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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소생]화제의 변우석 비빔면, '뜨빔'이냐 '찬빔'이냐

  • 2024.08.29(목) 15:03

팔도, 간장 베이스 팔도비빔면2
후추와 마늘 맛 강한 간장 비빔면
뜨겁게 먹으면 후추 풍미 강해

팔도의 팔도비빔면2/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 [편집자]

기승전팔도?

비빔면 시장은 변화무쌍한 것 같으면서도 큰 변화가 없는 시장이다. 제조사들은 매년 새로운 비빔면을 내놓지만 결국엔 '고추장 소스에 비벼 차갑게 먹는 라면'이다. 비빔면 시장을 이끄는 팔도비빔면이 이 시장에 기준을 세우면서 점유율과 인지도가 떨어지는 경쟁사 제품들도 '팔도비빔면'이 기준이 될 수밖에 없었다.

기껏해야 매운맛의 정도나 색다른 고명, 킥이 되는 신 맛을 무엇으로 내느냐 정도가 차별점이다.  물론 이전에도 샐러드 타입의 비빔면인 드레싱누들, 불고기소스에 비빈 불고기비빔면, 피자비빔면, 참치비빔면, 양념치킨비빔면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래픽=비즈워치

천편일률적인 비빔면 시장에 균열이 생긴 건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의 등장 이후다. 불닭볶음면은 비빔면과 많이 닮아 있다. 찬물에 면을 헹구지 않는다는 것만 제외하면 불닭볶음면은 '불닭비빔면'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시장은 보수적이다. 업계에서는 아직까지도 불닭볶음면을 비빔면류로 포함시키지 않는다. '차가워야' 비빔면이라는 식이었다.

그러나 팔도비빔면보다 불닭볶음면을 더 많이 먹게 된 1020세대에게 '뜨거운 비빔면'은 그리 이상한 음식이 아니었다. 찬물에 면을 헹군 후 따라내는 '찬빔면' 조리법은 편의점에서 라면을 소비하는 1020에게 너무나 귀찮은 일이었다. 결국 '뜨빔면'의 시대가 왔다. 제조사들도 조리법에 '뜨빔면 레시피'를 추가하기 시작했다. 

업계 1위 팔도 역시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다. 그간 다양한 배리에이션을 내놓으면서도 '팔도비빔면' 브랜드의 정체성은 지켰던 원칙을 깨고 '팔도비빔면Ⅱ(2)'를 내놨다. 최근의 비빔면 트렌드를 전격 수용해 뜨겁게 먹는 '뜨빔면' 방식을 강조함은 물론 소스 베이스도 고추장이 아닌 간장으로 바꿨다. 비빔면의 원조 팔도의 도전은 성공적이었을까.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서 알아보기로 했다.

팔도비빔면2냐 꼬간초2냐

팔도가 간장 베이스 비빔면을 내놓은 건 팔도비빔면2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2년 '꼬간초'로 간장 베이스 비빔면을 테스트했다. 꼬간초는 참기름과 간장, 식초로 맛을 낸 제품이었다. 당시 유행하던 들기름 막국수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평가는 나쁘지 않았지만 판매량은 높지 않았다. 결국 올해 초 단종 수순을 밟았다. 

팔도비빔면2는 꼬간초의 실패를 교훈삼아 다방면에서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다. 다소 단조로운 짠맛을 내는 간장 베이스 비빔면의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팔도비빔면2는 스프를 크게 강화했다. 간장뿐만 아니라 가쓰오부시, 굴소스, 해물, 마늘, 후추 등 다양한 재료로 소스 맛의 깊이를 더했다.

팔도비빔면2의 면과 스프/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면도 바꿨다. 그간 팔도는 팔도비빔면에 사용하는 얇고 하얀 면을 고수해 왔다. 꼬간초는 물론 마라왕 등 다른 비빔면 라인업에도 이 면을 썼다. 부드럽고 먹기 편해 좋다는 소비자도 많지만 씹는 맛이 없어 싫다는 소비자도 많았다. 하지만 팔도비빔면2는 기존 팔도비빔면보다 굵은 면을 사용해 식감에 변주를 줬다. 

초반 반응은 좋다. 출시 2주 만에 누적 판매량 300만개를 돌파했다. 현재 업계 2위 비빔면인 농심 배홍동이 출시 1개월 만에 700만개가 팔렸다는 걸 감안하면 배홍동 못지 않은 판매량이다. 광고모델인 배우 변우석의 인기도 한 몫 했다는 평가다. 더 눈에 띄는 건 기존 팔도비빔면과의 카니발라이제이션(잠식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맛 카테고리를 완전히 바꾼 덕이다. 실제 팔도비빔면2 출시 후 팔도비빔면 전체 판매량은 전년 대비 6%가량 증가했다.

팔도비빔면2? 팔도볶음면!

팔도는 포장 뒷면 조리예에 뜨겁게 먹는 방식과 차갑게 먹는 방식을 모두 기재했다. 기존 팔도비빔면이 차갑게 먹는 방식을 크게 표시하고 뜨겁게 먹는 방식은 보조적으로 표시한 것과 달리, 팔도비빔면2에는 뜨겁게 먹는 방식을 먼저 기재해 '뜨빔면'에 무게를 뒀다. 그래서 뜨거운 방식과 차가운 방식을 모두 먹어보고 비교해 보기로 했다.

두 방식 모두 조리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뜨거운 비빔면은 면을 4분간 끓이는 반면, 차가운 비빔면은 5분30초를 끓이도록 권장하고 있다. 차가운 물에 식히면서 면이 탄탄해지는 만큼 면을 더 익히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청경채와 당근 건더기가 푸짐하게 들어가 옅은 간장색 면에 색을 입혀 줘 시각적으로 만족스럽다. 다만 맛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뜨겁게 먹는 방식으로 조리한 팔도비빔면2/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먼저 뜨거운 비빔면으로 만들어 시식해 봤다. 간장맛보다는 후추와 마늘 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간장 비빔면이라기보단 '후추 비빔면'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후추가 많이 들어간 만큼 맵기도 상당하다.

기존 팔도비빔면이 경쟁 브랜드인 배홍동, 진비빔면에 비해 덜 매운 반면 팔도비빔면2는 웬만한 매운 비빔면류 못지 않게 화끈한 맛을 자랑한다. 후추와 마늘 등 알리신과 피페린 계열 매운맛은 캡사이신 위주의 기존 비빔면과 궤를 달리한다. 특히 뜨거운 면과 후추가 만나니 향이 배가된다. 뜨빔면으로 추천하는 이유가 있다.

다만 '정통파'인 차가운 비빔면의 경우 맛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진다. 면이 차가워 후추와 마늘의 향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장점도 있다. 간장 소스의 해물 풍미를 조금 더 강하게 느낄 수 있고 오일 성분과 함께 매끄럽게 넘어가는 면의 촉감도 '찬빔면' 쪽이 한 수 위다. 그래도 오리지널 팔도비빔면의 매콤달콤한 맛을 이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본 리뷰는 기자가 팔도로부터 제품을 제공받아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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