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LB가 간암신약 미국 허가불발 원인을 제공한 중국계 파트너사 항서제약에 여전히 강한 신뢰를 내비치면서 그 배경에 모인다. 이번 간암신약은 항서제약이 미국 진출에 나서는 첫 번째 신약이자 향후 글로벌 시장진출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항서제약이 모든 역량을 동원해 성과를 내리라고 HLB가 기대하는 이유다.
"항서제약, 최선 다 하고 있다"
HLB는 최근 미 FDA(식품의약국)로부터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과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 병용요법 허가에 대한 두 번째 CRL(보완요청서)를 수취했다. FDA가 지적한 내용에 대한 보완을 거친 다음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HLB가 FDA로부터 받은 CRL에는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CMC(제조품질관리) 문제가 지적 사안으로 공통적으로 적시됐다. 캄렐리주맙은 항서제약이 개발한 약물로 중국 현지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HLB는 허가일정이 지연된 것을 두고 아쉬움을 표현했지만 재심사를 통한 허가를 자신했다. 여기에는 항서제약이 CMC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강한 신뢰가 깔려있었다.
진양곤 회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항서제약이 지난해 CRL을 받고 FDA의 CMC 심사관을 영입하고 그분을 중심으로 FDA 출신 컨설턴트를 어마어마하게 고용해 실사를 준비했다"며 "항서제약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 방면에서 확인했고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옆에서 지원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HLB의 지지에 응답하듯 항서제약은 다음 날 자사의 홈페이지에 지적사안을 보완해 재심사에 도전하겠다는 입장문을 공개했다.
항서제약은 여기서 "FDA와 지속적으로 긴밀히 소통하고 구체적인 사유를 파악한 후 신속히 필요한 조처를 하고 재신청할 예정"이라며 "항서제약은 이번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HLB가 믿는 이유
HLB가 이처럼 항서제약을 굳게 신뢰하는 이유는 미국 시장 진출이 HLB만큼이나 항서제약에게 중요한 전략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항서제약은 지난해 기준 총자산 501억위안(약 10조원) 규모의 중국계 대형 제약사다. 지난해 매출액은 279억위안(5조6000억원)으로 이 중 절반이 혁신신약 판매에서 나왔다. 매년 전체 매출액의 약 30%를 신약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최근 머크 등에 기술이전을 이뤄내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항서제약이 개발해 중국에 상용화한 파이프라인은 17개에 달한다. 임상 3상 시험이나 허가 단계에 있는 개발 후기 단계의 파이프라인 수는 24개다.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충분한 수의 제품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과거 복제약으로 미 FDA의 실사를 통과한 이력도 있다. 지난 2014년과 2017년 항서제약은 미 FDA로부터 '옥살리플라틴', '도세탁셀' 등의 항암제 복제약의 허가를 받았다. 판매는 현지 바이오기업이 맡고 생산은 중국에서 항서제약이 수행하는 방식이다.
최근 항서제약은 내수를 넘어 글로벌 시장진출을 전략적 과제로 삼고 있다. 지난 1월 항서제약은 미국에서 열린 글로벌 제약바이오 투자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이러한 비전을 밝혔다.
프랭크 장 항서제약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지난 20년 동안 항서제약은 중국 중심의 제네릭 회사에서 세계 최대의 혁신 의약품 회사로 성장했다"며 "우리의 비전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리더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계획의 첫 시작이 HLB와 FDA 허가를 진행 중인 간암신약이다. 이미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은 중국에서 허가를 받았으며 높은 매출을 거두며 시장 검증을 마친 상태다. 항서제약이 캄렐리주맙 CMC 문제 개선에 최선을 다하리라고 HLB이 굳게 믿는 지점이다.
HLB 관계자는 "항서제약이 작년 CRL을 처음 받고 자존심에 스크래치(상처)가 났고 CMC 심사관 출신의 부서장과 컨설턴트를 고용해 모의 실사를 여러 번 수행했다. 두 번째 CRL을 전혀 예상 못 했던 이유"라며 "2차 CRL을 받은 후 항서제약과 함께 대응하며 꼭 허가를 받자는 합의가 이뤄져 굉장히 신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간암신약은 시작일 뿐으로 앞으로 항서제약과 파트너십을 더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