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 '오리지널' 아닙니다
프랜차이즈 기업들에게 있어 브랜드명만큼 중요한 게 있습니다. 바로 '메뉴명'입니다. 맥도날드 하면 '빅맥'이고, 버거킹 하면 '와퍼'가 떠오르죠. 배가 고플 때 "햄버거 먹고 싶다"가 아니라 "빅맥 땡긴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잘 만든 메뉴 이름 하나가 그 브랜드를 통째로 견인할 수 있습니다.
치킨업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 비슷한 '닭 튀김' 같지만 그랬다면 K치킨이 지금의 위상을 자랑하지 못했겠죠. BBQ 하면 '황올치(황금올리브치킨)'구요. bhc는 '뿌링클' 하나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이들과 함께 '3대 치킨 프랜차이즈'로 불리는 교촌치킨 역시 '간장치킨'으로 지금의 치킨 왕국을 세웠죠.
그런데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교촌치킨에서는 '간장치킨'을 팔지 않습니다. 간장치킨으로 대한민국 치킨 시장을 평정한 교촌치킨인데 이게 무슨 소리냐구요? 사실 교촌치킨이 판매하는, 우리가 좋아하는 그 간장치킨의 정식 메뉴명은 '교촌 오리지날'이기 때문입니다. 권원강 회장이 교촌치킨을 창업할 때부터 '마늘간장맛 치킨'의 이름은 '교촌'이었습니다.
여기엔 또 두 가지 비밀이 있습니다. 메뉴명의 '교촌'은 물론 간장맛 치킨이라는 걸 의미하죠. 그럼 오리지날은? 이 역시 교촌이 원래 간장치킨 맛집이었으니, 간장치킨을 의미하는 거 아닐까요?
네 아닙니다. 교촌치킨에서 '오리지날'이라고 하면 윙이나 봉, 닭다리 등 특수부위가 아닌, 일반적인 '한 마리 치킨'을 의미합니다. 교촌치킨을 자주 찾는 사람들이야 익숙하겠지만, 평소에 다른 브랜드를 즐기던 사람이라면 교촌치킨만의 메뉴명 체계가 헷갈릴 만하죠. 그래서 교촌에프앤비는 이달부터 주요 메뉴의 이름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습니다.
다 바꿨다
우선, 간장치킨 시리즈인 '교촌'은 '간장'으로 바꿨습니다. 교촌 콤보는 간장 콤보, 교촌 순살은 간장 순살입니다. 소비자들이 가장 헷갈려 하는 '오리지날'이라는 이름도 '한 마리'로 바꿨습니다.
교촌에프앤비에 따르면 '오리지날'은 소비자들이 주문 과정에서 가장 혼동이 많았던 명칭입니다. 보통은 교촌치킨에서 오리지날 치킨이라고 하면 간장맛 치킨을 의미하는 거라고 생각하겠죠. 이를 보다 직관적인 '한 마리'로 바꾸면서 이제 간장맛 치킨 한 마리를 의미했던 메뉴명 '교촌 오리지날'은 '간장 한 마리'로 바뀝니다. 정말 직관적이죠?
교촌 측은 "지금의 교촌을 있게 한 교촌의 시그니처 소스인 간장 소스의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알리고자 개편한 것"이라며 "오랜 기간 교촌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해 온 만큼 제품명에서 간장소스의 맛과 풍미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도록 했다"고 개편 이유를 설명했죠.
이와 함께 제품명에 무의미하게 포함돼 있던 '교촌'도 전부 뺐습니다. 앞서 '교촌'이라는 메뉴명이 간장맛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이밖에도 옥수수맛 치킨에도 '교촌옥수수', 후라이드와 양념에도 '교촌후라이드', '교촌양념' 등 교촌이라는 이름을 붙여왔습니다.
이번 개편으로 각각 허니옥수수·후라이드치킨·양념치킨으로 바뀌었죠. 또 '싱글 시리즈'는 다양한 부위육을 취급할 것 같은 이름과 별개로 '윙' 제품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 '싱글윙 시리즈'로 바꿨습니다.
교촌≠간장
교촌치킨이 메뉴명을 바꾸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소비자들의 오인을 줄이기 위함입니다. 교촌에프앤비 측도 그렇게 밝히고 있죠. 비대면 주문이 늘면서 제품 정보가 메뉴명에 직관적으로 담기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맹점도 제품에 대한 부가 설명이 필요 없으니 주문과 매장 운영이 한결 수월해지겠죠.
이는 모바일 중심으로 전환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산업 구조와도 연관이 깊습니다. 전화로 주문하거나 매장을 직접 방문할 때는 메뉴명에 따른 혼선이 적습니다. "간장 치킨 한마리요"라고 말해도 교촌 오리지널을 받아보는 데 아무 문제가 없죠.
하지만 배달 앱이나 자체 앱을 사용할 때는 소비자가 온전히 메뉴명과 사진으로만 맛을 판단해야 합니다. 메뉴명이 직관적이지 않으면 그만큼 많은 추가 정보가 필요하죠. 그리고 소비자는 귀찮은 선택을 싫어합니다.
이번 제품명 변경에서는 30년 넘게 이어져 온 교촌치킨의 성장도 읽힙니다. 사실 젊은 층에게 교촌치킨은 '간장치킨 맛집'이 아니라 '허니콤보 맛집'입니다. 실제로 판매량 역시 허니콤보가 교촌 전체 매출 1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이번 제품명 변경의 핵심은 '교촌=간장'이라는 이미지의 탈피입니다. 이제 더 이상 교촌치킨이 '간장치킨만 파는 곳'이 아니라는 점을 메뉴명 교체로 천명한 겁니다.
교촌의 다음 목표는 '네 번째 메뉴'를 발굴하는 겁니다. 현재 교촌치킨 매출의 90%는 간장과 레드, 허니 등 3개 라인업이 내고 있습니다. 이후 블랙시크릿, 옥수수 등의 신메뉴를 내놨지만 '4대 메뉴'가 되진 못했죠.
교촌에프앤비는 매출 비중이 5~10%를 달성하면 간장·레드·허니에 이은 4번째 메뉴에 안착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간장치킨 맛집' 이미지를 벗어던진 교촌이 다음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까요. 교촌의 다음 신제품이 기다려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