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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자본부터 확충 나선 보험사…킥스 방어·배당 '이중 포석'

  • 2025.06.04(수) 15:29

한화생명, 10억달러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 결정
신한라이프, 후순위채 3000억→5000억원으로 증액
킥스 비율 방어 넘어 '배당 여력 확보'까지 고려

기본자본 중심의 감독 강화 기조 속에서 보험사들이 보완자본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생명과 신한라이프는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으로 대응에 나섰는데, 이 배경엔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방어와 주주배당 여력 확보라는 복합 과제가 자리잡고 있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달 27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최대 10억달러(한화 약 1조3650억원)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정확한 발행일과 발행 조건은 결정되지 않았으며, 5년 후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조기상환권)을 부여할 예정이다.

신한라이프도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 발행을 결정했다. 신한라이프는 애초 3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을 계획했는데, 수요 예측에서 목표액 대비 4배 많은 1조2140억원의 매수 주문을 확보하면서 발행 규모를 증액했다.

금리 하락 직격탄 맞은 킥스 비율

이들 생보사의 자본 확충은 킥스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킥스 비율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자본 건전성 지표로 가용자본(자본)을 요구자본(부채)으로 나눠 백분율로 나타낸 값이다. 모든 보험사는 킥스 비율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은 150% 이상(3분기 중 130% 하향)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한화생명의 킥스 비율은 154.1%로 전년 말(163.7%)보다 9.6%포인트 떨어졌다. 신한라이프 역시 1분기 킥스 비율이 189.3%를 기록해 전년 말(205.7%) 대비 16.4%포인트 악화했다. 

1분기 킥스 비율이 하락한 요인은 금리 인하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2월(3.0%→2.75%)과 5월(2.75%→2.5%)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보험사는 대개 부채 듀레이션(금리 변동에 따른 부채 가치의 민감도)이 자산 듀레이션(금리 변동에 따른 자산의 민감도)보다 길다. 금리 인하에 따른 부채 증가 폭이 자산 증가 폭보다 커 자본이 감소하고, 가용 자본이 줄어든 만큼 킥스 비율이 떨어지게 된다.

'기본자본' 더 중요해진다는데…

문제는 금융당국의 기본자본 관리 강화 기조다. 현재 킥스 비율은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기본자본+보완자본)에 대해 규제를 적용하는데, 앞으로는 기본자본을 중심으로 건전성을 평가해 감독기준을 합리화하겠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단독]금융당국, 보험사 기본자본 킥스 '유예 기간 부여' 가닥(4월30일).

지금까지 보험사가 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했던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는 손실흡수 능력이 낮다. 이 가운데 후순위채는 전액 보완자본으로 분류되고 신종자본증권은 요구자본의 10%까지 기본자본으로 인정받는다. 신종자본증권 중에서도 콜옵션이 붙는 경우엔 보완자본으로만 인정받는다. 

기본자본을 확충하기 위해선 보험사가 순이익을 많이 내거나 배당을 축소해 이익잉여금을 쌓거나 유상증자를 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배당 축소와 유상증자 모두 주주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에 기업이 선택하기 쉽지 않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완화 기준 충족 '열쇠'

더욱이 한화생명과 신한라이프의 경우 배당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배당가능이익을 넉넉히 확보하려면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 해약이 일시에 일어났을 때를 가정하고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돌려주기 위해 이익잉여금 중 일부를 준비금으로 쌓아두도록 한 돈이다. 이는 법정준비금이라 상법상 주주배당가능이익을 산정할 때 차감돼 배당이 제한된다. 

금융당국은 킥스 비율의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보험사에 한해서는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비율을 조정토록 했다. 올해는 킥스 비율이 190% 이상인 경우 해약환급금준비금을 80%만 적립하면 된다. 이 기준은 매년 10%포인트 낮아져 2029년에는 킥스 비율 150% 이상으로 기준이 하향된다.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 배당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보완자분을 확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한화생명은 지난해 결산기준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규모 증가로 배당을 하지 못했다.

실제 한화생명 관계자는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해약환급금준비금 등의 영향으로 배당가능이익이 다소 부족한 상황"이라며 "신계약 증가에 정비례로 준비금 적립 규모가 늘어나는 구조라 합리적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으로 제도 개선을 최우선으로 삼고 올해 주주배당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한화생명, 순익·킥스 모두 하락…배당 여력 '먹구름'(5월15일).

신한라이프 역시 신한금융지주의 밸류업 정책에 따라 배당을 강화하는 추세다. 2024년 중간배당과 결산배당을 통해선 지난해 당기순이익 대부분인 5283억원을 신한지주에 배당했다. 신한라이프의 배당 여력이 넉넉했던 것도 킥스 비율이 200%를 넘어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완화의 수혜를 받았던 영향이 있었다. ▷관련기사: 신한지주 '효자' 신한라이프, 배당 규모 확 늘렸다(2월7일).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자본의 질을 강조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기존 킥스 비율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킥스 비율 관리 차원에서 보완자본을 확충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해약환급금준비금 완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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