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원리의 약물이다. 치료효과가 장기간 지속되고 기존 세포독성항암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인터페론', '인터루킨' 등 초창기 면역항암제는 과도한 면역반응 유발과 제한된 치료효과로 항암치료의 주류로 자리 잡지 못했다.
면역항암제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1년 면역관문 단백질(암세포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회피하기 위해 활용하는 단백질)을 억제하는 '여보이'가 출시되면서다. 이후 2014년 또 다른 면역관문억제제인 '옵디보', '키트루다'가 나왔고 암 종류를 불문하고 폭넓은 치료효과를 내며 항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꿨다.
유한양행의 자회사 이뮨온시아는 마침 면역항암제가 차세대 항암제로 떠오른 시기인 2016년 설립돼 현재 국산 1호 면역항암제를 출시할 유력주자로 손꼽힌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실패한 면역항암제 개발에서 성과를 자신하고 있다.
지난 29일 이뮨온시아의 기술개발을 총괄하는 김성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연구소장을 만나 회사의 파이프라인(후보물질)과 경쟁력에 대해 들어봤다.
이뮨온시아가 개발 중인 리드(선두) 파이프라인은 'IMC-001'과 'IMC-002' 두 개다. IMC-001은 현재 국내에서 임상 2상 단계에 있으며 국산 1호 면역항암제 타이틀을 노리는 주인공이다. IMC-002는 지난 2021년 4억7050만달러(67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딜(거래)을 끌어낸 유망 파이프라인이다. 베스트인클래스(계열 내 최고) 약물을 목표로 한다.
김성호 CTO는 "IMC-001은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으면 신속허가 제도를 통해 빠른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며 "희귀암 치료제의 시장성이 작은 점을 고려해 바이오마커(생체지표) 기반의 암종 불문 적응증(치료범위)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IMC-002과 같은 CD47 단백질 타깃 면역항암제는 경쟁약물이 적혈구와 암세포가 동시에 존재하는 환경에서 거의 95% 이상 적혈구에 결합했다"며 "반면 저희 약물은 100% 가까이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결합했다. 높은 암세포 선택성에 기인한 뛰어난 안전성을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1호 면역항암제 나온다
이뮨온시아의 리드 파이프라인인 IMC-001은 'PD-L1'이라는 면역관문 단백질을 억제하는 원리의 항체치료제다. 희귀 혈액암인 NK-T세포 림프종 치료를 목적으로 하며 올해 하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희귀의약품(ODD)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ODD로 지정되면 임상 2상 결과만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현재 IMC-001은 임상 2상 단계에 있다.
하지만 NK-T세포 림프종은 국내에서 연간 발병 환자 수가 약 500명에 그친다. 이뮨온시아 입장에서는 빠른 허가를 받아도 이 적응증(치료 범위)만으로 충분한 시장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고민하던 이뮨온시아는 머크의 블록버스터(연 매출액 10억달러 이상) 의약품인 키트루다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지난 2020년 키트루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TMB(종양변이부담)'이라는 바이오마커를 가진 모든 고형암 환자에게 사용허가를 받은 전략을 접목하는 것이다.
이뮨온시아는 현재 NK-T세포 림프종뿐만 아니라 TMB 발현이 높은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IMC-001의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뮨온시아는 해당 임상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확인하면 본격적으로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체 고형암 환자 중 TMB 고발현군은 약 13%를 차지한다. 아울러 키트루다는 이 적응증으로 미국에서만 허가를 받은 만큼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가 여전히 열려있다.
김성호 CTO는 "IMC-001의 임상 2상 시험은 내년 중반쯤 중간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기술이전을 추진하면 성공 가능성이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키트루다가 TMB 고발현 고형암을 대상으로 허가를 받아 우리는 미국 외 지역, 특히 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TMB가 PD-L1 면억관문억제제의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인지에 대한 학계의 의견이 여전히 엇갈린다는 점은 걸린다. 이에 대해 김 CTO는 "많은 수의 논문에서 TMB 보유 정도(Level)이 면역항암제의 반응성과 연관이 있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며 "현재까지는 TMB가 PD-L1 이후 가장 유망한 바이오마커라고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글로벌 최초 타이틀 목표
이뮨온시아가 이밖에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는 내로라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에 실패한 난이도가 높은 분야다. CD47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IMC-002이 대표적이다. 비교적 최근까지 길리어드사이언스, 애브비 등이 동일한 원리의 면역항암제를 개발했다가 예상치 못한 부작용 문제로 이를 중단했다.
하지만 이뮨온시아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약물과 비교해 IMC-002의 더욱 강한 암세포 결합력을 통해 이러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김성호 CTO는 "CD47은 적혈구와 암세포에 모두 발현하는 데 경쟁약물은 적혈구와 암세포가 동시에 존재하는 환경에서 거의 95% 이상 적혈구에 결합한다. 반면 저희 약물은 100% 가까이 암세포에 결합한다"며 "또한 IMC-002는 매우 높은 농도에서도 적혈구 응집반응이 관찰되지 않았다. 높은 암세포 선택성에 기인한 뛰어난 안전성을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로슈, 머크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TIGIT'과 PD-L1 면역관문단백질에 결합하는 단일항체치료제 병용임상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못 내며 이뮨온시아의 또 다른 후보물질인 'IMC-202'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IMC-202는 TIGIT와 PD-L1을 동시에 표적으로 하는 이중항체 기반의 약물이다.
이에 대해 이뮨온시아는 이중항체의 구조적 특성을 활용해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에 실패한 지점을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중항체는 두 개의 단백질에 동시에 결합, 면역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IMC-202와 같은 아스트라제네카의 TIGIT 및 PD-1 이중항체 치료제 '릴베고스토미그'는 현재 임상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김성호 CTO는 "구슬 두 개를 따로 굴릴 때보다 하나에 묶어 굴리는 쪽이 목표로 한 위치에 모든 구슬이 정확히 도달할 확률이 높듯 이중항체는 단일항체 치료제와 비교해 높은 치료 효율로 차별화된 결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실제 아스트라제네카의 릴베고스토그미는 폐암, 담도암 등의 임상에서 준수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 김성호 이뮨온시아 최고기술책임자 약력
▲학력
- 포항공과대학 화학과 졸업
- 포항공과대학 화학과 석사
-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박사
▲주요경력
-2008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전임연구원
-2010년 프로셀제약 연구개발실장
-2012년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
-2016년 고바이오랩 CTO 및 연구소장
-2017년 국가신약개발재단(KDDF) 사업개발 및 기획운영팀장
-2022년 이뮨온시아 CTO 및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