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해볼 생각이 있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의 커뮤니케이션부문 사회공헌팀으로부터의 연락이었다. 서울 구산초등학교 특수학급 학생들과 서울어린이대공원으로 체험학습을 가는 활동이라고 했다. 여러 취재 요청을 받아봤지만 이런 봉사활동 제안은 새로웠다. 순전히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흔쾌히 수락했다. 지난 20일이 '장애인의 날'이었던 만큼 의미 있는 활동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봉사일이 다가올수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성인이 된 후로 적십자 회비를 내거나 구세군 냄비에 기부해본 경험은 있어도 이런 봉사활동을 해본 적은 없었다. 도움이 안 되면 어쩌지 하는 우려와 함께 특수학급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모두 기우였다.
특별한 아이들을 위한 교육
이 봉사활동은 교촌에프앤비의 '바르고 봉사단'의 올해 첫 활동이었다. 바르고 봉사단은 교촌의 임직원, 가맹점주, 이들의 가족들로 구성된 '교촌가족'이 참여하는 봉사단이다. '바르고'라는 이름에는 '붓으로 소스를 바르는 교촌만의 정직한 조리법과 나눔을 위해 올곧고 바르게 간다(GO)'라는 의미가 담겼다.
바르고 봉사단 활동에 앞서 지난 25일 오전 온라인으로 사전 교육이 진행됐다. 교촌에프앤비의 사회공헌 활동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장애란 무엇인지 등을 알려주는 교육이었다. 바르고 봉사단 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교촌가족들은 이 같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교육을 통해 장애인은 신체 일부나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의 제약을 받는 사람을 뜻하는데 한국에서 장애인으로 등록된 사람 중 90%는 후천성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히 봉사단이 만나게 될 아이들은 발달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안내가 이어졌다. 발달장애는 신체·언어·인지·사회성 등의 전반적인 발달이 지연되는 경우를 통칭하는 말로 지적 장애와 자폐 스펙트럼으로 분류된다고 했다.
이와 함께 봉사활동 내용과 만나게 될 아이들에 대한 간략한 정보도 미리 제공됐다. 아이들은 서울 은평구 구산초등학교 특수학급 소속이었다. 김지우 교촌에프앤비 사회공헌팀장은 "특수학급은 장애 학생의 학교 적응을 돕고 건강한 자립심 등 사회성 향상을 위해 교내에 설치된 '특별한(SPECIAL)' 반"이라고 설명했다. 체험학습은 봉사단 1명과 학생 1명을 일대일로 매칭하는 짝꿍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짝꿍이 된 아이는 올해 3학년인 정현우 군(가명)이었다. 현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성격인지 등에 대한 정보를 미리 듣고 나니 기대와 걱정이 반씩 교차했다.
사전 교육부터
그리고 마침내 28일. 체험학습의 날이 됐다. 교촌에프앤비 임직원, 가맹점주의 가족, 기자 등으로 구성된 16명의 바르고 봉사단은 서울어린이대공원 앞에서 아이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미니버스에서 가장 먼저 뛰어내린 아이가 현우였다. 현우는 짝꿍에게 주려고 킨더조이 초콜릿을 챙겨온 다정한 아이였다.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낯가림은 전혀 없었다. 먼저 손을 잡아오면서 "학교에서 여기까지 1시간 11분 걸렸다"고 조잘대는 그런 아이였다.
봉사단과 아이들은 오전 10시께부터 오후 2시까지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나들이를 즐겼다. 이번 체험학습은 특수학급 학생들이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고 타인과 교류하면서 사회적 관계를 자연스럽게 넓혀갈 수 있도록 마련됐다.

이날은 유독 햇살이 따뜻하고 바람이 시원한 날이었다. 현우는 넓은 동물원 이곳저곳을 씩씩하게 뛰어다녔다. 프레리독 같은 작은 동물, 호랑이와 같은 맹수, 초식동물, 바다동물까지 쉬지도 않고 동물원의 각 관을 돌파했다. 에너지가 넘치는 평범한 초등학교 3학년 소년다웠다. 그렇다고 무작정 행동하는 아이도 아니었다. 무리에서 떨어지면 다시 친구들을 찾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잘 인지할 정도로 규칙을 잘 지켰다.
손을 잡고 걷는 내내 현우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방과 후에는 무얼 하는지, 학교 수업에선 뭘 좋아하는지를 이야기했다. 자신이 아는 지식을 뽐내기도 좋아했다. 이런 현우의 모습은 친한 친구의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비슷했다. 현우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평범한 초등학생들과 다를 바 없었다. 가끔 걷기 힘들어 주저앉거나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특수학급 교사들과 단원들이 함께 다독이면 금세 평온한 모습을 되찾았다. 고학년인 아이가 저학년인 동생을 챙기기도 했다.
소중한 추억
오후 자유시간이 되자 현우는 '예쁜 솔방울'을 찾아 나섰다. 자연에 호기심이 많을 나이였다. 공원에는 많은 소나무들이 있었고 거기서 떨어진 작은 솔방울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현우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더 예쁜 솔방울을 원했다. 나뭇가지를 꺾으려는 아이를 제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봉사자 입장이다보니 아이를 훈육해도 되는지 고민이 됐다. 그때 특수학급 선생님이 다가왔다. 선생님과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온 현우는 "함부로 생명을 해쳐서는 안 된대요"라며 선생님에게 배운 것을 설명해줬다. 가르치면 금세 알아듣는 아이였다.
지난 온라인 교육 당시 "발달장애인도 많은 훈련 과정을 통해 일정 부분 자립할 수 있으며 지원을 통해 충분히 사회생활이 가능하다"고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현우도 분명 비장애 어린이들처럼 평범하게 잘 자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날 체험학습은 너무 순식간에 끝나 아쉬움이 남았다. 현우는 학교로 돌아가는 미니버스에 제일 먼저 탑승했지만 문 앞 자리에서 계속 손을 흔들었다. 다른 아이들이 탑승하는 동안에도 현우는 계속 손을 흔들었다. 그러면서 계속 "저에게 소중한 추억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외쳤다. 현우에게 해준 것이라고는 몇 시간을 들여 손을 잡고 걸어준 것뿐이었지만 오히려 현우에게 오히려 '추억의 기회'를 받은 하루였다. 현우 같은 아이들을 또 만나기 위해 이런 봉사활동을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봉사활동을 시작으로 바르고 봉사단은 올해도 다양한 현장을 찾아 나눔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교촌가족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이번 활동이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추억으로 남고, 새로운 환경 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바르고 봉사단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나눔을 실천하며 함께 성장하는 가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