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만건에 달하는 MG손해보험 계약이 5개 대형 손해보험사(삼성화재·DB손보·메리츠화재·KB손보·현대해상)로 뿔뿔이 흩어집니다. 이른바 '계약이전'인데요.
MG손보 매각이 무산되면서 이 회사 보험에 가입한 계약자들의 근심이 깊었을 겁니다. 금융당국은 기존 계약 조건 그대로 이전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는데요. 보험사들의 계약이전, 이전 사례와 해외에선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금융위원회는 MG손보 매각이 무산된 후 주요 손보사로 계약을 이전하는 게 보험 계약자 피해 등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안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5대 손보사로 MG손보 계약이 이전되려면 전산시스템 구축 등에 1년 이상 시간이 필요한 만큼 우선 가교보험사를 설립해 운영하기로 했는데요. 최종 계약인수 주체인 손보사들이 전산시스템 등 준비를 마치면 최종적인 계약이전(가교보험사→주요 손보사)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금융위는 보험계약의 유지 관리 측면에서 기존 계약 내용에서 변경되는 내용이 '일절없다'는 점을 강조하는데요. 기존 계약 보장범위와 수준을 가교 보험사에서 동일하게 보장헤 보험 계약자를 온전히 보호한다는 것이죠. ▷관련기사: MG손보 '모든 계약' 5개 손보사로…"계약 변경 일절 없다"(5월14일)
MG손보 보험에 가입한 계약자들은 혹시라도 내 계약이 다른 보험사로 이전하면서 손해를 입는 것은 아닐지 걱정할 수 있는데요. 보험계약 이전이라는 게 흔치 않기 때문일 겁니다.
보험연구원 등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의 자발적인 계약이전은 2003년 하나생명이 당시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에 보험계약을 일부 이전한 사례가 전부입니다.
보험 계약이전은 보험사가 부실화되면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적용하는 '강제적 계약이전'과 금융당국 승인을 받아 보험사 간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임의적 계약이전'으로 구분됩니다.
과거 계약이전은 하나생명이 방카슈랑스 전문회사로 전환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해 알리안츠 생명에 보유계약 32종목 중 20종목(책임준비금 464억원 규모)을 이전한 내용입니다.
영국과 독일 등 해외에선 보험사 계약이전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사업 지속 불가능성이나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한 경영 효율성과 자본 조달력 강화, 비핵심 사업 외부 이전을 통한 핵심 사업 집중 등을 위해 계약이전을 선택하기도 한다는데요.
영국의 한 사례를 보면 2019년 'Canada Life'는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Scottish Friendly'에 생명과 연금 런오프 계약을 이전했습니다. 'Scottish Friendly'는 수익 다각화 전략 일환으로 이를 인수해 운용자산은 두 배로 늘었고 보험 계약자 수는 57만명에서 70만명으로 증가했습니다.
독일에선 '런 오프'(Run off) 전문보험사가 410만개 이상의 포트폴리오를 인수해 관리하는 방식으로 생명보험시장에서 5%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데요. '런오프'는 보험계약을 거래하는 사업 이전 제도로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경영 실패로 보험 부채를 넘기는 것으로 보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선제적 구조조정과 사업 효율화를 위한 부채 이전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실제 독일 생명보험업계는 재무 건전성 규제 대응과 고금리 확정형 상품 관리를 위해 런오프 계약을 이전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국내에서도 그 동안 드물었던, 오히려 부정적 인식이 많았던 계약이전을 생명보험사 성장 방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실제 국내 생보사들은 손보업계에 비해 상품 다양화 등에 밀리고 새 회계제도 도입 등의 여파로 건전성 악화 등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특히 보험개혁회의에서 계약이전 활성화 기반이 조성된 점도 주목할만 하고요. 과거에는 책임준비금 산출 기초가 동일한 보험계약은 모두 이전하는 포괄이전으로 규제했지만 앞으로는 팬매채널별 이전이 가능해졌는데요. 보험사가 판매채널에 따라 사업비가 다른 사례 등 계약이전이 용이하도록 단위가 세분화됐죠.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의 보험계약 포트폴리오 조정과 디지털 보험사 이익 확보 등에 계약이전을 활용할 수 있다"며 "계약이전 활성화를 위해 회사별 수요 파악과 계약 중개가 필요해 런오프 전문보험사 등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에 따른 허가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금융당국이 MG손보의 보험계약을 이전하기로 결정하면서 본격적인 계약이전 절차가 시작될텐데요. 당국 계획대로 계약이전이 무리없이 진행될지,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국내 보험업계에서도 계약이전을 통한 선제적 구조조정과 경영환경 개선 등을 이룰지 지켜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