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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롯데百, '알짜' 영등포점 운영권 포기한 진짜 이유

  • 2025.07.01(화) 07:00

2019년 입찰서 '5+5년' 영등포역사 사용기간 확보
법 개정으로 운영기간 최장 20년으로 늘어나
재입찰 도전해 계약기간 늘리고 MD 리뉴얼 계획

그래픽=비즈워치

롯데백화점이 서울 영등포역에 위치한 '영등포점'의 운영권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아직 계약기간이 4년 가량 남아 있는데 자발적으로 역사(驛舍) 사용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렇다고 롯데백화점이 영등포점의 문을 아예 닫아버리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롯데백화점은 추후 진행될 영등포역사 재입찰에 다시 참가하기로 했는데요. 이렇게 롯데백화점이 계약기간 도중 계약을 취소하고 재입찰에 도전하기로 한 것은 '계약기간' 때문입니다.

30년 점용 '끝'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 위치한 영등포역사는 서울역, 동인천역과 함께 최초의 민자역사 중 하나입니다. 민자역사는 민간 자본을 유치해 국가가 보유한 철도부지에 지은 역사를 말합니다. 1984년 '국유철도재산의 활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민간기업이 자본을 대 철도역사를 만들면 30년간 해당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점용 허가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30년이 지나면 시설은 국가에 귀속시키기로 했죠.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 사진=롯데쇼핑

롯데백화점이 영등포역 사용권을 처음 얻은 것도 이 시기입니다. 롯데그룹은 1986년 당시 철도청과 함께 민자역사의 건설, 운영 등을 목적으로 하는 '롯데역사'라는 회사를 세웠습니다. 1988년 영등포역사를 새 단장해 30년의 점용 허가를 얻은 후 1991년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의 문을 열었습니다. 영등포점은 롯데백화점이 본점, 잠실점에 이어 세번째로 오픈한 백화점이었습니다. 이후 서울 서부 상권 대표 백화점으로 자리매김하며 한때 연 매출 5000억원에 달하는 '알짜' 점포로 성장했습니다.

30년이 흘러 2017년 12월 롯데백화점의 영등포역사 상업시설 점용기간이 만료됐습니다. 영등포역사와 함께 점용기간이 끝난 구(舊) 서울역사도 국가 귀속 대상이 됐습니다. 이들 민자역사에는 롯데와 같은 대기업 외에도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일반 상점도 있었는데요. 당시 정부는 점용 허가 기간을 연장해주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결국 원칙대로 이들 역사를 국가에 귀속시키기로 했습니다. 대신 입주해있는 기업과 상인들이 바로 점포를 비워야 하는 피해가 없도록 임시 사용기간을 줬습니다. 롯데백화점도 이 때 2년간 영등포역사를 더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불발된 '20년 사용' 계약

그리고 2019년 말 이 임시 사용기간 종료를 앞두고 같은해 6월 영등포역 상업시설의 새로운 사용자를 뽑기 위한 입찰이 진행됐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서부 대표 상권인 영등포역에 입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만큼 기업들의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영등포역점을 계속 운영해야 하는 롯데백화점은 당연히 이 입찰에 참여했고요. 경쟁 백화점 기업인 신세계백화점, AK플라자까지 입찰전에 뛰어들었습니다.

특히 이 입찰은 계약기간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당시 현행법상 철도재산이 설치된 국유재산의 임대 기간은 5년, 그리고 한 차례의 재임대 계약을 통한 5년 등 총 10년까지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입찰이 진행된 2019년 4월 철도사업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철도시설 국유재산의 사용기간이 '10+10년', 최장 20년으로 늘어난 겁니다. 단, 이런 장기 사용 허가를 위해서는 국유재산특례제한법이 함께 개정돼야만 했는데요. 입찰 공고 당시에는 아직 국유재산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었죠.

한화커넥트가 서울역통합민자역사에서 운영 중인 커넥트플레이스 서울역점의 커뮤니티 가든 전경. / 사진=한화커넥트

그래서 입찰 주체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영등포역사 신규 사업자 공모에 단서를 붙였습니다. 연내 국유재산특례제한법이 개정되면 최장 20년간 영등포역사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단 낙찰자가 결정된 후라도 계약기간이 시작되는 2020년 전, 즉 2019년 안에만 국유재산특례제한법이 개정되면 영등포역사를 최장 20년이나 쓸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롯데백화점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제시한 최저낙찰가 217억원보다 35억원가량 높은 252억원을 써내며 영등포역사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당시 법에 따라 우선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영등포역사 사용 계약을 마쳤죠.

문제는 롯데백화점의 기대와 달리 국유재산특례법이 2019년에 개정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국유재산특례법 개정안은 비슷한 다른 의안과 통합되는 '대안 반영 폐기' 처리되면서 이듬해인 2020년에서야 통과됐습니다. 결국 롯데백화점은 원래의 계약대로 5+5년, 최장 10년의 계약기간에 만족해야만 했습니다.

롯데의 전략적 판단

이렇게 계약기간이 짧을 때의 문제는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롯데백화점은 제대로 점포를 운영하기도 어려웠죠. 지난해 재계약을 통해 5년의 추가 운영권을 얻긴 했지만 이 역시 짧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철도역사 국유재산의 사용기간을 늘리는 국유재산특례법이 이미 개정된 상황입니다. 지금 다시 영등포역사 사용권 입찰이 진행되면 개정된 법에 따라 낙찰자는 최장 20년간 영등포역사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롯데백화점이 이번에 영등포점 운영권을 포기하기로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계약을 취소하고 재입찰에 성공한다면 점포의 리뉴얼 기간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민자역사로 구 서울역사가 있습니다. 영등포역사와 같이 1987년 점용허가를 받은 최초의 민자역사 중 하나인데요. 서울역통합민자역사, 청량리민자역사 등을 운영하는 한화커넥트가 구 서울역사의 운영권을 갖고 있습니다. 2019년 진행된 입찰에 단독 응찰하며 사업자로 선정됐고요. 지난해 재계약하면서 2029년까지 구 서울역사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용산역에 위치한 HDC아이파크몰 용산점. / 사진=HDC아이파크몰

한화커넥트가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의 사례처럼 구 서울역사의 운영권 포기 후 재입찰에 도전할지 여부도 시장의 관심사입니다. 다만 한화커넥트는 구 서울역사를 롯데쇼핑에 임대해 롯데마트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계약 변경이 필요합니다. 한화커넥트는 현재로선 구 서울역사의 사용 허가 취소 및 사업권 반납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주요 민자역사는 어떤 상황일까요. 롯데역사는 영등포역사 외에도 대구역사를 운영 중인데요. 2003년 얻은 30년의 점용 허가가 2033년 2월 만료될 예정입니다. 한화커넥트의 서울역통합민자역사와 청량리민자역사 점용 허가 기간은 각각 2033년, 2040년까지입니다. 용산역의 경우 HDC아이파크몰이 2004년 점용허가를 얻어 2034년 9월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제 관건은 롯데백화점이 영등포점을 수성할 수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최장 20년의 운영이 가능하니 경쟁사들도 눈독을 들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시 입찰이 진행되는 만큼 임대료도 6년 전보다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롯데백화점의 전략적인 판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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