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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홍천강 1급수'로 만든 맥주 맛 보셨어요?"

  • 2025.12.12(금) 12:00

하이트진로 강원공장…국내 최대 맥주 기지
1일 400만병 생산…자동화 시스템으로 품질 관리
맥주 문화 체험공간으로 변신한 견학관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전경/사진=김다이 기자 @neverdie

그간 국산 맥주에 대한 평가는 박했다. "맥아 향이 약하다", "맛이 밋밋하다"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 음식에는 역시 국산 맥주가 가장 잘 맞는다는 데에는 동의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흥행에 성공했고 뒤이어 출시된 '켈리'도 꾸준히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철저한 공정 기술과 품질 관리 노하우가 이들의 성공을 가져왔다는 평가다. 하루 최대 1000병을 선별하는 자동화 라인부터 홍천강 1급수가 만들어내는 맥주의 깊은 맛까지.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서 '맥주의 맛'이 완성되는 과정을 직접 확인했다.

동양 최대 규모  맥주 공장

지난 11일 강원도 홍천에 있는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을 찾았다. 1997년 8월 준공된 이 공장은 52만8926㎡(약 16만평) 규모로 국내에서 가장 큰 맥주 생산 기지다. 연간 생산량은 50만㎘, 하루 최대 생산량은 400만병에 달한다. 테라·켈리·하이트·필라이트 등 하이트진로의 주요 맥주 제품이 모두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하이트진로는 강원공장을 "동양 최대 규모"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강원공장에서는 하이트진로 전체 맥주 생산량의 절반을 만들어낸다. 중국과 미국 등 해외로 나가는 수출 물량도 많다. 일본향(向) 제품은 전량 강원공장에서 생산된다.

하이트진로는 강원공장을 단순한 생산 기지가 아닌 소비자에게 열린 체험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곳이 견학관 '하이트피아'다. 1998년 6월 문을 연 견학관은 25년 가까이 운영돼 왔다.

하이트진로 파크 견학관 입구에 맥주를 만드는 4대요소가 적혀 있다./사진=김다이 기자 @neverdie

이후 리뉴얼을 거쳐 지난해 8월 '하이트진로 파크'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단순히 노후 시설을 재정비한 수준을 넘어 체험 콘텐츠를 전면 손질했다. 맥주 제조 과정을 보여주는 공장 투어와 더불어 하나의 '맥주 문화 공간'을 구축한 셈이다.

하이트진로 파크에서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공장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견학 코스는 맥주 제조공정 체험과 맥주 역사관, 하이트진로 홍보관 등으로 이뤄졌다. 견학 프로그램은 하루 4타임으로 운영되며, 회당 20~40명이 찾는다. 견학관 리뉴얼 후 다녀간 방문객은 1만2000명에 달한다. 방문객은 주로 협력사 직원과 대학생, 군인 등이지만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늘고 있다. 

이하정 하이트진로 생산지원팀장은 "견학동 리모델링 과정에서 브랜드 체험과 고객 스킨십 강화에 중점을 뒀다"며 "공정을 직접 본 고객들이 하이트진로 맥주의 제조 과정을 이해하고 품질에 대한 신뢰를 쌓은 뒤 돌아가서 일상에서 한 번이라도 더 하이트진로 제품을 선택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맥주가 살아 숨 쉬는 곳

강원공장에 들어서면 깊은 산세와 홍천강이 만든 풍광이 펼쳐진다. 청정자연 속에 공장이 들어가있는 모습이다. 공장 내부에는 초대형 맥주 설비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거대한 공장은 맥주가 살아 숨 쉬는 공간 그 자체였다.

맥주 제조의 첫 단계는 보리의 싹을 틔운 뒤 건조해 맥아를 만드는 일이다. 맥아를 분쇄해 따뜻한 물과 섞어 가열하면 단맛이 우러난 '맥아즙'이 완성된다. 맥아즙은 쓴맛을 내는 탄닌 성분과 단백질을 분리하는 '자비' 과정을 거친다. 산뜻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기 위한 작업이다. 이후 냉각기에서 급속 냉각을 마친 맥아즙은 비로소 살아있는 효모를 만난다.

