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르포]튀기고 바르고…그렇게 '교촌 점주'가 된다

  • 2025.06.02(월) 14:22

교촌치킨, 정구관서 '교촌1991스쿨' 진행
반죽부터 포장까지…치킨 제조 과정 체험
튀김 로봇 도입했지만…가맹점 사용률 1%

교촌에프앤비 정구관./사진=윤서영 기자 sy@

지난달 30일 방문한 경기도 오산시 소재 교촌에프앤비의 '정구(鼎九)관'. '9개의 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곳은 '맛있는 음식을 고객과 함께 나눈다'는 교촌치킨의 가치관을 담은 공간이다. 이에 걸맞게 총 4개 층 중에서 1~3층은 가맹점주의 교육·실습시설, 4층은 메뉴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센터로 구성했다.

이날 정구관에서는 '교촌1991스쿨'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브랜드의 이해도를 높이고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둔 교촌치킨만의 차별화된 체험 행사다. 더불어 교촌 치킨의 중량과 맛을 둘러싼 각종 논란, 교촌치킨의 배달이 느린 이유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먹는 게 제일 쉬웠어요

2층에 마련된 조리실에서는 교촌치킨의 시그니처 메뉴인 '간장 한 마리(오리지날)'를 직접 만들어 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다수 직장인의 미래와도 같은 치킨집 창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다. 생각보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정이 곳곳에 숨겨져 있어 상당한 인내와 끈기가 필요했다. 그저 맛있게 먹기만 하던 치킨이 새삼 달라 보였다. 앞으로 '치킨집이나 차릴까'라는 말은 농담 삼아서라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먼저 교촌치킨은 당일에 들어온 닭을 곧바로 사용하지 않는다. 21조각으로 닭을 토막낸 뒤 하루에서 이틀간 냉장고에서 숙성하는 작업을 거친다. 핏물과 수분을 제거해 육질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교촌치킨의 '시크릿 레시피'다. 집에서 닭고기를 우유에 잠깐 재워두는 방법으로는 교촌치킨을 감히 따라 할 수 없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교촌치킨 '간장 한 마리'를 만들기 위해 튀김 반죽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윤서영 기자 sy@

이렇게 숙성된 닭에는 미리 소분한 밀가루 한 팩과 물을 섞은 튀김 반죽을 묻혔다. 반죽 농도가 상당히 묽었다. 물을 많이 넣은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이는 소스가 치킨에 잘 묻도록 하기 위한 하나의 비결이었다. 교촌 관계자는 "허니 시리즈를 제외한 간장과 레드, 마라레드 시리즈는 물 반죽을 하고 있다"며 "소스로 맛을 내는 제품들이기 때문에 튀김 옷을 최대한 얇게 입히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때까지는 나름 순조로웠다. 당장 치킨집을 차려도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튀김 옷을 입힌 닭고기를 튀김기에 넣자마자 마음이 달라졌다. 몰래 간직해온 치킨집 사장님이라는 꿈도 튀김기 속으로 날려보냈다. 열기로 가득한 이곳에서 닭을 튀기고, 기름을 털어내는 작업을 12분간 두 번씩 반복해야 한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꼼짝할 수 없었다.

교촌치킨의 튀김 로봇./사진=윤서영 기자 sy@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촌치킨은 '튀김 로봇'을 도입했다. 점주들의 노동 손실을 줄이겠다는 취지에서다. 실제로 튀김 로봇과 연동된 태블릿에서 '오리지날' 버튼을 누르자, 튀김 로봇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1차로 튀긴 닭을 건져 재벌 튀김기로 옮겼고 동그란 채반을 위아래로 움직여 기름을 털었다. 업무 강도가 높은 작업 대부분을 대신했다.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건 가장 처음 닭고기를 튀김기에 투입하는 일과 남은 튀김 찌꺼기를 걸러내는 정도였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교촌치킨 대부분은 직원들이 뜨거운 튀김기 앞에서 '초벌→성형→재벌→성형'의 과정을 거친 제품일 가능성이 크다. 튀김 로봇을 설치한 매장은 현재까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기준 총 1359개의 교촌치킨 가맹점 중 튀김 로봇을 도입한 매장은 1%(25개)에 불과했다. 인건비를 줄이고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람과 달리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데다, 고장 시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 점주들이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다.'3'에 담긴 정성

튀김과 함께 핵심이 되는 소스 도포 작업도 정성이 필요했다. 치킨 브랜드들은 일반적으로 튀긴 닭과 소스를 스테인리스 그릇에 한 번에 넣고 흔든다. 다만 교촌치킨은 치킨 조각 하나하나에 일일이 붓질을 해야 했다. 붓을 소스에 3㎝ 담근 다음 세 번을 바닥에 털고, 한 면당 세 번씩 붓질을 해야 하는 게 철칙이다. 상당한 노동력을 요구하는 작업이었다.

특히 소스가 고르게 발리고 있는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싱거운 것보다 짠 게 낫겠다는 마음에 붓질 횟수를 다섯 번, 열 번으로 늘렸다. 왼팔이 후들거렸다. 여기에 치킨 조각 수도 많아 바르는 속도는 점점 더뎌졌다. 소스를 바르는 데만 정확히 18분이 걸렸다. 닭 한 마리를 튀기고도 남는 시간이다. 차게 식은 치킨을 손님에게 내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아찔했다.

기자가 튀긴 닭에 직접 간장 소스를 바르고 있는 모습./사진=윤서영 기자 sy@

제조 과정마다 노력을 기울인 탓에 생긴 논란도 적지 않다. '닭고기양에 차이가 있다'는 것과 '나트륨 범벅'이라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먼저 교촌치킨은 양이 적은 건 사실이지만, 작은 닭을 사용하진 않는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이날 간장 치킨을 만드는 데 사용된 닭은 10호였다. 숙성 후 중량은 957g다. 이후 조리 과정을 거치고 무게를 다시 재본 결과 655g으로 줄었다. 눈앞에서 순식간에 300g이 사라졌다.

이조은 교촌에프앤비 아띠교육팀 책임은 "얇은 튀김 옷은 물론 경쟁사 대비 닭의 조각 수와 튀기는 횟수가 더 많다는 점이 원인"이라며 "중량을 늘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기에 집착하기보다 맛있는 치킨을 선보이기 위한 레시피들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촌치킨 간장 한 마리 완제품./사진=윤서영 기자 sy@

교촌치킨이 짜다는 오해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교촌치킨에 따르면 간장 한 마리의 나트륨 함량은 257㎎이다. 치킨의 평균 나트륨 함량(427㎎)보다 170㎎ 낮았다. 교촌 관계자는 "간장 5g의 나트륨 수치는 소금 1g과 같다"며 "간장에 든 펩타이드와 아미노산이 맛의 풍미를 돋구는 역할을 하는데, 이 중 감칠맛이 짠맛을 상승시키면서 짜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촌치킨은 앞으로도 '진심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정성을 담은 치킨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이 책임은 "속도는 느리더라도 고객에게 맛있는 치킨을 대접하기 위해 고수해온 방식들이 30년 이상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면서 "이제는 국내를 넘어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글로벌 종합식품 외식 그룹으로 도약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