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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푸라기]나이롱환자 만든다는 '향후치료비' 왜 문제일까

  • 2025.06.07(토) 11:00

2022년 지급된 향후치료비 83%, 경상환자에게
기준 없는 임의 지급…'나이롱 환자'가 문제
위자료는 20년째 제자리…업계 "현실화 돼야"

지난 4월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 상위 4개 손해보험사(삼성화재·DB손해보험·KB손해보험·현대해상)의 평균 손해율이 85.5%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년 동월(80.6%)보다 4.9%포인트 악화한 수치인데요. 1~4월 누적 손해율도 79.6%로 통상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손해율(80%)에 근접했습니다.

손해율이 증가하면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큽니다. 보험사도 손실 보전이 필요하고, 사고가 많아지면 '보험가입자 전체의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하게 되니 이를 반영한 가격 조정이 필요해지기 때문이에요.

약관에 없는데 경상환자 대부분 받았다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상승한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있습니다. 우선 보험료가 4년 연속 인하되면서 보험사가 거둬들인 원수보험료가 감소했단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에요. 나들이객 증가로 사고 보험금이 확대된 것도 하나의 이유고요.

경상환자(상해 12~14급)의 '향후치료비' 지급도 영향이 있대요. 향후치료비는 피해자와 보험사가 사고에 대한 합의를 본 이후에도 피해자의 치료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지급하는 치료비예요.

향후치료비는 보험사의 약관에 명시된 보험금 항목은 아닙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는 자동차손배법이나 표준약관 등에 향후치료비의 지급 근거나 기준을 규정하지 않고 보험사가 이를 임의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대요. 그래서 감사원은 향후치료비의 지급 근거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어요.

감사원의 '건강·실손·자동차보험 등 보험서비스 이용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전체 교통사고 피해자 175만3000명 중 94.4%인 165만5000명은 부상 등급이 경상(12~14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년 경상환자의 93%가 향후치료비를 지급받고 있으며 2022년 기준 지급된 향후치료비의 83%가 경상환자에게 지급됐어요.

이에 향후치료비 지급 규모가 증가해 대인보험금(2022년 5조4700억원)의 34.8%, 총치료비의 48%인 1조9000억원에 달하는 등 병원치료비와 유사한 규모가 됐다고 합니다.

처음 의도는 좋았는데…

사실 향후치료비의 처음 목적은 보험사와 환자 상호 필요에 따른 것이었다고 해요. 차 사고를 당했을 때 부상 정도가 경미하지만,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진료를 받아보거나 혹은 개인 사정으로 병원 진료를 바로 받을 수 없는 때가 있죠. 이 때 보험사가 어느 정도의 치료비 명목의 금액을 주면 원하는 때 진료를 받을 수 있고요. 

보험사 입장에서는 향후치료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금액이 실제 진료비와 크게 어긋나지 않다고 판단되면 이를 편의상 지급하면 되고요. 더욱이 사고종결기간이 짧을수록 보험금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어 보험사도 향후치료비를 지급해 합의를 하는 것이 나은 선택이었을 거예요.

그런데 이를 남용하는 일부 '나이롱 환자'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보험금을 더 받기 위해 경미한 교통사고에도 일부러 병원에 오래 입원하는 이들이 있었죠. 한 운전자는 사이드미러 접촉 사고인데 척추 염좌를 진단받고 치료비 500만원과 합의금 300만원을 수령하는 경우도 있었답니다.

이런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월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후속 조치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개선대책에 따르면 경상환자에게는 향후치료비를 아예 지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1~11급의 중상환자에게만 지급할 수 있도록 지급 근거와 기준을 정하기로 했고요. 향후치료비를 수령하면 다른 보험을 통해서 중복으로 치료받을 수 없게끔 할 방침입니다. 

정부는 관계 법령과 약관 개정을 연내 완료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에요. 불필요한 보상금 지급이 줄어들면 개인 자동차 보험료가 약 3% 내외로 인하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불필요한 보험금 누수를 줄여 자동차보험 가입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방향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향후치료비 사라지면 경상환자 보상은요?

보험업계는 경상환자에 대한 향후치료비가 사라지면 단기적으로는 병원비로 지급하는 보험금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금 대신 실물(진료)로 보상받으려는 경향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일부 병원은 입원·치료가 늘면 수익이 증가하기 때문에, 향후치료비 폐지를 기회로 보고 환자에게 더 적극적으로 치료를 권유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이런 환자들이 사라지면서 보험금 누수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도가 정착되면 환자들도 '병원 가도 실익이 별로 없다'는 걸 체감하게 될테니까요.

보험업계는 내년부터 경상환자에 대한 향후치료비가 사라지는 만큼, 경상환자의 위자료를 현실화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경상환자도 일정 수준의 금전 보상을 받아야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경상환자의 위자료는 지난 2005년부터 15만원을 유지해 1인당 국민소득과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위자료가 현실화된다면 향후치료비 지급이 없더라도 '정서적·금전적 보상'을 균형 있게 유지할 수 있겠죠.

해외의 경우엔 어떨까요? 보험연구원의 '주요국 자동차보험 부상 위자료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영국은 경상환자라도 상해 정도에 따라 위자료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3개월 미만 편타성(경추부 염좌) 상해의 경우 위자료를 최대 312파운드(약 57만원)로 정하고 있어요. 독일은 600유로(약 93만원), 일본은 지급액이 14만원에서 63만원대에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인 만큼 제도 개편은 신중하면서도 균형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보험금 누수를 줄여 가입자 부담을 완화하되, 경상환자에 대한 보상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위자료 기준도 합리적으로 조정될 필요가 있겠죠. 정부가 국민 체감도와 업계의 목소리를 면밀히 살펴 듣고 실효성 있게 제도를 개선해 나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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