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신세계푸드의 자발적 상장폐지 절차에 돌입한다. 신세계푸드는 최근 수년간 낮은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주력 사업을 대대적으로 정리해 왔다. 이번 자발적 상장폐지를 계기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식품 B2B 전문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생각이다.
비상장으로 더 빠르게
이마트는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신세계푸드 주식 공개매수를 승인했다. 공개매수를 통해 신세계푸드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후 상장폐지 절차를 밟기 위해서다. 공개매수가는 주당 4만8120원으로, 공개매수 개시일 직전 영업일인 12일 종가(4만100원) 대비 20% 높은 수준이다. 이마트가 시장에 유통 중인 신세계푸드 지분을 모두 사들이기 위해서는 약 83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마트는 같은 날 이사회에서 조선호텔앤리조트가 보유한 신세계푸드 지분 8.6%(33만2910주)를 오는 16일 주당 4만8120원에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이마트가 신세계푸드의 자발적 상장폐지를 위해 약 990억원의 자금을 쏟아붓는 셈이다. 이마트는 공개매수 배경에 대해 "주식시장에서 신세계푸드의 기업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구조적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고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신세계푸드를 비상장사로 전환하면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해지고 신속한 경영 판단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상장 유지 비용 부담을 줄이고 중장기 사업 재편을 추진하기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상장사는 주식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기업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공시·감사·IR 등 상장 유지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분기마다 실적을 공개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 중요한 경영 의사결정에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야 하는 등 경영 자율성에도 제약이 따른다.
그래서 자본 조달 필요성이 낮은 기업의 경우, 상장 유지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상장 상태를 유지할 실익이 작다는 판단이 나올 수 있다. 비상장사로 전환하면 단기 실적과 주가 관리 압박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더 유연하게 추진 가능하다.
실제로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상장폐지가 잇따르고 있다. 락앤락, 신성통상 등이 최근 자발적으로 상장폐지에 나섰다. 신세계그룹도 올해 초 신세계건설을 자진 상장폐지 했다.
수익성 개선 매진
이번 상장폐지는 신세계푸드의 낮은 수익성 때문이다. 신세계푸드는 최근 3년간 매출액이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영업이익률은 1%대에 머물렀다. 이에 지난해 말 강승협 대표가 취임한 후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재무통인 강 대표는 비용 절감과 사업 효율화를 위해 비주력 사업 정리를 주도했다. 최근 아워홈에 급식사업부를 1200억원에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신세계푸드는 지난 5월 유일한 해외 법인인 '베러푸즈(Better Foods Inc.)'의 사업을 종료하고 법인을 청산했다. 신세계푸드는 2022년 베러푸즈를 설립하고 미국 대안식 시장에 뛰어든다는 계획이었지만 본격적인 사업 개시는 하지 못했다. 베러푸즈는 지난해 매출액이 1118만원에 그쳤고 2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10월 스무디킹의 사업도 종료했다. 2015년 신세계그룹이 185억원에 인수한 스무디킹코리아는 '제2의 스타벅스'를 목표로 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매출액은 49억원에 그쳤고 순손실 9억원을 기록했다. 결국 신세계푸드는 지난 10월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 만료와 함께 10년간의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이밖에 해산물 뷔페 '보노보노' 매각, '노브랜드피자' 사업 철수 등도 이뤄졌다.
이런 구조조정은 일부 효과를 봤다. 신세계푸드의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급식사업부 제외 기준)은 110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1~3분기 0.58%에서 올 1~3분기 1.20%로 개선됐다. 다만 매출은 9195억원으로 전년 대비 3.9% 줄어들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간 매출액도 전년보다 역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연간 매출액이 줄어든다면 2020년 이후 5년만의 역성장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작년부터 손익 중심으로 사업 효율화를 진행하면서 비주력 사업들을 정리했다"며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이익은 계속 증가하는 구조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핵심 사업 키운다
신세계푸드는 비주력 사업 정리를 넘어 핵심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 숙제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은 신세계푸드의 CEO를 1년만에 또 교체하고 임형섭 B2B 담당을 새로운 대표로 선임했다. 신세계푸드를 식품 B2B 전문기업으로 본격 전환하기 위해서다.
신세계푸드는 급식사업부 매각으로 사업구조를 베이커리, 식자재 유통, 프랜차이즈(노브랜드버거) 등 3개 부문으로 단순화하며 B2B 전문기업 전환 채비를 마쳤다. 향후 베이커리 B2B 제품군을 늘리고 식자재 유통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신세계푸드는 노브랜드버거 역시 핵심 성장축으로 키울 계획이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5월 창업 비용을 기존 대비 60% 수준으로 낮춘 '콤팩트 매장' 모델을 선보이는 등 노브랜드버거 가맹 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콤팩트 모델 론칭 이후 신규 가맹점 출점은 전년 대비 122% 증가했다. 지난 9월에는 월 두 자릿수 출점을 기록했다.
신세계푸드는 본업 강화와 함께 신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화장품 ODM 전문기업 씨앤씨인터내셔널 투자 펀드에 재무적 투자자(LP)로 500억원을 출자했다. 현금 보유액이 충분한 만큼 유망 사업군에 간접적으로 투자해 재무적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식품 유통과 베이커리에 투자를 확대하고 노브랜드버거의 경우 2030년 프랜차이즈 톱3 진입을 목표로 가맹점 확대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