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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바이오워치]그레일 도전, '피 한방울'로 암 잡을까

  • 2025.11.23(일) 10:00

삼성전자·삼성물산 1억1000만달러 베팅
기술은 여전히 미완성 단계…내년 분수령

"혈액 한 방울로 50종의 암을 조기 진단한다."

미국 대형 바이오텍 그레일이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그레일에 총 1억1000만달러(약 1600억원)를 투자하면서다. 삼성물산은 이번 투자로 그레일이 보유한 다중암 조기진단 제품인 갤러리(Galleri)의 국내 독점 유통권도 확보했다. 

혈액이나 체액으로 암을 진단하는 액체생검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기술로 주목받았지만 혈액에 극소량의 암세포 조각을 찾아내야 하는 기술의 한계로 발전이 더딘 상태였다. 그레일은 과연 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1억달러 스핀오프의 탄생, 높았던 액체생검의 벽

그레일은 2016년 세계 최대 유전체 검사 장비업체 일루미나에서 스핀오프한 기업으로, 창업 첫 해 1억달러라는 초대형 시리즈A 투자를 받으면서 주목받았다. 2017년, 2018년에 이어진 시리즈B, C 투자로도 13억 달러 이상을 모았다. 

그레일의 미션은 명확했다. 혈액으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것. 특히 아무런 증상이 없는 0기, 1기암까지 혈액으로 찾아내 암 진단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암 환자를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암을 골라내지 못하거나(민감도), 암이 아닌 사람을 오진(특이도)하는 비율이 높으면 기존 암 검진 시스템을 무력화해 오히려 의료체계를 혼란에 빠트릴 수 있어서다. 

시장의 기대만큼 초기 연구 결과는 긍정적이지 않았다. 미국, 캐나다 인구 약 1만50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는 99.5%의 특이도를 보여줬지만 1기 암을 발견하는 민감도는 10%대 중후반에 불과했다. 그레일의 혈액 암 검사 결과를 믿고 있다간 오히려 암을 조기에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수 있는 것이다. 

이 정도로는 상업화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고 그레일에 대한 기대치는 낮아졌다. 

기술 고도화와 갤러리의 재도전

그러나 그레일은 포기하지 않았다. 기존 임상 연구를 토대로 혈액 암 조기진단 검사를 고도화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갔다. 

암 50종을 혈액으로 진단하는 갤러리라는 제품을 확립했고, 이를 입증하기 위한 대규모 연구를 계속했다. 미국에서 약 6600명 대상으로 대규모 연구를 진행했고 1, 2기 암에 대한 민감도는 대략 27~37%, 특이도는 99% 이상의 결과를 얻었다. 

이 역시 '조기 진단 혁명'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애매한 결과지만 기술 고도화를 통해 난제를 극복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레일은 미국 내에서 갤러리를 일단 상업화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없이도 검사를 할 수 있는 실험실 개발검사(LDT) 형태로 판매 중이다. LDT는 보험혜택도 없어 환자가 자부담을 해야 한다. 그렇게 그레일은 지난해 매출 총 1억2560만달러를 만들어냈다. 

14만명 대상 대규모 임상 진행…내년 분수령

그레일은 현재 영국에서 14만명 대상으로 한 대규모 갤러리 임상시험을 2026년 완료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영국 보건부(NHS)가 직접 수행하는 이 임상은 '국가 단위 스크리닝' 적용 가능성을 평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 연구다.

영국 임상이 긍정적인 결과를 내면, 이를 기반으로 FDA 승인과 보험 적용이 추진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갤러리는 글로벌 암 조기진단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자리잡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투자도 이러한 시장 변화를 선제적으로 겨냥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레일의 기술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라 성패를 예단하기 어렵다"며 "결국 데이터가 판단할 것이다. 향후 1~2년이 기술의 진짜 가치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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