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자 가상자산 시장도 함께 휘청였다. 지난 20일까지 10만5000달러를 웃돌던 비트코인(BTC) 가격은 이날 9만8000달러대까지 급락했다.
23일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5시1분께 9만8974달러(한화 1억3679만원)까지 떨어진 뒤 오전 10시11분 기준 10만839달러(한화 1억3925만원) 수준으로 턱걸이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0일 10만5996달러(1억4503만원)까지 올랐으나,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점차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미군이 이란의 핵 시설 3곳을 폭격하는 '미드나잇 해머 작전'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가격은 22일 10만2000달러대에 머무르다가 이란 의회가 보복을 선언하고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의안을 의결하자 순식간에 급락했다.
대부분의 가상자산이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더리움(ETH)은 21일까지 2400달러선을 지켰으나 전날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점차 하락했다. 이날 오전 중 2177달러까지 떨어졌던 이더리움은 현재 220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엑스알피(XRP, 리플)도 한때 1.93달러까지 급락했다가 2달러대를 만회했다.
반면 테더(USDT), USD코인(USDC)을 비롯한 스테이블코인은 가격을 유지했다.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는 대규모 청산으로 이어졌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24시간 동안 2억3269만달러 규모의 포지션이 청산됐다. 이중 자산상승에 베팅하는 롱 포지션이 1억9189만달러였으며 숏 포지션은 4079만달러였다. 이더리움은 2억380만달러, 리플은 2225만달러가 청산됐다.
크립토퀀트의 분석가 다크포스트는 "비트코인 시장 참여자들의 추정 레비리지 비율(ELR)이 단 3일만에 -0.25라는 중대한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전했다. ELR은 시장 참여자들이 시장에서 사용하는 레버리지(차입) 비율을 이야기하는데, 비율이 낮을수록 위험상품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0.25는 중국 내 비트코인 채굴이 종료됐던 2021년 6월(-0.35) 이후 보지 못한 수준이다.
국내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의 가격 차이를 의미하는 '김치프리미엄'은 발생하지 않았다. 전날기준 김치프리미엄 지표는 1.55%로 보통 수준이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두나무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중 1억372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1억4202만원에 거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