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치료제 열풍 속에서 정부가 주사형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기 위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8일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하고,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체중 감량 목적의 비만치료제 수요가 증가하면서 적정 사용을 유도하고 안전한 처방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무분별한 사용을 줄이겠다는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오남용 우려 의약품'이라는 이름만 붙인다고 오남용을 막을 수 있을까.
정상 체중 대상 효과·안전성 연구 없어
비만치료제는 본래의 치료 목적과 달리, 미용 목적의 체중 감량 수단으로 인식·사용되면서 사회적으로 오남용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상 체중인 사람들까지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사용한 후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리 처방이나 해외 직구 경험담도 버젓이 공유된다. 치료제가 어느새 '다이어트 아이템'처럼 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무분별한 사용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메스꺼움과 구토, 설사, 변비 등 위장관 부작용이 흔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드물게는 췌장염이나 담낭질환 등 중대한 이상반응도 보고되고 있다.
특히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GLP-1 비만치료제의 효과와 안전성이 비만 또는 과체중 환자를 중심으로 검증됐다는 사실이다. 정상 체중인 사람을 대상으로 장기간 사용했을 때의 효과와 안전성은 충분히 확인됐다고 보기 어렵다.
'오남용 우려' 지정, 발기부전 치료제가 보여준 한계
발기부전 치료제는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인 실데나필(제품명 비아그라)은 1999년, 타다라필(시알리스)은 2003년 각각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됐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온라인 불법 판매와 해외 직구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오남용 우려 의약품'이라는 이름만으로는 불법 유통과 무분별한 사용을 근절하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실효성 있는 처방 관리와 불법 유통 단속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역할은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지정 이후 의료기관의 처방 현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적응증을 벗어난 처방이나 반복적인 과잉 처방이 확인될 경우에는 현장 점검과 행정조치 등 실효성 있는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또 온라인 불법 광고와 판매, 해외 직구를 통한 유통도 관계 부처가 함께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제도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실효성 있는 관리와 사회적 인식 개선 필요
제도의 정비와 더불어 비만치료제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은 물론 심혈관질환과 암 위험까지 높이는 만성질환이다.
최근 TV 프로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약 40kg을 감량한 경험을 공개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장형우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역시 고도비만으로 심방 조기박동과 심실 조기수축에 따른 부정맥, 당뇨 전단계 등을 겪었다. 비만의 위험성을 몸소 체감하고 위절제술과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통해 건강을 되찾았다.
그의 경험은 비만치료제의 목적이 단순히 살을 빼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비만이라는 질환을 치료하고 건강 회복을 돕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비만치료제가 단순한 ‘다이어트 약’이 아닌 ‘비만 치료제’라는 사회적 인식과 함께, 적정 사용을 유도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관리 체계가 갖춰질 때 비로소 오남용은 줄고, 정말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약의 가치가 온전히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