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계절이 바뀌면서 옷장 정리를 했습니다. 여름옷을 모두 집어넣고 겨울옷을 꺼내며 본격적인 '월동 준비'에 돌입했는데요. 작년 겨울에 입었던 옷을 하나둘 살펴보는데 니트와 가디건에 보풀이 눈에 띄었습니다. 자주 입었던 옷일수록 보풀이 훨씬 많았습니다. 니트부터 목도리까지, 언제 이렇게 쌓였나 싶을 정도로 보풀이 잔뜩 올라와 있더군요. 아끼던 옷들이 손상된 모습을 보니 마음이 무척 쓰였습니다.
이참에 니트와 목도리에 생긴 보풀을 제대로 제거하고 싶어졌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을 살펴보며 수동형부터 기계형까지 후기가 좋은 보풀 제거기 2개를 구매했습니다. 옷감이 상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사용했지만 기대만큼 깔끔하게 제거되지는 않았습니다. 얇은 옷은 혹시 구멍이 날까 더 신경을 써야 했고, 두꺼운 카디건은 곳곳에 커다란 보풀이 자리 잡아 쉽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겨울철 니트와 울 소재 의류는 보풀이 생기면 옷감이 낡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풀은 자연스러운 마모 현상이지만, 원인과 관리법을 알면 발생을 줄이고 깔끔하게 정리해 옷을 오래 입을 수 있습니다.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는 보풀이 생기는 이유부터 잘 생기는 옷의 특징, 생겼을 때 대처법, 일상 속 관리 방법까지 정리해봤습니다.
보풀은 왜 생길까
보풀은 원단의 섬유가 마찰을 받으면서 느슨해지고, 일부 섬유가 표면으로 튀어나오거나 끊어져 작은 섬유 뭉치(pill)를 이루는 현상입니다. 이런 마찰은 옷을 입고 움직일 때, 옷끼리 부딪힐 때, 혹은 세탁·건조 과정에서 쉽게 발생합니다. 특히 세탁기나 건조기에서 섬유가 서로 뒤엉키거나 강한 회전에 노출되면 보풀 생성이 더 빨라집니다.
그렇다면 비싼 옷을 사면 보풀이 생기지 않을까요? 보풀은 원단의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 중 하나입니다. 보풀이 잘 생긴다고 해서 반드시 옷의 '질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같은 옷이라도 착용 빈도나 마찰, 세탁 방식에 따라 보풀 발생 정도가 달라집니다. 결국 관리 방법에 따라 같은 옷도 훨씬 더 깨끗한 상태로 오래 입을 수 있습니다.
보풀이 잘 생기는 옷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섬유 길이가 짧고 부드러운 소재는 구조적으로 보풀 발생이 쉽습니다. 폴리에스터·아크릴 등 합성 섬유나 혼방 원단이 대표적입니다. 합성 섬유는 잘 끊어지지 않아 표면에 뭉친 보풀이 오래 남아 더 도드라져 보이기도 합니다.
또 조직이 느슨하게 짜인 니트나 직조 밀도가 낮은 원단은 섬유 움직임이 많아 마찰이 쉽게 일어납니다. 반대로 촘촘하게 짜인 원단은 섬유 간 간격이 좁아 보풀이 덜 생깁니다. 착용 환경도 영향을 미칩니다. 팔꿈치·소매·옷깃·가방 끈이 닿는 부분처럼 마찰이 잦은 부위는 보풀이 집중적으로 생깁니다.
아울러 과도한 세탁기 사용, 뜨거운 물세탁, 고온 건조기 사용은 섬유를 약하게 만들어 보풀을 더 유발합니다. 청바지·수건처럼 표면이 거친 의류와 함께 세탁하면 보풀 발생 위험은 더 커집니다.
