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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의 아이러니…백화점, '명품'으로 버틴다

  • 2025.12.09(화) 17:23

명품 유치전 돌입…탄탄한 오프라인 수요
VIP 고객 파급력…경기 침체에도 성장세
주도권 확보…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재편

/그래픽=비즈워치

국내 백화점들이 앞다퉈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 강화에 나서고 있다. 차별화된 경험과 서비스 품질이 구매 결정의 기준이 되는 시대에서 오프라인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명품이 백화점의 오프라인 경쟁력과 매출을 지탱하는 '전략적 자산'이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너도나도

신세계백화점은 이달 초 '더 리저브(본점)'를 '럭셔리 맨션'으로 전면 개편했다.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로 불리는 글로벌 브랜드부터 까르띠에, 반클리프아펠, 티파니, 롤렉스 등 주요 워치·주얼리 브랜드 매장까지 대대적인 재단장을 진행했다. 내년 초에는 디올 매장을 리뉴얼 오픈하고 불가리 신규 입점도 확정한 상태다.

/사진=제이콥앤코 제공

롯데백화점도 마찬가지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본점을 '럭셔리 롯데타운'으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그라프, 반클리프 아펠 등 초고가 주얼리 브랜드를 새로 들였다. 9월에는 국내 최초로 제이콥앤코 매장을 오픈했다. 에비뉴엘 잠실도 샤넬·에르메스·티파니 매장을 새단장하고 브레게 등 신규 브랜드를 추가하며 '럭셔리 허브'로의 변신을 꾀했다.

현대백화점과 한화갤러리아도 변화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더현대 서울에 미우미우와 셀린느를 잇따아 입점시키며 라인업을 강화했다. 한화갤러리아의 경우 갤러리아 이스트에 있던 에르메스와 고야드 매장을 웨스트로 옮겼다. 특히 이번 리뉴얼을 통해 두 매장의 규모는 기존보다 각각 1.7배, 1.5배 넓어졌다.

이처럼 백화점 업계가 럭셔리 부문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경기 침체로 소비 양극화가 심화된 데다,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고객 발길을 붙잡을 요인이 필요해져서다. 특히 하이엔드 명품 시장은 여전히 '눈으로 보고 사는' 오프라인 중심 소비가 두드러지고 있어 제격이라는 평가다.

최상위 고객층의 막강한 구매력을 타깃으로 한 부분도 있다. 현재 백화점은 VIP 고객이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책임지는 구조다. 실제로 '럭셔리 성지'로 자리 잡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올해 매출에서 VIP가 차지하는 비중은 52%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전체 매출 중 45%가 VIP로부터 나왔다. VIP가 곧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핵심이 된 셈이다.더 많이, 더 빨리

업계에서는 당분간 백화점의 고급화 전략이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점포를 기반으로 럭셔리 경쟁이 심화하면서 백화점 간 주도권 확보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명품 매장이 예술과 문화, 프라이빗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진화하면서 백화점도 단순 쇼핑 공간을 넘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재편되고 있다.

물론 전략적인 판단도 숨어 있다. 명품 브랜드들은 대개 고유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매장 수를 우후죽순 늘리지 않는다.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는 것에도 상당히 신중하다. 따라서 백화점이 유치에 성공할 경우 지역 내 소비자를 자연스럽게 끌어모으는 '독점 유입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치열한 선점 경쟁을 위한 투자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픽=비즈워치

덕분에 올해 명품 브랜드들의 'N차 인상'에도 불구, 백화점은 탄탄한 매출을 거두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본점의 워치·주얼리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지난 1~10월 매출이 전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명품 매출이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은 온라인 대체가 어렵고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카테고리 중 하나"라며 "최근 명품 열기가 잠시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해도 소비 파급력은 여전히 강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백화점의 차별화는 단순한 매장 확충이 아닌 고객에게 '얼마나 압도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면서 "VIP 중심 소비 구조가 공고해진 만큼 독창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고급화 경험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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