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과 함께 '금융정책·감독 체계 개편'이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금융소비자보호원(이하 금소원) 신설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소원이 신설될 경우 금융사의 규제 부담이 커지고 금융감독 체계 전반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 정책)와 금융감독원(금융감독 집행)을 하나로 합치는 금융감독위원회의 부활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이는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10일 정치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금융당국 조직 개편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금감원 산하에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소원으로 승격해 독립시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조직개편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소비자보호기구를 별도로 떼어내는 건 큰 틀에서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조직 형태나 소속, 감독 권한 범위 등 세부 사항은 조율이 남았지만 기관 신설 자체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이 대통령 공약과 맥을 같이한다. 금소처 탄생 약 13년 만에 금감원으로부터 떨어져나가는 셈이다.▷관련기사 : [이재명 시대]금융검찰 금감원·금융위 체계 바뀔까(6월4일)
옛 금감위를 부활시키는 안은 아직 검토 중이다.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넘기고 금융위의 금융감독정책 기능과 금감원의 금융감독집행 기능을 통합해 금감위로 재편하는 내용이다. 이 경우 금융위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
금융정책 수립과 감독 집행 기능을 다시 한 기관에 모을 경우 권한 집중에 따른 부작용과 정치적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는 만큼 신중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소비자보호기구 독립 논의는 이전 정부에서도 꾸준히 제기됐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5월 금감원 내 원장 직속 금소처가 설치됐고 같은 해 7월 금소원 설립 법안을 발의했다. 박근혜 정부도 2013년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방안'을 통해 금소원 독립을 재추진했고 문재인 정부 역시 출범 초 100대 국정과제에 금감원의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능의 분리·독립 추진을 명시했다.
하지만 복잡한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국정과제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개편 시도는 번번이 무산됐다.
그럼에도 최근 개편 논의가 다시 불붙은 건 소비자보호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축은행 부실 사태와 환율 연동 파생상품(키코) 피해가 속출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 중요성이 부각됐다.
최근에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손실,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환매 중단,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 등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소비자 중심 감독체계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기존의 감독체계로는 반복되는 소비자 피해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금소원이 신설되면 건전성 감독(금감원)과 금융권 영업규제(금소원)를 각기 다른 기관이 맡도록 하는 쌍봉형 체제로 재편되는데, 이에 대한 금융사 거부감이 크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감원과 금소원이 각각 동일 사안에 대해 다른 기준을 요구하거나 감독 방향이 엇갈리면 어느 기관 지침을 따라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결국 금융사는 양쪽 모두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에 과도한 부담이 전가된다"고 토로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향후 금융위, 금감원, 금소원, 한국은행 등 각기 다른 방향에서 관리·감독 요구가 들어오면 네 곳 눈치를 다 봐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감독기관 간 위계나 조율 체계가 불분명하면 금융사는 법이나 제도보다 '힘'있는 기관 입장을 따르게 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