보풀이 생기면 어떻게 할까
생활에서 조금만 신경쓰면 보풀을 미리 예방하고 옷을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세탁 전 옷을 뒤집어서 안감이 바깥으로 향하게 세탁하면 겉감이 직접 마찰에 노출되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비슷한 소재끼리 분리 세탁하고 청바지나 수건처럼 거친 옷과 함께 세탁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세탁은 가능한 한 부드럽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지근한 물, 섬세 세탁 모드, 메쉬 세탁망 사용 등이 도움이 됩니다. 섬유 연화제나 섬유유연제를 사용하면 섬유를 부드럽게 유지해 마찰을 줄이고 보풀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건조기의 잦은 사용도 옷감을 상하게 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가능한 한 건조대에 눕히거나 그늘에서 자연건조 하는 것이 좋습니다. 착용 시에도 가방을 착용하거나 자주 문지르는 행동은 보풀이 생기는 원인이기 때문에 자극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보풀이 생겼다면 제거를 잘 해줘야 하는데요. 최근 다양한 기계식 보풀 제거기가 시중에 나와 있습니다. 기계식 보풀 제거기를 사용하면 적은 힘으로 편리하게 섬유 뭉치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섬유의 결 방향으로 빗질하거나 스톤으로 부드럽게 문질러 보풀을 제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너무 세게 문지르지 않아야 옷감이 손상되지 않습니다. 작고 날카로운 가위나 면도기로 보풀을 자를 수도 있는데요. 원단이 쉽게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가능한 한 셰이버나 스톤, 콤브 같은 전용 도구 사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의류에 대한 보풀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어떻게 안 생기게 하느냐보다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특히 니트류의 경우 보풀제거기로 마찰이 자주 발생하는 목 주변과 팔꿈치 주변을 정기적으로 관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보관 시에는 옷걸이에 거는 것보다 돌돌 말아서 보관하면 니트 자체의 이용 수명이 더 길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보풀이 덜 생기는 옷을 고르는 방법
보풀은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원단의 구조와 소재를 보면 '보풀이 덜 생기는 옷'을 어느 정도 골라낼 수 있습니다. 먼저 섬유 길이가 긴 원사를 사용한 옷을 고르는 것인데요. 섬유가 길수록 실이 단단하게 꼬이고 표면이 매끄러워 보풀이 덜 생깁니다. 울 제품이라면 '엑스트라 파인 울', '메리노 울'처럼 등급과 섬유 길이를 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제품을 고르면 탄성이 좋고 섬유가 길수록 보풀 발생이 적습니다.
필요한 기능성(탄성·형태 유지력 등)을 고려하되 혼방 비율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폴리에스터, 나일론, 아크릴 같은 합성 섬유 비율이 높은 옷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보풀이 잘 일어납니다. 게다가 합성 섬유는 섬유의 강도가 높아 보풀이 생겨도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캐시미어처럼 촉감이 매우 부드러운 소재는 섬유가 가늘고 움직임이 많아 보풀이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직조 밀도와 짜임을 확인해야 합니다. 니트류라면 손으로 살짝 늘려보았을 때 조직이 지나치게 벌어지거나 느슨한 경우 보풀이 쉽게 생깁니다. 직조가 촘촘하고 표면이 매끄러운 실을 사용한 니트는 섬유 움직임이 적어 보풀이 덜 생깁니다. 가공 과정에서 필링(보풀) 방지 처리를 한 원단도 있는데요. 주로 제품에 '안티필링(anti-pilling)', '필링 방지 마감' 등으로 표기됩니다.
색상을 잘 고르는 법도 방법입니다. 검정·군청·짙은 브라운 계열은 보풀이 생기면 쉽게 눈에 띄는데요. 반면 밝은색이나 패턴이 있는 의류는 보풀이 생겨도 상대적으로 덜 보입니다. 보풀 자체를 줄이지는 못하지만 '보이는 보풀'을 감추는 선택입니다.
겨울철 니트류에 보풀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도 조금만 신경 쓰면 보풀을 줄이고 옷을 더 오래, 예쁘게 입을 수 있습니다. 매년 찾아오는 보풀이 걱정된다면, 이번 시즌만큼은 '어떤 옷을 고르느냐'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 보시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