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트진로가 주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와인과 위스키는 물론 일본 대표 주류인 사케까지 공격적인 수입에 나서고 있다. 소주와 맥주에 집중된 매출을 분산시키고 변화하는 주류 트렌드를 따라잡겠다는 전략이다.
'소맥회사' 아닙니다
하이트진로는 사명에서도 알 수 있듯 맥주(하이트)와 소주(진로)를 주요 포트폴리오로 갖고 있다. 참이슬과 진로를 앞세운 소주는 압도적인 국내 1위 점유율이며 테라와 켈리를 보유한 맥주도 업계 2위다. 그만큼 하이트진로 하면 '소주·맥주'라는 이미지가 박혀 있다.
하이트진로가 와인과 위스키, 사케 등 다양한 주류를 취급하고 있다는 걸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업계 1, 2위인 소주·맥주에 비해 두각을 나타내는 브랜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트진로가 스스로를 수식하는 표현은 언제나 '종합주류기업'이었다. 소주와 맥주만 파는 기업이 아니라는 점을 늘 강조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일본 미야기현의 톱 브랜드 사케 '미야칸바이'의 수입을 시작했다. 일본 내에서도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프리미엄 사케다. 이를 통해 중저가 제품에 집중돼 있던 사케 포트폴리오를 프리미엄급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하이트진로가 사케를 수입하기 시작한 건 10년 전인 2014년이다. 현재 키쿠스이·다카시미즈·마보로시·아마노토·사토노호마레·요네츠루 등 18개 양조장에서 42종의 사케를 수입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사케 부문에서만 30%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커티샥과 글렌터너 등을 취급 중인 위스키 포트폴리오도 확대 중이다. 올해 들어 미국 켄터키 주의 대표 버번인 포 로지스(four roses)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고 지난해에도 일본산 프리미엄 위스키 후지산로쿠 시그니처 블렌드를 내놨다. 지난 2023년에는 위스키 브랜드 '윈저'를 운영하는 윈저글로벌을 인수한다는 이야기도 돌았지만 불발됐다.
하이트진로는 이밖에도 멕시코의 유명 데킬라 브랜드인 코모스의 데킬라, 프랑스의 프리미엄 꼬냑 브랜드인 '라리크', 미국 판매 1위 프리미엄 보드카 '티토스' 등을 새롭게 발굴해 국내 판매에 나서고 있다.
'소맥회사' 맞는데?
하이트진로가 '종합주류기업'을 표방하며 다양한 주류 수입을 강화하는 건 소주와 맥주에 집중된 포트폴리오 분산을 위해서다. 지난해 하이트진로는 소주 부문에서 1조5481억원, 맥주 부문에서 8236억원 등 총 2조371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연간 매출 2조5992억원의 91.2%에 달한다.
생수 등 비주류 매출을 제외한 위스키와 와인 등 기타 주류 매출을 다 합해도 745억원으로 전체의 2.9% 남짓이다. 이 중 와인 매출이 412억원으로 절반을 넘는다. 최근 공들이고 있는 위스키 매출은 31억원에 불과하다.

'맥주 전문 기업'을 표방하는 오비맥주를 제외하면, 또다른 국내 주류 경쟁사인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소주가 44.4%로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제외하면 청주와 맥주, 와인이 모두 10% 안팎으로 비슷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소주와 맥주 부문의 성장이 정체하고 있다는 점도 '종합주류기업'화의 이유 중 하나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하이트진로의 소주 매출은 1조5000억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맥주 부문 역시 2023년과 지난해 2년 연속 8000억원 초반에 그쳤다. 언제까지고 참이슬과 테라에만 매달릴 수 없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가 최근 다양한 주류를 수입하며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서고 있다"며 "소주와 국산 맥주에 관심이 많지 않은 2030 소비자를 노리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