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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 이어 'ADC 바이오시밀러' 시대 열리나

  • 2025.05.21(수) 08:00

기술·규제 불확실성 극복 가능
시장 형성의 키는 결국 '상업성'
국내외 기업, 개발 가능성 타진

글로벌 항체약물접합체(ADC) 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ADC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을 의미하는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가격이 저렴하고 개발 기간이 짧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차세대 항암제 기술인 ADC까지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확장되면 제약바이오 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2030년대로 예상되는 블록버스터 치료제의 특허 만료기간과 기술의 복잡성, 규제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ADC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결국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DC, 항암제 시장의 핵심 성장축

ADC 치료제는 항체의 표적 인식력과 세포독성 약물의 강력한 살상력을 결합한 표적 항암제다. 항체와 세포독성 약물(Payload), 그리고 이를 잇는 링커(Linker)로 구성돼 있다. 

2000년대부터 개발이 시작된 ADC는 1세대 약물인 마일로탁(Mylotarg)과 2세대인 애드세트리스(Adcetris), 캐싸일라(Kadcyla)로 진화했는데 높은 효능과 안정성을 가진 지금의 3세대 엔허투(Enhertu)와 트로델비(Trodelvy) 등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특히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한 엔허투는 유방암에서의 높은 효능으로 글로벌 ADC 치료제 개발 경쟁을 촉발한 '게임 체인저'였다. 엔허투는 지난해 매출 5764억엔(약 5조6000억원)을 기록해 명실상부한 블록버스터로 자리잡았다.

시장조사기관인 이밸류에이트(Evaluate)는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항체약물접합체(ADC) 시장이 2023년 97억달러에서 2028년 3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ADC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더딘 이유

ADC 치료제가 각광받으면서 덩달아 ADC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ADC 오리지널 치료제는 가격이 워낙 비싸 환자 부담이 크다 보니 이를 복제한 바이오시밀러 치료제에 관심이 모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는 국내 기준으로 한 바이알 당 약 140만원에 달해 1년 치료비로만 1억원이 훌쩍 넘는다. ADC 바이오시밀러가 개발돼 저렴하게 공급된다면 환자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ADC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쟁은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 2021년 인도의 자이두스 카딜라(Zydus Cadila)사가 2세대 ADC 치료제인 캐싸일라 바이오시밀러 '우즈비라(Ujvira)'를 출시했으나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하는 지식재산권과 규제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도를 제외하곤 세계 시장에서 의미있는 수준의 ADC 바이오시밀러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도 그럴 것이 ADC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위해선 특허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블록버스터 엔허투(2033년)를 비롯해 3세대 ADC인 트로델비, 블렌렉토(Blenrep) 등의 특허만료가 2030년대로 아직 많이 남았다. 2세대 치료제인 캐싸일라 등은 이르면 내년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지만 차세대 치료제가 시장을 대체하고 있어 상업성은 떨어진다.  

기술의 복잡성과 불확실한 규제, 높은 비용 등 넘어야 할 또 다른 장벽이 적지 않다. ADC의 구조적 복잡성과 작용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재현하는 기술의 발전이 필요하다. ADC는 기존 항체에 약물과 링커가 연결된 구조로 항체-약물 비율(DAR)의 정확한 재현, 링커의 안정성과 결합 부위 위치, 약물의 안전성 등 항체 바이오시밀러 대비 입증해야 할 부분이 많다. 

FDA 관계자는 지난해 열린 세계약물학회(ISSX)에서 "ADC는 항체, 링커, 세포독성 약물의 복합체로 구성돼 있어, 각 구성 요소의 품질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해야 해서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ADC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허가를 위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규제기관의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황이다. 

ADC 바이오시밀러 성패는 결국 '상업성'

기술 및 규제의 문제는 결국 극복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론자, 우시 등 글로벌 의약품위탁개발업체들(CDMO)이 ADC 치료제 개발 및 생산 관련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술력이 결국 ADC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체 바이오시밀러 시대를 연 셀트리온의 경우 ADC 신약으로 확장하면서 관련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ADC 바이오시밀러가 상업성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국내 ADC 치료제 개발기업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ADC 바이오시밀러 개발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항암제는 내성 문제가 있어 이를 극복한 새로운 치료제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점, ADC 뿐 아니라 이중항체 등 항암제 기술 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ADC 바이오시밀러의 상업성에 대해서는 고민할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세계 매출 1위 의약품인 키트루다 등 특허 만료를 앞둔 블록버스터 항체 의약품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ADC 바이오시밀러로의 전환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브비의 블록버스터 항체 치료제 휴미라가 특허가 만료됐지만 새로운 항체 신약 스카이리치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면서 "여전히 항체의 시대는 유효하고 항체 바이오시밀러 시장 역시 충분한 시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외 기업들은 조심스럽게 ADC 바이오시밀러 개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동아에스티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ADC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출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들 역시 ADC 바이오시밀러 개발 가능성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에서는 포모사제약(Formosa Pharmaceuticals)이 캐싸일라 바이오시밀러 TSY-110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DC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2030년대부터 열릴 것"이라면서 "시장 수요, 특허 만료, 기술 진보라는 세 가지 축이 모이면 열릴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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