공장 관계자가 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다이 기자 @neverdie

효모는 맥주의 맛을 결정짓는 핵심이다. 김태환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품질관리팀장은 "소주와 다르게 맥주는 살아있는 생물을 다루는 술이다"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효모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효모를 선택하고 어떻게 발효시키느냐가 맥주의 품질을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효모와 함께 맥주 맛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있다. 바로 '물'이다. 맥주의 98%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물의 성질은 맛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강원공장은 홍천강의 1급수를 사용한다. 산간 지대에서 내려오는 차갑고 깨끗한 물은 잡맛이 없고 원료의 향을 그대로 살려준다.

맥주 저장탱크/사진=하이트진로

김 팀장은 "홍천의 물은 맥주 맛의 기본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특히 홍천의 연수(軟水)는 부드러운 목 넘김을 구현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발효를 마친 맥주는 저장 단계에서 맛이 안정된다.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약 4일간 저장하지만, 홍천공장은 평균 20일을 채운다. 긴 저장 기간은 풍미를 부드럽게 하고 맛의 깊이를 더한다.

강원공장에는 108개의 저장 탱크가 있다. 탱크 한 대의 용량은 60만ℓ다. 성인이 하루에 500㎖ 맥주를 10병씩 마신다고 가정하면, 330년 동안 마실 수 있는 분량이다. 탱크가 늘어선 전경은 '동양 최대'라는 수식어를 보여주듯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자동화 설비, 일관된 품질

맥주가 병입 라인을 지나 출고 준비를 마치면 전체 공정은 다시 하나의 통제 체계 아래 묶인다. 맥주를 만드는 모든 공정은 중앙통제실에서 컴퓨터로 일괄 관리된다.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다시 쓰는 '열 재생시스템(E.R.S)'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것도 특징이다. 하이트진로 측은 이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숙성을 마친 맥주는 포장 공정으로 넘어간다. 자동화 라인에서는 분당 약 1000병이 속도감 있게 선별된다. 회수된 병은 세척기(세병기)에서 약 40분간 살균 과정을 거친다. 시간당 최대 6만6000병을 처리할 수 있다. 세척을 마친 병은 6대의 폐쇄회로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검사해 미세한 변형이나 이물 여부를 걸러낸다. 테라와 켈리는 물론 타사 병까지 자동으로 분류한다. 타사 제품은 별도로 모아 추후 맞교환한다.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서 테라가 생산되고 있는 모습/사진=하이트진로

무균실에서는 분당 1000병의 속도로 맥주 충전이 이뤄지고 있었다. 1초당 17병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맥주는 품질관리실에서 검사를 받게 된다.

김 팀장은 "현재 가동 중인 모든 라인에서 생산되는 맥주를 매일 빠짐없이 시음하며 출고되는 맥주의 품질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사람의 입'으로 최종 품질을 확인하는 셈이다.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완성된 맥주는 병·캔·페트·업소용 생맥주 용기 등 형태별로 나눠 전국 각지와 해외로 출하된다. 

하이트진로 파크 굿즈존/사진=김다이 기자 @neverdie

공장 견학을 마치고 철문을 나서자 또 다른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굿즈 판매대부터 포토존, 체험 요소까지 하나의 작은 테마파크처럼 꾸며져 있었다. 이 가운데 가장 붐비는 곳은 '쏘맥 자격증' 코너였다. 간단한 퀴즈를 풀고 사진을 찍으면 즉석에서 자격증을 만들어준다.

'360라이브 저장고 미디어아트 체험관'도 이곳의 핵심 콘텐츠다. 거대한 스크린을 통해 발효 과정과 원료 변화가 생생하게 구현되며 관람객은 마치 발효탱크 속으로 들어온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공장 관계자가 공장에서 갓 생산한 테라 생맥주를 따르고 있다./사진=하이트진로

체험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생맥주 시음'이다. 이곳에서 갓 생산한 생맥주 맛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 시음장에 들어서자 홉 향이 은은하게 감돌았다. 투어의 마지막 순서이자 가장 많은 방문객이 손꼽는 순간이다.

막 생산된 맥주는 여느 식당에서 먹는 것과 질감부터 달랐다. 거품은 부드럽고 목 넘김은 가볍지만 풍미는 선명했다. '갓 만든 생맥주는 무엇이 다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맥주 한 모금에 담겨 있었다.

김 팀장은 "맥주는 보관 기간, 유통 과정의 온도, 충진 직후의 신선도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다"며 "공장에서 바로 마시는 맥주는 가장 이상적인 상태의 맛"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데이터 관리와 엄격한 공정이 있기에 맥주의 맛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최상의 맥주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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