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맞아?"
27일 오전 찾은 이마트24 '트렌드랩 성수점'. 성수역 인근 번화가 한 가운데 자리한 이 매장은 기존 편의점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였다. 전국 수만 개 편의점 중에서도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느낌이었다. 익숙한 편의점이지만 곳곳에 숨어있는 낯선 콘셉트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트랜드랩 성수점의 가장 큰 특징은 각 공간을 테마형으로 구성했다는 점이다. '브랜드 팝업존'과 애니메이션, 캐릭터 굿즈를 전면에 내세운 '이벤트존'은 여타 편의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요소였다. 서울에서 가장 '힙'한 곳으로 꼽히는 성수 상권의 특성에 맞춰 젊은 층의 취향을 집중적으로 담아낸 모습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공간은 팝업존이다. 오는 28일 공식 오픈과 동시에 팝업존에서는 화장품 브랜드 '어뮤즈'와 패션 플랫폼 'W컨셉'이 팝업 공간을 채우게 된다. 마치 소규모로 된 패션·뷰티 편집숍을 보는 듯했다. 이마트24는 3개월마다 팝업존 내 브랜드 라인업을 교체할 예정이다.
이같은 배치는 타깃층을 명확히 겨냥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마트24는 이번 매장을 기획하면서 젊은 여성 고객을 핵심 타깃으로 삼았다. 이들은 유행에 민감할뿐만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입소문이 가장 빠르다. 이 같은 소비 성향을 고려해 '찍고 공유하고 경험하는'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굿즈들로 채운 '이벤트존' 역시 주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벤트존은 게임 매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트리컬 리바이브' 단독 굿즈와 '귀멸의 칼날', '주술회전' 등 일본 애니매이션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콜라보 굿즈로 빼곡히 채워졌다. 이마트24는 이 공간을 상품기획자(MD)들이 실험적으로 트렌드 상품을 선보이는 일종의 '테스트베드'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먹거리 강화
편의점 먹거리도 빠질 수 없었다. 이마트24는 이번 매장에 SNS 화제성이 높은 협업 상품들을 한데 모았다. 신세계푸드와 협업한 '서울대빵' 시리즈부터 조선호텔 손종원 셰프를 비롯한 최현석, 여경래 셰프 등과 협업한 간편식 시리즈까지 다양한 라인업이 매대를 채웠다. 다음 달 출시 예정인 손 셰프의 '패밀리밀 간편식'도 이곳에서 가장 먼저 공개할 예정이다. 이마트24가 상품 경쟁력에서 정면 승부를 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매장 뒤편은 '편의점 속 카페'를 콘셉트로 한 '투 고(To Go) 카페존'으로 꾸며졌다. 커피와 과일 스무디는 물론 닭강정, 피자, 핫도그 등 간편 메뉴를 3000~4000원대 가격에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고물가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합리적이라고 느껴졌다. 이마트24는 향후 이 같은 '인소싱 상품'을 전국 매장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성수동 감성을 담은 자체 카페 브랜드 '성수310'의 RTD(Ready To Drink·즉석 음용) 컵커피와 파우치 음료 매대도 따로 마련돼 있었다. 이와 함께 세계적인 'K라면' 열풍을 반영해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잡기 위한 라면 조리기기도 설치했다. 간단한 식사부터 디저트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약 30평대 규모에 다양한 콘텐츠를 집약한 탓에 매장 내부가 다소 복잡하게 느껴졌다. 실제로 이날 공식 오픈에 앞서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서로 부딪히거나 동선이 겹쳐 멈칫하는 경우가 잦았다. 여기에 시식할 수 있는 공간이 6개에 불과하다는 것도 체험형 매장을 표방한 콘셉트에 부족한 요소였다.새롭게, 다르게
이마트24는 이번 매장이 단순 체험을 넘어 변화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마트24는 그간 CU와 GS25, 세븐일레븐과 달리 특화 매장에 소극적이었다. 경쟁사들이 신선식품과 건기식(건강기능식품), 라면, 패션·뷰티 등 특정 상품군을 강화한 매장을 하나둘 늘리는 동안 이마트24는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PB)인 노브랜드와 손을 잡는 정도에 그쳤다.
실적 부진도 극명하다. 올해 3분기 기준 이마트24 매출은 552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78억원이었다. CU와 GS25가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에 힘입어 실적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확연한 하락세다. 이마트24는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우량점'으로 메운다면 실적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마트24는 내년 중 600종의 신상품을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젊은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상품들이 주를 이룰 전망이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트렌드 연구소'라는 조직도 새롭게 설립했다. 트렌드 연구소는 내년 2월부터 조사한 키워드를 바탕으로 키워드를 추출해 상품화하는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이마트24 측은 "일반 매장에서 평균적으로 2500여 개의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데, 트렌드랩 성수점은 이 중 1000개 정도를 트렌디한 상품으로 채울 생각"이라며 "고객과 경영주가 이마트24의 변화를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렌드랩 성수점을 시작으로 플래그십 스토어도 늘려 나갈 계획이다. 이마트24는 내년 말까지 4개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트렌드랩 성수가 지역 특성에 맞춘 특화 점포라면 향후 선보이는 플래그십 스토어는 K컬처와 델리, 디저트 등을 콘셉트로 한 체험형 공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춰 이마트24가 추구하는 미래 방향성을 이번 매장 전체에 담아냈다"면서 "앞으로도 차별화된 경험과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