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한해 주식 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다수의 상장 바이오텍이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주주배정 및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시장에서 끌어모은 자금만 2조원을 웃돈다.
12일 비즈워치가 올 한해 주주배정 및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완료한 주요 코스닥 바이오 기업(일부 코스피 포함)을 집계해보니 40여 곳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8000억원 조달
바이오 섹터의 자금조달 규모는 최근 2~3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주주배정 유상증자 행렬은 연초부터 연말까지 이어졌다. 차바이오텍(1516억원)과 지아이이노베이션(1112억원)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각각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했다. 부광약품(893억원), 에이비온(676억원), 현대바이오사이언스(859억원) 등도 500억원 이상을 조달했다.

16개 주주배정 유상증자 기업이 모은 자금만 8000억원을 넘어선다. 현재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 중인 노을, 딥노이드, 비보존제약, 신테카바이오 등의 증자가 마무리되면 총액은 9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시장 상황을 이유로 2486억원 규모 증자를 전격 취소한 젬백스앤카엘까지 포함됐더라면 1조원을 훌쩍 넘어설 뻔했다.
대부분의 증자 이유는 연구개발 및 운영자금 마련이지만 전환사채(CB) 상환과 금융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나선 경우도 적지 않다. 과거에 발행했던 CB를 다시 유상증자로 상환하는 '돌려막기'다.
에이비온은 전환사채 만기에 따른 채무 상환에만 177억5000만원을 배정했다. 티앤알바이오팹과 코아스템켐온도 각각 224억원, 243억원을 전환사채 및 교환사채 상환자금으로 증자했다.
3자 배정 증자에 1조2000억…상장사에 VC 집결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한 3자 배정 유상증자는 한층 공격적인 양상이다. 특히 실적과 임상 성과를 바탕으로 주가 상승 기대감이 큰 상장사에 벤처캐피탈(VC) 자금이 대거 몰렸다.
HLB(2498억원), 코오롱티슈진(2231억원), 알테오젠(1550억원), 올릭스(1150억원) 등은 3자 배정 등을 통해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했다. 대규모 기술이전이나 상업화 경험이 있는 기업들에 투자가 집중된 모습이다. 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 23개 기업이 조달한 금액만 1조2000억원을 웃돈다.
올릭스, 파로스아이바이오, 이엔셀, 와이바이오로직스 등 다수의 증자에 주요 VC들이 참여해 딜을 주도했다. 상반기 기준 벤처투자사 및 신기술금융사의 바이오·헬스케어 투자 실적은 9767억원 수준으로, 이 가운데 상당액이 코스닥 상장사 투자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VC 업계 한 관계자는 "비상장 후속 투자 회수 창구가 막히면서 이미 상장된 바이오텍 가운데 주가 상승 여력이 있는 곳에 관심이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상장 임박 기업 쏠림 속 얼어붙은 초기 바이오 투자

비상장 기업 투자는 기업공개가 임박했거나 일정 성과를 낸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전체적인 투자 규모와 기업 수는 늘었지만 철저한 옥석 가리기가 여전히 이어지는 모습이다.
기업공개 시장의 훈풍이 반영돼 이미 상장한 에임드바이오(pre IPO, 511억원)를 비롯해 1~2년 내 상장 가능성이 있는 아이엠바이오로직스(pre IPO, 422억원), 피노바이오(pre IPO, 130억원), 사이러스테라퓨틱스(시리즈C, 215억원), 리스큐어바이오사이언스(pre IPO, 200억원), 소바젠(시리즈B 브릿지, 235억원) 등에 돈이 몰렸다.
차기 상장 후보로 꼽히는 일리미스테라퓨틱스(시리즈B, 580억원), 큐어버스(시리즈B, 290억원), 메디맵바이오(시리즈B, 256억원), 뉴냅스(시리즈B, 130억원), 넥스아이(시리즈B, 610억원) 등도 상장사 못지 않은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하지만 바이오생태계의 시작인 초기 바이오텍 투자 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은 상황이다. 특히 신약개발 바이오텍에 대한 투자는 극히 저조하다. 투자 사례도 에프엔씨티바이오텍(시리즈A, 60억원), 캅스바이오(pre A, 76억원), 엘피스셀테라퓨틱스(시리즈A 브릿지, 50억원), 클리켐바이오(pre A 1차, 20억원) 등 소수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시리즈A 등 초기 바이오텍 특히 신약개발기업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다수가 정부 과제에 의지해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초기 단계 신약개발 기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면 향후 5~10년 뒤 상장·기술이전 후보군이 급격히 줄어드는 'IPO·파이프라인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의 투자 위축이 향후 K-바이오의 성장 정체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