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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탄저 백신 주권 확보…다음 스텝은?

  • 2025.12.11(목) 10:00

질병청·녹십자 개발 국산 탄저백신 탄생
수익성 한계, 국제 인증·해외 수출 과제

2019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로 확산하면서 '백신 주권'의 중요성이 대두됐습니다. 백신 주권이란 한 국가가 백신을 직접 연구·개발·생산·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외부 의존 없이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당시 코로나 바이러스가 수천·수만 명 단위로 빠르게 확산하자 이를 억제할 백신 개발이 최우선 과제가 됐습니다.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백신 개발에 성공한 건 미국 제약기업인 화이자였습니다. 그러나 급격한 수요 폭증 속에서 미국 정부는 '자국 우선 공급' 정책을 펼쳤고 그 결과 많은 국가들은 백신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혼란을 겪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코로나 백신 공급이 지연되면서 백신 주권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코로나를 계기로 미래 감염병 대유행(팬데믹)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백신 자급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죠.

이런 가운데 최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질병관리청과 GC녹십자가 공동 개발한 탄저백신 '배리트락스주(Barythrax)'가 지난 8일 첫 출하를 시작했는데요. 이는 우리나라가 생물테러 위협과 감염에 대응할 수 있는 탄저 백신을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개발해 안정적으로 생산, 공급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로 '백신 주권 확보'의 첫걸음을 내딛은 겁니다.

탄저균, 치사율 95%...국제적 관리 대상 병원체

탄저균은 흙 속에서 사는 그람양성(그람 염색이라는 미생물 분류법에서 보라색 또는 감청색으로 염색되는 세균) 포자 형성균으로, 소·양 등 초식동물에 탄저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입니다. 사람은 감염된 동물과의 접촉, 오염된 가죽·털 취급, 감염 동물의 고기 섭취, 또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탄저균 포자 흡입을 통해 감염될 수 있습니다. 

탄저균 포자는 열과 소독에도 강해 생존력이 매우 높으며, 흡입할 경우 치명적인 호흡기 탄저병으로 발전해 대표적인 생물학적 위험균으로 분류됩니다. 초기에는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빠르게 악화돼 쇼크나 사망에 이를 수 있으며, 치사율은 무려 95%에 달합니다.

국내에서는 1950~1960년대 80여명이 탄저균에 감염됐고, 동물 예방접종이 도입되면서 발병이 급격히 줄었습니다. 이후 극히 드물지만 폐사한 소를 날로 먹거나 소의 부산물을 다루는 과정에서 탄저균에 노출돼 탄저병이 발생한 사례들이 간혹 발생해왔습니다. 

국내 감염 사례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탄저는 일반 대중에게는 낯선 질병입니다. 하지만 생물테러 악용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국제사회에서는 오래전부터 전략적 관리 대상 병원체로 다뤄져 왔습니다.

질병청·녹십자, 28년 공동 연구개발 '결실

질병청(당시 국립보건원)은 생물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1997년 탄저백신 개발 지원에 나섰고 GC녹십자가 정부와의 공동 연구를 바탕으로 국산 탄저백신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오랜 기간의 독성·안전성 시험, 임상 연구, 제조공정 고도화 과정이 이어졌고, 무려 28년이라는 세월이 지나서야 국산 신약 39호로 허가받아 출하를 시작하며 결실을 맺었습니다. 

GC녹십자와 질병관리청이 28년간 공동 연구개발한 탄저백신 ‘배리트락스주’가 지난 8일 국내에서 첫 출하됐다. /사진=GC녹십자

탄저는 국내에서 발생 빈도가 매우 낮은 감염병이기 때문에, 이번 백신은 전량 정부의 비축 물량으로 공급됩니다. 비축 백신은 감염병 대유행이나 예기치 못한 신종 감염병 발생에 대비해 질병관리청이 미리 확보해 두는 것으로, 결핵·홍역·Tdap(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같은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백신뿐 아니라 두창·탄저 등 고위험 병원체 대비용 백신도 포함됩니다. 정부가 미리 확보해 둔 물량을 통해 위기 상황에서 백신 수요가 급증하더라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습니다.

국산 탄저백신의 탄생은 국가 비축용 백신 체계를 한층 안정적으로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특히 올해까지 정부가 보유하던 수입 탄저백신의 유효기간이 모두 만료되면서, 앞으로 질병청이 보유하는 탄저백신은 전량 GC녹십자가 생산한 '배리트락스주'로 채워지게 됩니다.

국내 성과서 글로벌 가치로 확장 필요

이는 우리나라가 감염병 대응 역량을 스스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국가 안보적 성취'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해당 백신이 국내에 한정된 성과에만 그치지 않고 국제적 가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 및 국제 인증이 필수적입니다.

국내에서만 사용되는 백신에 머무를 경우 영향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산 탄저백신이 글로벌 기준을 충족하고 국제사회에서도 인정받아야 해외 조달시장 참여와 글로벌 공급망 연계 같은 산업적 효과는 물론 감염병 대응력과 국가 보건안보 강화라는 전략적 의미까지 실질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신뢰성과 활용성을 국제적으로 검증받을 수 있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적격성(PQ) 인증을 받거나 주요 선진국 규제기관으로부터 허가 승인을 받는 방법이 있습니다. 

세계 시장 규모 2조원...해외 진출시 수익성 확대 기대

특히 국내에서 탄저백신은 일반적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 한계가 명확합니다. 생물테러 대비라는 특수 목적상 전량 정부 비축용으로만 공급된다면 시장성과 수익성 확대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이러한 낮은 국내 수익성을 극복하고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아프리카·중동·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탄저균 감염이 지속되고, 가축·야생동물 발병까지 빈번해 인체용뿐 아니라 동물용 백신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글로벌 탄저백신의 약 82%가 동물 예방 용도로 사용될 정도로 시장 기반이 크기 때문에, 국산 탄저백신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경우 수익성 확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 규모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세계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스틱스 MRC(Stratistics MRC)에 따르면 탄저백신 시장은 2023년 12억9000만 달러(약 1조9000억원)에서 연평균 6.5% 성장해 2030년에는 20조2000만 달러(약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은 정부와 GC녹십자가 28년간 투입한 연구·임상·제조 인프라 투자 비용을 회수하고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질병청과 GC녹십자 역시 이러한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향후 전략을 함께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질병청과 공동 개발한 백신인 만큼 해외 진출 등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며 "현재는 국내 공급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우선 집중하고 있으며, 이후 정부와 협의해 국제 인증·허가, 해외 수출 등을 단계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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