아직은 낯설다는 점입니다. 여러 사람들의 뇌리에는 여전히 아프리카TV라는 이름이 더 깊게 각인되어 있죠. 대중성을 확보해야 하는 SOOP 입장에서는 연고지 기반의 강력한 팬덤과 오프라인 현장 문화를 가진 프로 스포츠만큼 매력적인 마케팅 창구도 없습니다. 경기장 안팎에서 대중과 접점을 넓히며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각인시키겠다는 전략입니다.
물론 대가는 만만치 않습니다. 프로배구단을 운영하는데 연간 150억원 안팎의 자금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AI페퍼스의 경우 지방 연고 구단으로 고연봉의 인기 선수가 적어 상대적으로 적은 운용비가 예상되는데요. 그럼에도 연간 90억~100억원대의 비용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SOOP의 지난해 영업이익(1248억원)을 감안하면 결코 가벼운 지출이 아닙니다.
SOOP은 현재 배구단 이름과 연고지 이전을 포함한 재창단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SOOP의 색깔을 입은 여자 배구단이 배구계에 어떤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지, 미디어 시장의 판도는 어떻게 바뀔지 흥미롭게 지켜볼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