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한 편의점. 오렌지빛 간판이 유난히 눈에 띄는 이 매장 앞에서 젊은 직장인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기존 편의점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밝은 흰색 조명과 우드톤 인테리어로 꾸며진 내부는 일반 편의점의 차갑고 딱딱한 분위기와는 달랐다. 입구 정면에는 '서울대빵' '초코카스테라 카다이프모찌' 같은 화제의 신상품들이 가장 먼저 손님들을 맞았다. 이 편의점은 지난 3일 문을 연 이마트24 마곡프리미엄점이다.
이마트24 마곡프리미엄점은 2017년 '이마트24'로 리브랜딩 한 이후 8년만에 처음으로 점포 전체를 재설계한 '프로토타입' 매장이다. 내년부터 신규 출점할 예정인 모든 이마트24에 마곡프리미엄점과 같은 모델이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더 밝게, 편안하게
이마트24 마곡프리미엄점은 외관부터 기존 점포 모델과 다른 디자인을 채택했다. 기존 이마트24의 간판은 노란색과 회색 배경에 'e'와 '24'를 노란색으로 강조했다. 모회사 이마트와 같은 노란색을 써서 '이마트 편의점'임을 드러내는 식이었다. 반면 새 간판은 이마트와는 다른 더 진한 노란색과 주황색 베이스에 하얀색 로고를 적용했다.
점포 전면의 유리창에는 이마트24의 새 슬로건 '올데이 하이라이트'를 함께 달았다. '고객의 하루 모든 순간에 하이라이트를 찍어주겠다'는 의미를 담은 슬로건이다. 반대쪽 유리창에는 이마트24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자체 브랜드 '옐로우', '성수310', '꼬모', '노브랜드' 등을 소개한다.
매장 내부도 기존 이마트24와 크게 달라졌다. 밝은 화이트 톤 조명을 설치했고 우드톤 인테리어로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기존 점포가 검은색과 어두운 주황색 조명으로 고급스러운 카페 분위기를 냈다면 새 점포는 밝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데 주력했다. 편안한 휴식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이닝 공간도 재구성했다. 벽면을 향한 1인 좌석과 창가 테이블석을 균형 있게 배치했다.
이성민 이마트24 뉴모델TF 팀장은 "2017년 이후 8년 동안 계속 똑같은 매장을 운영해 왔는데 젊은 세대들한테는 '올드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매장이 어두워 보인다는 의견도 많아 이번에 전면적으로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경험하는 공간'으로
공간 설계 역시 '경험'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새로운 점포는 크게 3개 존으로 구성된다. 차별화 상품을 선보이는'라이브 플레이그라운드', 신선식품과 프레시푸드(FF)를 진열한 '프레시레인', 편의점 필수 상품을 판매하는 'CVS에센셜'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라이브 플레이그라운드존이다. 기존 편의점은 주력 상품과 스테디셀러 상품을 매장 입구 등 점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진열한다. 반면 이마트24 마곡프리미엄점은 신상품과 트렌디한 상품을 매장 내 노출 효과가 가장 높은 엔드캡(진열대 끝 모서리)에 배치했다. 편의점에 들어서면 조선호텔 손종원 셰프 협업 도시락, 서울대빵 시리즈, 성수310 컵커피 등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유다.
라이브 플레이그라운드 안쪽은 커피, 스무디 등의 투고존이 자리한다. 스타벅스 수준의 고급 머신을 도입해 품질을 높이고 아메리카노, 라떼, 플랫화이트, 바닐라라떼, 말차라떼 등 커피전문점 주력 메뉴 대부분을 선보인다. 가격도 저가 커피전문점보다 저렴하게 책정했다. 신세계푸드의 냉동과일을 활용한 즉석 스무디도 판매한다.
매장 안쪽의 벽면에는 냉동·냉장·주류·음료·프레시푸드가 직선형으로 이어지는 개방형 구조의 프레시레인을 도입했다. 이곳에서는 지난 11월 전면 리뉴얼한 프레시푸드(FF), 보다 강화한 신선식품 등을 판매한다. 그 옆의 CVS에센셜존에는 스테디셀러 상품, 택배 등 생활서비스를 배치해 편의점 본연의 기능을 유지했다.
