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대출 체계 개편에 나섰다. 가산금리에서 각종 출연금 등 법정 비용을 제외해 금융소비자 이자 부담을 덜겠다는 구상이다. 가계 체감 금리를 낮춘다는 취지지만 금융권에선 '보여주기식'에 그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법정 비용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만큼, 은행들이 다른 항목에 이를 반영해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쪽에선 대출 수요 증가를 우려한 은행들이 우량 차주 중심으로 여신 전략을 재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가산금리 산정 시 각종 출연금 등 법정 비용이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전가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은행법 개정을 약속한 바 있다. 지난해 말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등이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해당 개정안은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호법상 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재단 등 각종 기금 출연금을 대출금리에 반영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은행 대출금리는 은행채 금리와 코픽스(COFIX) 등 시장·조달금리를 반영한 '지표(기준)금리'에 은행들이 임의로 덧붙이는 가산금리를 더하고 여기에 본점이나 영업점장 전결로 조정하는 우대금리를 빼 산출된다.
이 과정에서 가산금리에 포함되는 법정 비용은 교육세,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호료, 법정 출연금 등이다. 교육세(0.03%)와 서민금융진흥원·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에 대한 출연금 비율을 합치면 평균 0.15~0.2%포인트(p)의 금리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란 게 금융권 분석이다.
"세전이익 최대 10% 감소 전망"
관건은 은행들이 정부의 대출금리 인하 정책에 어떻게 호응하느냐에 있다. 대출금리는 은행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인 만큼 이외의 가산금리 조정 등을 통해 수익을 만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S증권은 예보료와 각종 출연금이 대출금리에 어느 정도 비율로 반영돼 있는지는 파악이 어렵지만 이를 10~30% 수준으로 가정할 경우 은행의 세전이익이 최소 5%, 최대 1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증권은 가산금리에서 신용보증기금 출연료와 교육세를 제외할 경우 이론적으로 약 0.1%포인트의 순이자마진(NIM) 하락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NIM은 은행이 대출과 예금 간 금리차를 통해 얼마나 수익을 내는지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이 수치가 낮아지면 전체 수익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 측면의 조정이기 때문에 향후 은행 이자이익 전망 흐름을 추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은행 손해 없다…여신 포트폴리오 바뀔수도
은행들은 한쪽에서 코웃음을 친다. 가산금리는 은행마다 산정방식이 제각각인 데다 영업비밀에 속하는 만큼 다른 항목에 비용을 얹는 방식으로 충분히 손실을 보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규제에 나서더라도 실질적인 금리 인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반응이다.
또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우대금리를 축소하거나 고신용자 위주로 여신을 재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저신용자의 대출 접근성이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대출 수요가 확대되면 은행 입장에선 자산건전성(RWA) 관리에 부담이 늘어난다"며 "금리 인하 그 자체보다 이후 대출 포트폴리오나 여신 전략의 변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