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놓고 엔비디아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올라섰다. 양사는 엔비디아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루빈(Rubin)'에 탑재될 HBM4 최종 샘플을 제공하며 사실상 공급 단계에 근접했다는 평가다. 아직 최종 품질 검증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지만 업계는 내년 초 HBM4 물량과 단가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4 최종 제품을 유상 공급 중이다. 단순 테스트용 무상 샘플이 아닌 비용을 받고 제공하는 단계로, 제품 성능이 고객 요구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통상 '유상 샘플 공급'은 정식 계약 직전 단계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이미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 회사는 지난 9월 업계 최초로 HBM4 12단 양산 준비를 마쳤고 10월에는 엔비디아와 내년 공급 물량 협의를 완료했다. 현재 엔비디아향 공급 물량은 2만~3만장 수준으로 전해진다. 출하 중인 제품은 엔비디아가 요구한 성능 조건을 충족한 최종 사양으로 루빈 플랫폼에 탑재돼 정상 작동 여부를 검증받고 있는 단계다.
내년 물량과 단가 협상도 큰 틀에서는 정리된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내년 엔비디아가 요청한 HBM4 물량 가운데 회사가 대응 가능한 최대치를 공급하기로 협의했다. 사실상 '완판'에 가까운 계약 구조다. 회사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4분기 출하 시작과 내년 본격 판매 확대를 예고한 바 있다.
삼성전자도 HBM4에서 반등의 기회를 잡고 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제공한 HBM4 샘플 역시 '루빈'에 탑재, 품질 인증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내년 엔비디아 HBM4 공급 물량 가운데 삼성전자가 30% 이상을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엔비디아가 요구한 성능 요건을 충족한 데다 공급 물량에서도 마이크론을 앞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HBM4 경쟁력 회복을 위해 기술 전략을 조정했다. 자체 파운드리의 4나노미터 공정을 활용한 로직 다이와 경쟁사 대비 한 세대 앞선 D램을 결합해 성능을 끌어올렸다. 평택캠퍼스를 중심으로 HBM4 생산 능력 확대도 추진 중이다. HBM3E 세대에서의 부진을 HBM4에서 만회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반면 마이크론은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아졌다. 내년 엔비디아향 HBM4 공급 비중은 10% 미만에 그칠 것으로 전해진다. HBM4 일부 재설계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협상이 지연됐고 최종 샘플은 공급했지만 경쟁사 대비 성능서 열위에 놓였다는 평가다. 특히 로직 다이에 파운드리 공정이 아닌 자체 D램 공정을 적용, 성능 제고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