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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프라이데이는 왜 '검은 금요일'일까

  • 2025.11.30(일) 13:00

[생활의 발견]연말 쇼핑 시즌 본격 돌입
'필라델피아 교통 혼잡'부터 '흑자' 설까지
미국 넘어 전 세계로…코세페도 10주년 맞아

그래픽=비즈워치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연말이 되면 쇼핑 앱 알림이 유난히 많아집니다. '블프(블랙프라이데이) 최대 할인', '연말 빅세일 시작' 같은 문구의 알림이 쉴 새 없이 울려대죠.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비롯한 다양한 쇼핑 행사들이 연말에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온·오프라인 매장마다 대대적인 세일을 진행하다보니 '오늘은 돈쓰지 말아야지' 했다가도 지갑을 열고 맙니다. 겨울 패딩 하나만 보려던 게 어느새 장바구니 가득 물건을 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런데 문득 궁금집니다. 왜 하필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일까요? '검은 금요일'이라니, 왠지 불길한 느낌마저 듭니다. 세일 행사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라는 생각도 들죠.

경찰이 싫어한 날?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 추수감사절(11월 넷째주 목요일) 다음날인 금요일을 가리킵니다. 이날을 시작으로 크리스마스까지 약 한 달간 연말 쇼핑 시즌이 이어지는데요. 많은 소매점과 온라인 쇼핑몰이 1년 중 가장 큰 할인 행사를 진행합니다.

추수감사절 다음날에 본격적인 쇼핑 시즌이 시작된 데는 오랜 전통이 있습니다. 20세기 초 미국 백화점들은 추수감사절 전에는 크리스마스 관련 상품을 내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추수감사절이 끝나야 크리스마스 광고와 장식을 시작하는 게 업계의 불문율이었죠.

그리고 1924년 메이시스 백화점이 시작한 추수감사절 퍼레이드가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의 신호탄 역할을 하면서 이 전통이 더욱 굳어졌습니다. 올해 인기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호랑이 캐릭터 '더피'와 까치 캐릭터 '서씨' 풍선이 등장해 화제가 된 그 퍼레이드입니다.

이어 미국 의회가 1941년 추수감사절을 11월 넷째주 목요일로 고정시킨 뒤 쇼핑 시즌도 이 시기에 확실히 자리잡게 됐습니다. 추수감사절이 미국 연방 공휴일이다 보니 사람들이 쉬는 날에 맞춰 소매점들이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벌이기 시작한 겁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이 쇼핑 시즌에 '검은 금요일'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첫 번째 설은 1950~60년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시작됐다는 설입니다. 필라델피아에서는 매년 추수감사절 다음날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의 미식축구 경기가 열리는데요. 육군사관학교가 위치한 뉴욕과 해군사관학교가 위치한 메릴랜드 중간이 필라델피아이기 때문입니다.

1950년대의 필라델피아에서는 이 경기를 보러 온 인파와 연말 쇼핑을 하러 나온 사람들이 겹치면서 극심한 교통 체증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이 때 필라델피아 경찰들이 자조적으로 이날을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요. 경찰들은 특별 교대 근무를 해야 했고 이날의 혼잡함을 싫어했다고 하네요.

두 번째 설은 1980년대 필라델피아의 한 신문에서 등장합니다. 1년 내내 적자(red)였던 기업들이 이 시기를 기점으로 흑자(black)로 돌아섰다는 의미에서 블랙프라이데이라는 단어가 유래했다는 설명이 언급된 겁니다.

다만 이 '흑자설'은 블랙프라이데이의 유래라기보다는 유통업계의 '재해석'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검은 금요일'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유통업계가 만들어낸 설명이 대중에게 퍼졌다는 겁니다.

블랙 노벰버

블랙프라이데이는 이제 미국을 대표하는 쇼핑 행사로 자리잡았습니다. 행사와 매출 규모도 점차 확대 중입니다. 원래 블랙프라이데이는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행사였습니다. 새벽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서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게 블랙프라이데이의 상징적인 풍경이었죠.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블랙프라이데이도 이커머스로 확장됐습니다.

이 흐름을 공식화한 게 2005년 전국소매협회(NRF)가 만든 '사이버먼데이'입니다. 블랙프라이데이가 끝난 다음주 월요일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당시에는 집보다 회사 인터넷이 훨씬 빠르던 시절이라 직장인들이 월요일 출근해서 회사 컴퓨터로 온라인 쇼핑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월요일에 온라인 매출이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나자 유통업계가 사이버먼데이를 만들게 됐습니다. 현재는 전자제품, IT기기 등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쇼핑의 날로 자리잡았다고 하네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현재는 추수감사절(목요일)부터 사이버먼데이(월요일)까지 5일간을 통틀어 '사이버파이브' 또는 '사이버위크'라고 부릅니다.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만 블랙프라이데이 온라인 매출이 108억달러(약 15조원)를 기록했는데요. 전년 대비 10.2%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또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조기 프로모션을 시작하면서 11월 전체가 사실상 할인 시즌으로 확대됐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 대신 '블랙 노벰버(Black November)'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됐습니다. 추수감사절이 없는 나라에서도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진행하는데요. 영국, 독일, 브라질 등 전 세계 50개국 이상에서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행사가 열립니다. 미국 전통 명절에서 시작된 쇼핑 문화가 이제는 글로벌 소비 축제가 된 셈입니다.

전 세계의 쇼핑 축제

블랙프라이데이의 영향으로 세계 곳곳에서도 연말 할인 축제가 열립니다. 현재 세계 최대 쇼핑 행사로 불리는 중국 광군제(光棍節)가 대표적입니다.

중국 광군제는 11월 11일을 말하는데요. 광군이란 '독신 남성' 또는 '싱글'을 뜻하는 중국어입니다. 1993년 중국 난징대학교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1'이 네 개 나란히 선 날짜를 보고 남학생들이 '싱글의 날'로 부르기 시작한 게 유래입니다.

원래는 싱글들끼리 모여 파티를 하고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 행사였죠. 이를 2009년 알리바바가 대규모 온라인 쇼핑 행사로 완전히 바꿔놨습니다. '쇼핑으로 외로움을 극복하자'는 모토로 시작한 광군제는 2020년부터 기간이 길어져서 11월 내내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2년 코리아 세일 페스타의 모습.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우리나라도 2015년부터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이름으로 정부 주도의 할인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이 행사는 2016년부터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로 이름을 바꿨고요. 2019년부터는 민간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죠. 코세페는 올해 10주년을 맞았는데요.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16일까지 역대 최대 규모인 약 2600개 기업이 참여해 진행됐습니다.

미국은 현재 사이버파이브 기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에 대한 전망은 그다지 좋지 않은데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의 영향으로 소매 가격이 상승한 탓에 할인 폭이 예년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래도 '연간 최대 할인'이라는 문구 앞에서 지갑을 닫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 블랙프라이데이의 유래를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기업을 검은색(흑자)으로 만들어주려다 정작 내 통장은 빨간색(적자)이 되지 않으려면 정말 필요한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는 현명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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