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롯데마트·슈퍼의 구원투수로 차우철 신임 대표를 투입시켰다. 차 대표는 롯데GRS의 실적을 큰 폭으로 개선시킨 능력을 인정 받아 마트·슈퍼의 신임 수장을 맡게 됐다. 이에 따라 차 대표는 롯데마트·슈퍼의 본업인 '그로서리 사업'을 강화하고 해외 사업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롯데쇼핑이 지난 2022년부터 준비해온 오카도 기반의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을 안착시켜야 하는 중책도 맡았다.
성과 보여줬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정기 임원 인사에서 차우철 롯데GRS 대표를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롯데마트·슈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차 대표는 1992년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에 입사한 뒤 30년 넘게 롯데그룹에서 근무해온 '롯데맨'이다. 롯데그룹 컨트롤타워였던 정책본부의 개선실(2004년) 등을 거쳐 2012년 롯데쇼핑 감사위원, 2017년 롯데지주 경영개선1팀장 등 주로 그룹 감사 업무를 담당했다.
유통 현장 경험이 많지 않음에도 차 대표가 롯데마트·슈퍼 대표로 선임될 수 있었던 건 롯데GRS에서의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차 대표는 2020년 말 롯데GRS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처음으로 계열사를 이끌게 됐다. 당시 롯데GRS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매출액이 전년(8399억원)보다 크게 줄어든 6831억원에 그쳤다. 여기에 영업손실 19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한 상태였다.
차 대표는 취임 직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섰다.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 저효율 매장을 폐점하는 한편 2021년에는 패밀리 레스토랑 TGIF도 매각했다. 이어 롯데리아를 '가장 한국적인 버거'를 선보이는 브랜드로 전환하고 품질을 개선하는 등 제품군을 재정비했다.
신사업 확대에도 집중했다. 함박 스테이크, 커피, 우동 등 신규 브랜드를 연이어 선보였고 인천국제공항 등에서의 컨세션 사업 확대도 추진했다. 특히 해외 진출에 공을 들였다. 롯데리아는 지난 8월 '버거의 본고장' 미국에 1호점을 오픈했고 지난 5일에는 말레이시아 1호점도 열었다. 오너 3세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이 지난 7월 말레이시아 진출 계약식에 참석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도 롯데리아의 해외 확장에 주목했다.
그 결과 롯데GRS는 큰 폭의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롯데GRS의 매출액은 2022년 7815억원, 2023년 9242억원, 2024년 9954억원으로 급증했다. 영업이익 역시 2022년 1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2023년 208억원, 2024년 391억원으로 급증했다.
롯데GRS는 올 1~3분기 매출 8221억원, 영업이익 53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0.3%, 49.0% 성장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차 대표 역시 빠른 승진 가도를 달렸다. 2020년 전무로 롯데GRS 대표에 선임된 후 3년만인 2023년 말 부사장으로, 다시 2년 후인 올해 사장까지 올랐다.
역성장에 적자까지
차 대표가 새로 맡은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의 상황도 녹록지만은 않다. 국내 대형마트 시장이 수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데다 내수 부진까지 겹쳤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역시 상황이 어렵다. 롯데쇼핑 그로서리 사업(국내 마트·슈퍼) 매출액은 2022년 5조8574억원에서 2024년 5조3756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22년 157억원에서 이듬해 729억원으로 성장했지만 지난해에는 다시 465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이 때문에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저효율 점포를 매각하거나 폐점할 수밖에 없었다. 롯데마트의 국내 점포는 2021년 112개에서 2024년 110개로, 롯데슈퍼는 같은 기간 400개에서 352개로 줄었다. 체질 개선에도 나섰다. 2022년 12월 마트와 슈퍼를 단일 대표 체제로 전환하고 공동 소싱에 나섰다. 지난해 초에는 온·오프라인 그로서리 사업도 통합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의 실적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올해 1~3분기 롯데쇼핑 그로서리 사업의 매출은 3조8812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줄었고 영업손실 28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롯데그룹이 차우철 대표를 새로운 구원투수로 투입한 이유다.
마트·슈퍼도 가능할까
차 대표는 우선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의 본업인 '그로서리'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말부터 그로서리 전문매장 '그랑그로서리'를 선보이는 등 그로서리 강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롯데쇼핑이 약 1조원을 투자해 준비해온 오카도 기반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의 성공적 안착이 중요하다. 롯데쇼핑은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2년 11월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내년 상반기 부산에 오카도의 스마트 플랫폼을 적용한 '제타 스마트센터'를 가동하고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을 본격화 할 예정이다.
해외 사업 확대도 차 대표가 추진해야 할 주요 과제 중 하나다. 롯데쇼핑 해외 할인점은 국내와 달리 선전하고 있다. 롯데마트 해외 매출은 2022년 1조3901억원에서 2024년 1조4970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도 2022년 272억원에서 2024년 478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1~3분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3.2%, 6.3% 증가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차 대표는 지난 10일 취임 후 첫 공식 행사인 '2026 롯데마트&롯데슈퍼 파트너스 데이'에서 "앞으로 국내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해외 사업을 확대해 동반 성장의 기회를 넓혀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차우철 대표가 롯데GRS에서 본업 회복과 신사업 확대로 턴어라운드를 이뤄낸 경험이 있지만, 대형마트와 슈퍼는 프랜차이즈와 완전히 다른 사업 구조"라며 "내년 상반기 오카도 센터 가동과 함께 국내 마트·슈퍼 실적을 어떻게 개선해나갈지가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