이 팀장은 "그 동안 편의점은 '필요한 상품을 빠르게 구매하는 곳'이었다"며 "이마트24는 단순히 필요한 것을 사러 오는 곳이 아니라 신상품을 탐색하고 트렌드를 경험하는 공간으로 바꾸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달라지는 상품들
이마트24는 공간 혁신과 함께 상품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를 낸다. 이를 위해 이마트24는 신세계그룹 관계사와의 협업을 강화한다.
조선호텔의 손종원 셰프와 '패밀리밀(식당에서 셰프와 스태프들이 브레이크타임에 함께 나누는 식사)' 콘셉트로 매월 신상품을 출시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신세계L&B와 협업을 통해 자체 와인 브랜드 '꼬모' 12종 역시 내년에 선보인다. 화장품, 패션 분야에서도 관계사와 공동 제품 개발을 논의 중이다.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PB) 노브랜드와의 협업도 지속한다. 이마트24는 현재 400종류의 노브랜드 제품을 판매 중아다. 하지만 그간 이마트와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지난 10월 이후 노브랜드 가격을 대폭 낮추며 경쟁력을 높였다.
이마트24는 올해 400개의 차별화 상품을 출시한 데 이어 내년에는 600개를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내년에는 디저트 분야에 더욱 집중할 예정이다. 이 팀장은 "내년에는 디저트 분야에서만큼은 경쟁사를 이기고 1위 편의점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마트24는 상품 경쟁력 확보를 위해 경영주 지원도 대폭 강화한다. 신상품 도입 시 인센티브를 늘리고, 대표 차별화 상품에는 100% 폐기 지원을 한다. 이달부터는 스타 상품에 한해 경영주들에게 시식용 상품도 제공한다.
그는 "신제품 '초코카스테라 카다이프모찌'가 최근 SNS상에서 인기가 높은데도 경영주 발주가 초기에는 1500점에 그쳤다"며 "경영주들에게 시식용 상품을 제공하고 나니 발주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24는 이번 프로토타입 매장을 경영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모델하우스'로 활용한다. 오는 16~18일 7개 프로토타입 매장에서 경영주 초청 상품설명회를 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팀장은 "프로토타입 매장은 경영주분들의 의견을 수렴해 수정할 부분을 계속 수정하며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출점'
신세계그룹은 2013년 12월 '위드미'를 인수하며 편의점 사업에 야심차게 뛰어들었다. 이듬해 가맹사업을 시작하면서 24시간 운영 의무 폐지, 영업시간 자율 선택 등 파격적인 조건으로 가맹점주를 모집했다. 2017년 8월에는 브랜드명을 '이마트24'로 바꾸며 프리미엄 편의점으로 전환했다. 당시 이마트24는 2020년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신세계그룹의 지원도 계속됐다. 2014년부터 2024년까지 11년간 이마트가 이마트24에 지원한 금액은 총 4980억원에 달한다. 특히 2023~2024년 2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최근 지원 규모가 더 커졌다.
하지만 이마트24는 좀처럼 성장하지 못했다. 업계 4위에 머물렀고, 흑자를 기록한 것도 2022년 단 한 차례뿐이었다. 이마트24는 결국 점포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마트24의 점포 수는 2023년 말 6598개에서 2024년 말 6130개, 올해 3분기 말 5747개까지 줄었다. 최근 2년간 850여 개 점포가 사라진 셈이다.
문제는 현재 이마트24뿐만 아니라 편의점 업계 전반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GS25, CU, 세븐일레븐 3사의 점포 수 합계는 지난해 12월 4만8722개에서 올 10월 4만7941개로 10개월간 781개 감소했다. 10개월간 새롭게 문을 연 점포 수보다 폐점한 점포 수가 더 많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마트24가 8년 만에 점포 모델을 완전히 바꾸는 것은 구조조정을 마치고 다시 '확장' 전략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이마트24는 내년 650개점 신규 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명동 등 랜드마크 입지 출점을 확대하는 한편 서울 성수동에 낸 플래그십 스토어도 더 확대할 예정이다.
이 팀장은 "시장이 포화되면 될수록 새로운 기회가 있다"며 "4위의 이점을 활용해 시장에 파동을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시도들을 내년에 해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