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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소생]"일본 여행 땡기네"…세븐일레븐 '도쿠시마 라멘'

  • 2025.06.05(목) 15:48

세븐일레븐·이스타항공·하림산업 협업
일본 도쿠시마현의 지역 라멘을 컵라면화
계란블럭·청귤즙이 '킥'…차별화 성공해

세븐일레븐의 도쿠시마 라면/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편집자]

*본 리뷰는 기자가 제품을 직접 구매해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튀어야 산다

최근 편의점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 중심에는 'PB'가 있다. 주요 브랜드들이 전국에 1만개 이상의 점포를 확보한 상황에서 입지는 더이상 장점이 될 수 없다. CU가 있으면 근처 어딘가에 GS25가 있고, 높은 확률로 세븐일레븐이라 이마트24도 있다.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결국 다른 편의점에는 없는 '차별화 상품'을 들여놔야 한다. 그나마도 곧 비슷한 제품이 나오지만, 선점 효과는 있다. 만년 2위 CU가 GS25를 다 따라잡은 데는 '연세우유 크림빵'과 '곰표 밀맥주'의 역할이 컸다. 소비자들은 이 제품을 사기 위해 CU에 방문하고, 방문한 김에 다른 제품을 구매한다. 편의점업계가 PB에 '올인'하는 이유다. 

그래픽=비즈워치

세븐일레븐은 그간 이 PB경쟁에서 한 발 뒤처져 있었다. 경쟁사가 먼저 출시한 제품을 카피하는 것조차 늦는 경우가 많았다.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도 반향을 얻기 어려웠다. 적자로 점포 수를 줄이는 등 긴축 경영이 이어진 탓이다. CU·GS25와 점포 수 격차가 어느새 6000여 개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최근엔 모처럼 눈에 띄는 이색 상품을 하나 내놨다. 바로 일본 도쿠시마현의 라멘을 컵라면으로 구현한 '도쿠시마 라면'이다. 이스타항공이 도쿠시마 직항 항공편을 단독으로 운항하게 되면서 현지 대표 라멘을 제품화하는 기획을 진행했다. 제조는 더미식 장인라면을 만드는 하림산업이 맡으면서 이스타항공, 하림산업, 세븐일레븐이 '3사 콜라보'에 도전했다.

돌아온 일본 붐

흥행 요소는 있다. 최근 들어 일본 붐이 다시 일기 시작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일본 맥주는 총 2만7821톤이 수입돼 같은 기간 전체 맥주 수입량(7만3927톤)의 37.6%를 차지했다. 2위부터 4위까지의 수입량을 모두 합쳐도 일본 맥주보다 적다. 2023년과 지난해에 이어 3년 연속 수입맥주 1위가 확실시된다. 

최근 몇 년간 엔저현상으로 일본 여행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호재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달 방일 관광객 수는 월 기준 역대 최다인 390만8900명이었다. 이 중 한국인 비중은 중국인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반드시 먹어봐야 하는 요리를 뜻하는 '먹킷리스트'가 유행하면서 지역 명소를 방문해 현지 식문화 체험을 즐기는 등 일본 식문화의 인기가 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도쿠시마 라면/사진제공=세븐일레븐

이에 세븐일레븐과 이스타항공, 하림산업은 도쿠시마의 대표 먹거리인 도쿠시마 라멘의 제품화를 결정하고 힘을 모았다. 도쿠시마 라멘은 간장과 돼지뼈를 베이스로 한 돈코츠쇼유 국물에 날계란을 올리고 청귤즙을 뿌려 먹는 라멘이다. 청귤은 도쿠시마현의 대표 특산품 중 하나다. 

지역 특산 제품은 (잘 만들었을 경우) 두 가지 효과가 있다. 해당 지역에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겐 앞선 여행의 추억을 되새겨주는 역할을 한다. 아직 방문해보지 못한 사람에겐 그 지역을 가 보고 싶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세븐일레븐의 도쿠시마 라면은 도쿠시마에 가고 싶게 만드는 맛이었을까.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서 맛봤다.

도쿠시마 가고 싶다

도쿠시마 라면은 간장 베이스의 쇼유 라멘과 돈골 베이스의 돈코츠 라멘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 진한 돈코츠의 맛이 있으면서도 간장 맛이 느끼함은 잡아준다. 날계란 대신 계란 블록이 추가로 들어 있는데 제법 풍성하다. 도쿠시마 라면의 필수 요소인 청귤 소스도 별도로 포함돼 있다.

넣기 전엔 '구색 맞추기'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실제로 국물을 마실 때 청귤즙의 상큼함이 느껴진다. 라면에 귤즙이라고 하면 '괴식'같아 보이지만 똠얌꿍이나 쌀국수에 라임즙이나 레몬즙을 넣는다는 걸 생각하면 '정통파'에 가까운 조합이다.

요즘 트렌드에 맞춰 뜨거운 물을 부은 후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조리법을 '추천'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방식보다 면의 쫄깃함이 더 살아나 '라멘'같은 느낌을 준다. 국물은 돈코츠보다는 쇼유에 가깝다. 쇼유라멘에 바디감을 살리기 위해 돈코츠 국물을 더한 구성이다. 

세븐일레븐의 도쿠시마 라면/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기획 의도만 보면 이벤트성 '관광라면'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제대로 된 맛이다. 쫄깃한 면과 맑은 국물의 조합이 좋고 계란 블럭도 고소한 맛을 배가시켜준다. 청귤 소스는 '킥'이다. 평범할 수 있었던 컵라면에 화사한 맛을 더해주고 이국적인 분위기까지 조성한다. 

패키지에는 깨알같이 도쿠시마현의 추천 여행 코스와 맛집·쇼핑·숙박 정보를 담은 QR코드까지 실었다. 아무 생각 없이 컵라면 한 그릇을 먹다가 나도 모르게 도쿠시마행 항공권 가격을 알아보게 될 수도 있다. 이스타항공은 이 제품을 인천-도쿠시마 노선 기내식으로도 활용한다. 

컵라면으로도 훌륭한데 실제로 도쿠시마에 가서 직접 날계란과 청귤즙을 짜 넣은 도쿠시마 라멘을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이런 생각이 문득 든 걸 보니 이 제품은 '성공적'이다. 편의점에 가서 지역 특화 라면을 먹고 그 지역에 방문한다? 여행과 유통, 식품이 만나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성과물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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