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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GA 변혁]'팔면 그만' 설계사는 떠난다

  • 2025.06.12(목) 08:10

무리한 영업과 판매 중심 구조…'유지율' 뒷전
설계사 '스카우트 전쟁'이 만든 불완전판매
금융당국, 수수료 체계·통제 시스템 전면 개편

금융당국이 판매수수료 개편과 내부통제 구축 등 법인보험대리점(GA) 개혁에 나선다. 보험상품 판매 채널로 GA 영향력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부작용도 드러난 까닭이다. 보험시장에서 GA 역할과 개혁으로 인한 변화, 개혁 대상인 GA업계 목소리 등을 담아본다. [편집자]

#소비자 A씨는 2년 전 법인보험대리점(GA)인 B사 소속 설계사의 권유로 보험에 가입했다. 그러나 가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설계사와의 연락이 끊겼다. 보험사에 문의한 결과 해당 설계사는 이미 다른 GA로 이직한 상태였고 A씨의 계약은 B사의 임원 C씨가 서류상 담당자로 기재돼 있었다. 하지만 C씨는 실질적인 계약 관리를 하지 않아 이 계약은 사실상 방치된 '고아 계약'이 돼버렸다.

6개월 후 A씨는 다시 보험 관련 안내 문자를 받았고 그때는 계약 담당자가 D씨로 변경돼 있었다. 설계사 B씨가 이직한 이후 B사 소속 임직원들이 A씨의 계약을 돌려가며 관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담당자가 계속 바뀌자 A씨는 해당 보험 계약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결국 보험을 해지했다. 이처럼 설계사 이직→계약 방치→신뢰 하락→유지율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보험업계의 유통채널 중 하나인 법인보험대리점(GA)이 금융당국의 보험개혁 주요 타깃이 됐다. GA는 보험설계사의 모집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지만 공격적인 리크루팅과 수수료 중심 영업 방식, 불완전판매 가능성 등 다양한 문제점이 누적되면서 제도적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GA는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동시에 판매할 수 있는 구조로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설계사들의 과도한 수수료 경쟁과 계약 유지율보다 판매량에 집중하는 영업 행태가 문제로 지적됐다.

3년차 부터 유지율 '뚝', 높은 정착지원금도 문제로

금융감독원의 '2024년 보험회사 판매채널 영업효율 및 감독방향'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계약 유지율은 1년(13회차) 87.5%, 2년(25회차) 69.2%로 계약의 30%가 2년 내 해지됐다. 2년차 유지율은 △싱가포르(96.5%) △일본(90.9%) △대만(90.0%) △미국(89.4%) 등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특히 수수료 선지급 기간이 종료되는 3년(37회차) 유지율은 54.2%로 하락하고 5년(61회차) 유지율은 46.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의 경우 저금리 시점이었던 2021년에 가입한 저축성 보험 해지 등으로 3년차 이후부터 방카슈랑스 채널 유지율이 30%대로 급락했다. 

GA 채널의 유지율은 2년차(70.8%)까지는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나, 3년차는 58.4%로 온라인채널(CM)보다 7.7%포인트 낮았다. 이후 4년차(52.8%), 5년차(46.7%)로 기간이 길어질수록 급격하게 떨어졌다. 

GA가 우수 설계사를 확보하려는 경쟁에서 높은 정착지원금을 제공하면서 설계사 간 빈번한 이직이 발생하고, 이는 곧 기존 고객 관리 부실 및 계약 유지율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도 지적됐다. 

정착지원금은 보험사 또는 GA 본부가 설계사를 영입할 때 선지급하는 금액이다. 새로 시작하는 설계사는 초기 수입이 불안정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 안정을 위해 지급한다. 일반적으로 일정 근무 기간을 유지하면 지원금을 제공하고, 근무 기간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에는 반환해야 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GA 상위 4개사(한화생명금융서비스·인카금융서비스·지에이코리아·글로벌금융판매)가 소속 설계사들에게 지급한 정착지원금은 319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0% 증가했다. 

문제는 정착지원금을 받고난 뒤 일정 근무 기간을 채운 다음 다른 GA로 이직을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는 불완전 판매와 고아계약 양산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GA업계 관계자는 "유지율은 계약자의 재정상황, 사회적 분위기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칼 빼든 금융당국…내부통제 강화·수수료 체계 손질

금융당국은 GA 채널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혁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보험회사의 제3자 리스크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제재이력 △설계사 위촉 기준 △지사 통제수준 △민감정보 관리 △영업건전성 등을 담은 ‘5대 핵심 체크리스트’를 보험사에 공유, 내부통제에 반영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보험사-GA 판매위탁 관리 강화…판매수수료 분급 확대(6월2일).

개혁의 핵심은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이다. 금융위원회는 유지율 제고를 위해 계약 초기 선지급 수수료를 계약체결비용의 100% 이내로 제한하고, 계약이 오래 유지될수록 더 많은 수수료를 받는 '유지관리수수료'를 도입했다.

특히 계약 5~7년차에는 '장기유지수수료'가 추가 지급돼 설계사의 유지 관리 유인이 강화됐다. 500인 이상 대형 GA는 설계사가 상품별 수수료 등급과 순위를 소비자에게 설명하고 계약 가능한 보험사 목록도 제공해야 한다.

또 소비자가 상품 계약 시 수수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에 전속 설계사에게만 적용되던 '1200% 룰'도 GA 설계사에 확대 적용된다. ▷관련기사: 보험 판매수수료, 계약 유지 길수록 더 받는다(5월30일).

정착지원금 제도도 정비했다. 보험GA협회는 지난해 GA업계와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금융위는 '정착지원금 운영 모범규준'을 마련했다. 계약 유지율과 불완전판매율 등 모집건전성 지표에 따라 정착지원금 환수 기준을 정하고, GA 본사가 운영 현황을 통합 관리하는 방식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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