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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리테일의 'AI' 사용법…'일하는 방식'까지 바꾼다

  • 2025.06.04(수) 10:00

연중 기획 [AX 인사이트 2.0]
GS리테일 52g 권태홍 파트장·박지훈 매니저 인터뷰
자체 AI 플랫폼 'MISO' 도입
반복 업무 효율화·VOC 분석 등 활용

GS리테일 52g팀의 권태홍 파트장(왼쪽)과 박지훈 매니저. /사진=김지우 기자 zuzu@

AX(AI Transformation)는 디지털 전환(DX)를 넘어 인공지능을 활용해 기업의 변화를 추구하는 개념이다. 이제 AI 기술은 단순히 일부 업무에만 도입되는 것이 아닌, 조직문화와 경영전략의 혁신을 추진하는 데까지 쓰이고 있다. 

GS리테일은 유통업계에서 AX에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3월 GS리테일로부터 보도자료를 받았다. 보도자료의 제목은 'GS리테일, 52g 활동으로 고객과 현장 중심 인공지능 전환(AX) 본격 전개한다'였다. 올해부터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현장에서 활용하는 AX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52g는 '5pen 2nnovation GS'의 약어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주도 하에 2020년 6월 출범한 오픈 이노베이션 조직이다.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창의적 인재를 그룹 차원에서 육성하겠다는 의도로 탄생했다. 현재 52g의 구성원은 약 80여 명이다. 이들은 각 계열사 내 52g 전담조직에 속해, 현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프로젝트 형태로 해결한다.

그렇다면 편의점, 슈퍼, 홈쇼핑 등 전통 유통채널을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어떻게 AX를 진행하고 있을까. 권태홍 52g 파트장과 박지훈 52g 매니저를 만나 내부에 어떤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지 들어봤다.

"안녕하세요. '52g 크루'입니다"

지난 4월 21일 오후 2시, 서울 역삼동 GS타워에 있는 면접실. 권 파트장과 박 매니저와 인사를 나누며 건네받은 명함에는 '52g Crew'라고 적혀 있었다. 그동안 기자가 받았던 GS리테일 직원들의 명함에는 한글 이름과 직급(팀장, 매니저 등)이 적혀 있었다. 그와 달리 이들의 명함에는 영문 이름이 한글 이름 앞에 자리했다. 직급도 기재돼있지 않았다. 이들은 서로를 각각 'Hong'(권태홍 파트장)과 'Ready'(박지훈 매니저)로 부른다고 했다. 혁신 활동을 이루기 위해 수평적인 소통을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GS리테일 52g파트는 2022년에 정식 조직으로 구성됐고 2023년 공개모집 등의 과정을 거쳐 현재 팀으로 최종 결성됐다. 이들은 52g 파트를 '스쿼드(Squad)'라고 표현했다. 스쿼드는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만들어낸 애자일 조직의 일환으로, '최소 규모의 팀'을 의미한다. 특정 목표를 위해 여러 역량을 갖춘 이들이 모인 일종의 'TF팀'이라는 말이다. 그 안에는 기획자, 인재육성 담당자, UX(사용자 경험) 디자이너, 카피라이터 등 다양한 직무를 가진 9명이 근무하고 있다. 

GS리테일 '52g 협의체'가 지난 3월 1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에서 개최됐다. /사진=GS리테일

권 파트장은 "구성원들은 저마다 편의점, 슈퍼 등 처음 입사한 베이스가 다른 데다 다양한 직무를 가지고 있다보니 현업에서 해결을 요청한 문제를 공감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데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현업 부서 경험이 있는 이들이 한 곳에 모인 만큼 이해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GS리테일의 52g 구성원들은 지난해 'AX Cell' 조직을 꾸렸다. AX Cell은 현업 부서가 직접 겪는 문제를 AI로 풀어내는 현장 밀착형 조직이다. 임직원들이 AI와 친해지고, 또 직원 스스로 AI에 대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현장에 생성형 AI(Gen AI) 도입을 목표로 임직원 교육과 AI 환경 구축에 매진했다. 실무자들이 직접 생성형 AI 기술을 통해 현장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그중 도움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 '찾아오는 52g'다. 한 부서의 실무자가 '이런 어려움이 있다'고 요청하면 AX Cell이 직접 PM(프로젝트 매니저)을 맡아 프로젝트로 수행하는 방식이다. 박 매니저는 "80만개에 달하는 엑셀 데이터를 AI로 분석해달라는 직원의 요청이 AI 프로젝트로 이어지기도 했다. 또 해커톤에서 선정된 편의점 건강상품을 추천해주는 AI, 홈쇼핑 맥락형 검색 모델 등은 사업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홈쇼핑 방송의 멘트와 주문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최적의 화법을 찾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자체 AI 플랫폼까지

