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에서 의약품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의약전문지 피어스파마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간)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는 '중요의약품법(Critical Medicines Act, CMA)' 규제 마련에 합의했다. 유럽이사회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정부의 장관들로 구성돼 회원국의 국익을 대변하는 정부 간 기구로, EU 최고 입법 및 주요 정책 결정기구다.
해당 법안은 유럽집행위원회가 유럽 전역에서 필수의약품 부족 사태가 증가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월 처음 제안했다. 유럽집행위원회는 EU 법안을 제안하고 정책 이행을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중요의약품법, 필수의약품·원료의약품 조달 방식 변화
중요의약품법은 EU가 필수의약품 및 원료의약품(API) 조달 체계를 다섯 가지 축을 중심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먼저 유럽집행위원회가 필수의약품이나 원료의약품이 EU 내에서 생산됐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회원국에 가이드라인과 지원을 제공하고, EU 회원국 간 의약품 비축 정보 공유 체계를 강화한다. 또 이사회는 유럽위원회에 공동조달 요청을 제출할 수 있는 최소 회원국 수를 9개국에서 6개국으로 낮춘다.
공공조달 시 가격보다 '공급망 회복력' 기준에 우선순위를 두고, EU 규제의 법적 명확성·일관성을 개선하기 위해 공공조달 지침과 용어를 일치시키는 내용도 포함됐다.
유럽이사회의 합의에 따라 유럽의회는 오는 15일 중요의약품법 개정에 대한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유럽의회는 EU 회원국 정부 대표들로 구성된 입법 기구다.
유럽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는 소피 레데(Sophie Løhde) 덴마크 내무·보건장관은 "중요의약품법은 필수의약품의 가용성을 강화하고, 부족 사태를 줄이며 유럽의 주요 보건 제품 공급망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美, 의약품 공급망 확보 위해 자국 내 생산 전환
유럽의 '중요의약품법'은 필수의약품 공급의 안정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미국이 최근 자국 내 생산 기반을 확대하며 공급망을 재정비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9월 미국 내 생산 시설이 없는 기업의 수입 의약품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해외 생산 의약품을 미국으로 들여오는 기업들을 압박해 '미국 내 생산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다만 해당 정책은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과 약가인하, 신규 투자 등 협상이 이어지면서 유예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업계의 긴장감은 유지되고 있다. 언제든 관세가 실제 적용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잠재적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고자 미국 내 생산·R&D 투자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시공·프로젝트 관리업체인 DPR건설에 따르면 올해 발표된 바이오·의약 분야 제조·연구·사업개발 투자 공약 규모만 3700억 달러를 넘어선다.
미국식품의약국(FDA)도 이에 발맞춰 국내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한 규제 정비에 착수했다. 제조시설 구축과 인허가 절차를 보다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업계와의 소통을 사전 단계에서 강화하는 'FDA 프리체크(PreCheck)' 프로그램 초안을 공개했다.
또 민주당과 공화당 협력 그룹(Bipartisan Group)은 지난달 말 '미국 바이오파마 제조센터(센터 오브 엑셀런스)' 설립 법안을 발의했다. 이 센터는 제조 혁신을 촉진하고, GMP 컨설팅, 전문 인력 교육 등을 제공해 미국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역량을 체계적으로 키우는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다.
한편,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국내 필수의약품 공급중단이 늘어나면서 정부가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