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모레퍼시픽이 미국 화장품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에 치우친 해외 실적을 다변화하기 위해 신흥 시장으로 점찍었던 미국이 이제는 최대 매출처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전개 중인 브랜드와 현지 소비자의 접점을 늘리는 방식을 통해 시장 확대에 공을 들이겠다는 계획이다.예열은 끝났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미국에서 자사 브랜드들의 유통망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숍인 '세포라'와 독점 파트너십을 맺고 현지 유통 채널에 진출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그간 온라인 판매를 통해 시장성을 검증한 만큼 쌓아온 인지도를 바탕으로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월 더마 뷰티 브랜드 '에스트라'의 미국 진출을 공식화했다. 현지 소비자들의 더마 스킨케어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에스트라는 현재 400개가 넘는 미국 세포라 매장과 온라인 플랫폼인 세포라닷컴에 입점을 마친 상태다.
지난 달에는 에스트라와 같은 방식으로 '한율'의 미국 공략을 본격화했다. 한율을 앞세워 한국의 전통적인 원료와 효능을 알리기 위해서라는 게 아모레퍼시픽의 설명이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해외 고객들에게 익숙한 '유자' 수면 팩과 토너 패드 등 한율의 베스트셀러부터 시그니처인 스킨케어 라인까지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럭셔리 브랜드인 '설화수'도 오프라인 판매 채널을 늘리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화장품 편집숍과 손을 잡았다면, 설화수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럭셔리 화장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백화점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들어 총 4곳의 백화점에 설화수를 입점시켰다. 설화수는 지난 3월 뉴욕 '플러싱점'을 시작으로 로스앤젤레스의 '산타 애니타점', '사우스 코스트 플라자점', 미국 대표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에 잇따라 들어섰다. 아모레퍼시픽은 향후 설화수의 입점 매장을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다.지금이 적기
아모레퍼시픽은 성장에 탄력을 붙이기 위해 오프라인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들은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기준 아모레퍼시픽의 북미 매출은 173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63.2% 늘었다. 특히 핵심 브랜드인 설화수와 '라네즈'의 매출은 20% 이상 성장했다.

향후 성장 가능성도 크다.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은 현재 K뷰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곳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국내 화장품 업계 역시 미국으로의 수출을 늘리는 추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화장품의 대미 수출 규모는 1년 전보다 54.3% 증가한 17억100만달러(약 2조3000억원)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은 현지 유통 채널과의 공고한 파트너십을 통해 브랜드 성장과 리더십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는 아모레퍼시픽의 미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글로벌 리밸런싱'의 일환이기도 하다. 또 설화수와 라네즈를 비롯한 이니스프리 등 주요 브랜드의 신규 고객을 확대, 추가적인 브랜드들의 미국 진출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방침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미국 오프라인 진출에 대해 현지 충성 고객을 늘려 관세 충격을 흡수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으로 수출되는 국내 화장품은 10%의 기본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4월부터 90일간 유예된 상호관세(25%)가 하반기부터 발효될 경우 현지에 생산시설이 없는 아모레퍼시픽은 수출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현지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물류센터를 확장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공장을 구축해 전면 현지 생산하는 방향을 염두에 두고 있다. 맞춤형 제품 확대와 현지화를 통한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올해 미국 오프라인에 새롭게 진출한 브랜드들을 향한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은 상황"이라며 "브랜드는 물론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견고한 매출 성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