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인 6명 가운데 1명은 암으로 죽는다. 수많은 항암제가 개발됐지만 암도 변이와 내성 등으로 진화하면서 '창과 방패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항암제 트렌드는 면역세포를 이용해 암 세포를 공격하는 'CAR(키메라 항원 수용체)' 치료제와 항암제 2~3개를 함께 투여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병용요법이 대세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이러한 방식에 주목하는 이유와 개발 현황에 대해 짚어본다.[편집자 주]
1편에서 살펴본 CAR-T 세포치료제는 '원샷원킬(one shot, one kill)' 꿈의 치료제로 불리지만 완벽하진 않다. CAR-T는 수동적으로 공격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데 암세포 공격 신호가 과열될 경우 높은 확률로 전신 염증 반응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번에 살펴볼 NK(자연살해)세포는 스스로 암세포 공격 여부를 판단하는 능력을 갖고 있어 CAR-T 세포치료제의 단점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항암제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한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까지 CAR-NK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턱을 넘은 없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CAR-NK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기술이전과 상용화 등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치료 속도·효과 월등, 대량생산 가능 등 장점
NK세포와 T세포 모두 면역세포지만 작동방식이 다르다. T세포의 경우 우리 몸에 해가 된다고 판단되면 일종의 경고신호인 '항원(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면역반응)'의 반응을 통해 적군 여부를 판단, 공격에 돌입한다. NK세포는 경고신호 없이 자체적으로 이상 세포를 직접 인식해 즉각적으로 공격에 나서는 행동파다.
CAR-NK 치료제는 CAR-T 치료제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CAR-T는 정확하지만 암세포를 공격하는 반응속도가 느리고 환자 자신의 T세포만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제조·생산이 어려우며 천문학적인 치료비용이 들어간다.
CAR-T 치료제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T세포 반응이 과열돼 염증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물 한 컵으로 끌 수 있는 작은 불이 난 집에 소방차 1대가 물을 퍼부어 침수 피해가 발생하는 것과 같다.
경고신호에 따라 수동적으로 공격에 나서는 T세포와 달리 NK세포는 자체적으로 암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작용 우려가 적고 치료 속도 및 효과도 뛰어나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NK세포로도 만들 수 있어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비용도 CAR-T 보다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품목허가 승인을 받은 CAR-NK 항암제는 없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임상 개발단계를 진행 중이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도 FDA 관문을 최초로 넘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공동연구 통해 개발 박차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다른 기업과 공동연구개발을 통해 각자의 기술력을 더해 개발 성공률을 높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씨셀은 미국 관계사인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에 CAR-NK 치료제 3종을 기술이전해 미국에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자체 개발 품목 외에도 HK이노엔, 앱클론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CAR-NK 치료제 공동연구도 진행 중이다.

박셀바이오는 CAR-NK 치료제 기술 고도화를 위해 지난 1월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에이엘바이오텍을 흡수합병했다. 또 지난해 바이오디자인랩, 삼성서울병원과 손잡고 'VCB-1206'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유씨아이테라퓨틱스는 자체 개발 신약 플랫폼을 통해 혈액암 타깃으로 'UC101'의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CAR-NK 치료제 생산에 대비해 지씨셀과 지난해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밖에 JW신약은 AI기반 항암 세포치료제 개발사인 미국의 큐어에이아이(KURE.AI) 바이오텍사, 지아이셀은 와이바이오로직스, 지아이셀은 HK이노엔 등과 CAR-NK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고형암 치료제 잠재력 높아…기술이전 등 성과 기대"
아직까지 CAR-NK 항암제 개발에 성공한 곳이 전무하다는 건 그만큼 개발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CAR-NK는 많은 장점들이 있지만 유전자 조작의 어려움, 낮은 지속성 등의 문제로 개발이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CAR-NK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이유는 초기 임상단계에서 안전성과 치료 효능이 월등한 결과는 다수 보여줬기 때문이다.
영국 의학저널에 발표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1명 환자 중 8명(73%)이 종양이 줄어들었고 이 중 7명은 암이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13.8개월 추적 검사 결과에서도 부작용이나 더 이상 암의 진행이 발견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CAR-T는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이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CAR-NK는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에 성공할 수 있는 잠재력이 높다"면서 "해외에서도 CAR-NK 치료제 개발에 대한 니즈가 큰 만큼 국내 기업들의 기술이전 등 성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