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보험대리점(GA) 개혁 핵심은 판매수수료 개편이다. 65만명이 넘는 보험 설계사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까닭이다. 특히 GA 소속 설계사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GA 업계 목소리를 반영해 수수료 개편 적용 시점을 내년 6월(1200%룰)과 2027년(수수료 분급)부터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GA 업계에선 개편안 적용 시 전체 수수료가 늘어나고 유지율이 개선될 것이란 금융당국 주장에 물음표를 달고 있다.
오히려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고 이른바 '고아 계약'이 늘어나 유지율 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보험과 GA 업계에선 수수료 개편 후 일부 중소형 GA들은 도산되거나 생존을 위해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A 업계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수수료 늘고 유지율 높아질까
금융당국이 보험 판매수수료 체계에 칼을 댄 것은 보험사의 사업비 집행 부담이 줄면서 사업비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판매 경쟁이 심화됐다는 판단에서다. 수수료 체계 혼선과 국내 보험 계약자들의 유지율이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은 부분도 수수료 지급 구조 영향으로 분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계약 유지율은 1년차 87.5%, 2년 차 69.2%로 계약의 30%가 2년내 해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수료 선지급 기간이 종료되는 3년차에는 유지율이 50%대로 급락한다. ▷관련기사: [보험GA 변혁]'팔면 그만' 설계사는 떠난다(6월12일)
판매수수료 개편으로 선지급 수수료를 계약체결비용 한도(100% 이내)로 지급하고, 계약 유지기간(최대 7년) 동안 매달 안분해 지급하는 유지관리수수료를 신설한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유지관리수수료는 계약 유지기간이 길수록 총수령액이 늘어나는데, 매달 계약체결비용의 0.8% 이내에서 지급할 수 있다. 계약체결 5~7년차에는 장기유지수수료를 추가로 지급, 보험계약 유지관리 활동이 경제적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는 게 금융당국 설명이다.
GA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기대하는 유지율 개선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년 동안 받았던 선지급 수수료를 7년으로 나누면서 선지급 수수료가 크게 줄고, 이후 유지율 개선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수수료 역시 당국이 예상한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이란 주장이다.
가입 3년차에 유지율이 50% 이하로 크게 낮아지는데, 수수료 분급으로 유지율이 개선된다고 해도 이로 인해 지급받는 수수료가 크지 않아 설계사들의 유인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한 GA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설명하는 전체 지급 수수료가 늘어나는 구조는 물가 상승률이 반영되지 않고, 3년차 이후 수수료율이 100% 수준이 됐을 때 설계사들이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수수료 분급으로 설계사들이 유지율을 지속하기 위해 관리해도 현실적으로 유지율이 가파르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3년차 이후에 받는 수수료는 현저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설계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개편안(7년 분급)이 적용되면 설계사들의 주요 수익원인 선지급 수수료가 3분의1 가량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로 인해 설계사들이 빠르게 이탈하면 GA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수료율 공개 부작용도…GA 업계 구조조정 가능성
설계사들은 판매수수료가 공개된다는 점에서도 부담을 토로한다. 금융당국은 소비자에게 판매수수료가 높은 상품 위주로 추천이 이뤄져 판매수수료에 대한 정보공개를 강화하기로 했다.
판매수수료 정보를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비교·공시하고 선지급 수수료 비중과 유지관리 수수료 비중 등을 세분화해 공개한다. 500인 이상 GA에 대해선 설계사가 상품을 비교·설명할 때 상품별 판매수수료 등급과 순위를 설명토록 한다.
GA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신상품을 만들면 공격적으로 수수료를 책정해 수수료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설계사들 입장에선 보장이 좋은 신상품을 설명하는데 부담이 커지고, 고객과의 신뢰 관계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영업 일선에서 가장 큰 부담을 갖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판매수수료 체계 개편은 설계사 뿐 아니라 이들이 속한 GA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설계사 규모를 유지하려면 줄어든 선지급 수수료 만큼 GA가 보완해줘야 하는 까닭이다.
자금조달 능력이 뒷받침되는 자회사형 GA나 대형 GA의 경우 일정 기간 버티기가 가능하지만 중소형 GA는 존폐 위기에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GA와 보험업계 분석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중소형 GA가 버티려면 수수료로 돈을 벌어야 하는데 분급 뿐 아니라 수수료율 공개 등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시장 지배력을 갖춘 (보험사) 전속 설계사와 자회사형 GA, 대형 GA 중심으로 재편되고 중소형사는 도산하거나 인수·합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