GS리테일의 AX는 임직원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가장 인상 깊은 점은 사내망 기반의 생성형 AI 플랫폼 '미소(MISO)'를 개발했다는 점이다. 지난 6개월 간 플랫폼을 개발해 실제 임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최근 도입했다.

미소는 GS그룹 계열사인 GS네오텍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발된 내부용 AI 플랫폼이다. GS그룹은 외부 플랫폼의 한계를 넘어 보안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갖춘 자체 AI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미소’를 개발했다.

박지훈 매니저(왼쪽)와 권태홍 파트장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김지우 기자 zuzu@

기존의 오픈AI 기반 챗GPT와 같은 AI 툴은 외부 서버를 사용하기 때문에 내부 정보를 업로드할 경우 유출 위험이 있었다. 반면, 미소는 이러한 보안 우려 없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플랫폼으로, 내부 문서를 기반으로 보고서 초안 작성, 매출 데이터 분석, 상품 추천, VOC 요약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권 파트장은 "AI는 단순히 기술적 도구가 아니라, 조직의 문제 해결 방식과 의사결정 문화를 바꾸는 매개"라면서 "직원 개인마다 AI를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더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영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단순한 텍스트 요약 수준을 넘어,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 도출과 의사결정 지원 도구로 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아야 쓰죠"

GS리테일은 AI를 업무에 정착시키기 위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임원부터 매니저까지 전 직급을 대상으로 'Gen AI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미소 활용법은 물론, 프롬프트 설계부터 AI 모델 선택까지 포함돼 있다.

박 매니저는 "AI를 제대로 쓰기 위해선 교육과 시스템이 함께 가야 한다. 왜 AI를 써야 하는지, 또 어떻게 쓸 수 있는지를 임직원에게 인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방식은 다른 기업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현재 집중적으로 검토·추진 중인 방안으로는 다양한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신상품 기획이나 시장 트렌드 예측에 활용하기, 고객의 생생한 목소리(VOC)나 홈쇼핑 방송 내용 등 비정형 데이터까지 심층 분석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직원들의 문의 응대나 정보 검색 등의 내부 업무를 효율화하는 시스템 개선하기 등이 있다.

GS리테일이 지난 4월 30일 GS타워 25층에서 GS그룹 자체 AI 플랫폼 '미소(MISO)' 오픈을 앞두고 베타 테스터로 참여 신청한 임직원들에게 설명회를 진행했다. /사진=GS리테일

올해 AX Cell의 목표는 미소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안정화시키는 데에 있다. 미소를 기반으로 실용적인 AI 활용 사례를 개발하고 확산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생각이다. 박 매니저는 "전사적인 AI 활용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직원들이 AI 활용에 어려움을 느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부 지원 체계를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인 목표 역시 △AI 역량 내재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강화 △데이터 시너지 창출 등이다. 우선 내부적으로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이들을 늘릴 뿐 아니라, 더 나아가 AI 플랫폼을 개선할 수 있는 전문가와 조직 문화를 육성할 생각이다. 또 AI를 활용해 분석한 데이터를 통해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이를 실제 비즈니스 의사결정과 업무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AI가 많은 것을 대체하는 시대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AI가 직원을 대신하면서 인력 감축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권 파트장은 "인력 감축을 우려하기보단 임직원들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단순 작업을 효율화하고, 고도화된 영역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보조수단으로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한 직원이 다른 카테고리의 업무까지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AI 플랫폼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회사의 다른 핵심 운영 시스템들과 연계해 정보 단절을 해소하고, 전사적인 관점에서 효율성을 높이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5년 뒤 GS리테일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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