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로 고생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윗집에서 우리집으로 물이 새는 것도 문제지만 우리 집에서 아랫집으로 물이 떨어지는 것 역시 상당한 스트레스입니다. 특히 전문적인 누수탐지 업체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했는데 물은 계속 떨어지는 것 만큼 답답한 상황도 없는데요.
몇년 전 누수 사고를 경험했습니다. 우리집 바닥 일부를 뚫고 겨우 누수 지점을 찾아내 수리했는데요. 아랫집 무너진 천장과 도배 등 수리도 진행했습니다. 정말 손톱만큼 찢어진 배관에서 새는 물로 우리집과 아랫집 수리비 등 족히 200만~300만원은 들었던 기억입니다.
하필 그 때는 누수보험(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등)을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는데요. 누수보험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누수보험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것은 아닌데요. 누수 사고와 관련 손해방지비용 범위와 관련해 보험사와 소비자 사이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고 합니다.

보험연구원 등에 따르면 상법 제680조 1항에선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는 손해의 방지와 경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 필요 또는 유익했던 비용과 보상액이 보험금을 초과한 경우라도 보험자가 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에게 '손해방지의무'를 부담시킨 것이라는 설명인데요.
보험사고 발생 시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손해를 막거나 줄이기 위해 조치를 했을텐데, 보험 가입을 했다는 이유로 해당 조치를 하지 않아 손해가 발생하고 커지는 것을 방치한다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법에선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손해방지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 혹은 유익했던 비용, 즉 손해방지비용에 대해 보험사가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는데요. 손해방지의무에 따라 손해방지비용이 달라지고 보험금 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손해방지비용 해당 여부와 관련해 다수 분쟁이 발생하는 부분은 피보험자의 주택과 건물 공사비 항목 이라고 합니다. 피보험자 주택·건물에서 누수 원인을 없애기 위해 배관 교체 공사나 방수 공사 등을 했을 때 공사비 중 어디까지가 손해방지비용에 해당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분쟁 대상입니다. 누수 자체로 인한 피해액보다 피보험자 주택·건물 공사비가 훨씬 큰 경우도 많다는데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결정과 법원 판례 등을 보면 △누수 발생 부위가 아닌 곳에 시행하는 공사 △누수 원인 제거와 직접 관련 없는 작업 △누수 부위와 정도, 피해 규모 등에 비해 공사 내용과 규모가 과도한 경우 △누수 사고가 한참 지난 후 진행된 공사 △누수 원인 제거 후 이뤄지는 추가적인 복구 작업 등은 손해방지비용으로 인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관련기사: '우리 집' 누수 보상 안되네?…일상생활배상책임 보험으론 안돼('24년 8월7일)
가령 주택 배관 파손으로 아래층에 누수 피해가 발생한 경우 배관 철거와 교체 공사, 이에 따른 부수처리비용은 손해방지비용으로 인정됐는데요. 반면 누수 원인인 배관 교체 공사 후 붙박이장 재시공과 강화마루 공사, 페인트 공사 등의 비용은 손해방지비용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누수 사고는 누수 상황과 피해 정도, 피해 확대 가능성과 공사 시기, 규모 등 워낙 다양한 사안이 얽혀 있어 보험금과 관련된 손해방지비용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지는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인 사실관계로 판단해야 하는데요.
특히 손해방지의무, 손해방지비용 조항 취지와 누수보험 본질 등을 고려하면 손해방지비용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운영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보험계약자·피보험자 입장에선 손해방지비용이 넓게 인정되면 더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어 유리하다고 여길 수 있는데요. 하지만 손해방지비용은 손해방지의무와 관련된 만큼 비용 범위가 넓으면 의무 영역도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죠.
백영화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손해방지비용을 넓게 인정하면 보험계약자·피보험자가 부담하는 손해방지의무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라며 "누수 사고에 있어 손해방지비용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게 보험계약자·피보험자에 유리한 것이 아니고, 손해방지비용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누수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행위를 위한 비용만 손해방지비용으로 인정돼야 한다는 의미인데요. 누수를 막기 위한 배관 교체 작업 중 배관 철거 작업과 새로운 배관 설치 작업이 구분된다면 배관 철거 비용만 손해방지비용으로 인정하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죠.
누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손해방지의무에 해당하는 비용은 배관 철거이고, 새로운 배관 설치는 해당 건물(주택 등)의 가치를 올려주는 것이라 이 비용은 손해방지비용에 포함해선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과거 누수 사고를 경험했을 때 보험에 가입돼 있었다면 관련된 공사 등 비용을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었겠다고 단순히 생각한 기억이 있습니다. 앞선 사례들을 보니 당시 행위 중 어디까지가 손해방지의무를 이행한 것이고, 손해방지비용으로 인정받아 보험금은 얼마나 받았을지 새삼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