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 투자자 위주의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변혁기에 접어들었다. 이달 법인 거래가 시작된데 이어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 움직임도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하반기에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근거를 마련하고 수탁·운용 등 인프라와 투자자 보호장치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정을 골자로 가상자산 상장·공시, 불공정행위에 대한 제제 등을 담은 2단계 입법도 추진한다.
정치권도 ETF 도입에 적극적이다. 최근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 등은 가상자산을 신탁재산에 포함시키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미국과 일본처럼 가상자산을 수탁 가능한 자산으로 인정해 신탁업자가 보관·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현 자본시장법의 기초자산에 가상자산 현물 ETF를 포함시키는 안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되면 증권사를 통해 현물 ETF 투자가 가능해진다.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새 정부 출범 한달도 안 돼 논의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최초 민병덕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에는 자기자본 5억원 이상 법인으로 정했지만, 그 사이 강준현 의원은 자본금 요건을 10억원으로 상향하는 디지털자산혁신법을 준비 중이다.
다음달 발의 예정인 디지털자산혁신법은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보완한 법으로 시장 활성화와 가상자산 생태계 체계화를 목적으로 한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율 체계를 별도로 수립하고 가상자산 발행과 유통 전반을 규정한 게 특징이다.
이 밖에도 다수의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회부돼 있어 향후 전방위적으로 관련법안들의 수정과 보완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용자보호법과 관련해서는 거래소들의 해킹 등 사고에 대한 책임 강화, 이용자의 불리한 거래를 유도하는 '다크 패턴' 행위 등에 처벌 강화 방안 등이 상정돼있다.
지난 수년간 당국의 보수적인 스탠스로 진전 없이 표류했던 사안들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급물살을 타면서 업계에서도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작년만 하더라도 금융위원회나 금융연구원에서 비효율적 자원 배분, 법 개정 문제 등을 이유로 ETF에 부정적이었지만, 1년 만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며 "ETF,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시장 경쟁은 심해지겠지만 관련 업계와 산업 발전으로 전체 시장 파이는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