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 SSG닷컴의 일부 권역에서 최근 '노브랜드 생수'의 판매가 중단됐습니다. 일부 지역 고객들은 SSG닷컴 내에서 노브랜드 생수가 '품절'로 표시돼 구매할 수 없는 상태인데요. 이 제품의 리뷰 등을 살펴보면 요즈음 왜 판매하지 않느냐며 제품을 입고 시켜달라는 고객들의 요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장보기 '필수템'으로 꼽히는 생수를, 그것도 SSG닷컴 모회사 이마트의 대표 PL 노브랜드의 생수를 SSG닷컴에서 구매할 수 없다는 건 조금 의아하죠. 이번에 노브랜드 생수 판매가 중단된 권역은 서울시 서부 일부 구(區)와 인천·고양·광명·김포·부천시 등입니다. 이 지역 고객들이 SSG닷컴에서 노브랜드 생수를 구매할 수 없게 된 건 SSG닷컴과 CJ대한통운의 물류 협업으로 생수 배송 체계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네오 품은 CJ대한통운
SSG닷컴은 원래 직접 자체 물류 서비스를 운영해왔습니다. 이를 위해 경기도 용인시, 김포시, 광주시에 4개의 자체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를 지었고요. 또 100여 개 점포의 후방 공간을 배송용 물류창고인 PP센터로 만들어 SSG닷컴 주문 물량을 처리해왔습니다. 배송지에 따라 가까운 네오나 점포 PP센터에서 직접 고객에게 배송을 해줬죠.
그런데 지난해 6월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은 온·오프라인 유통과 물류, 콘텐츠 등에서 전방위 협력을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합의에 따라 SSG닷컴은 쓱배송(현재 쓱 주간배송), 새벽배송, 물류센터 등 물류를 CJ대한통운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특히 김포와 광주의 네오002·003·004의 운영을 CJ대한통운이 단계적으로 이관 받기로 한 점이 중요합니다.

CJ대한통운으로 먼저 넘어간 건 새벽배송입니다. 새벽배송은 네오에서 주문을 처리해 배송됩니다. 네오가 넘어가면서 새벽배송도 지난해부터 CJ대한통운이 맡게 됐습니다. 그래서 원래 고객이 문앞에 보냉 가방 '알비백'을 꺼내놓으면 상품을 담아주던 방식은 종료됐습니다. 대신 박스에 미리 포장해 배송하는 방식으로 변경됐습니다.
최근에는 네오에서 출발하는 쓱배송도 CJ대한통운이 전담하게 됐습니다. 쓱배송은 SSG닷컴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자체 당일배송입니다. 새벽이 아닌 아침과 낮, 저녁 배송 서비스를 말합니다. 지난 3월에는 명칭을 보다 직관적인 '쓱 주간배송'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주간배송은 네오와 이마트 점포의 PP센터에서 출발핮니다. 이 중 네오를 CJ대한통운이 맡게 된 겁니다.
생수는 '따로 배송'
이렇게 CJ대한통운이 SSG닷컴 네오 출발 배송, 즉 새벽배송 전부와 일부 주간배송을 맡으면서 SSG닷컴의 생수 배송시스템도 변화하게 됐습니다. CJ대한통운이 전담하는 네오에서는 더 이상 생수를 취급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이마트 PP센터에서만 생수를 직접 배송해줍니다. 인근에 이마트 점포가 있다면 주간배송으로 생수 주문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새벽배송과 이마트 점포가 없는 일부 지역에서는 주간배송으로 생수를 주문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 지역이 바로 네오003에서 주간배송을 받는 서울시 서부 일부 구와 인천·고양·광명·김포·부천시 등입니다.
생수는 장보기 기본 품목입니다. 그만큼 생수를 찾는 고객도 많습니다. SSG닷컴 입장에서는 생수를 팔지 않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SSG닷컴은 '묘안'을 냈습니다. 생수 전담 택배사를 통해 생수를 배송하기로 한 건데요. 이제 SSG닷컴에서 생수를 주문하면 생수 전담 택배사가 배송을 해줍니다.
그동안에는 고객이 먹거리, 생활용품 등과 생수를 함께 4만원 이상 주문하면 고객이 지정한 시간에 한꺼번에 배송해줬는데요. 앞으로는 생수를 제외한 주문품목만 지정된 시간에 도착하고 생수는 전담 택배사가 다른 날에 별도로 배송해줍니다. 물론 생수만 별도로 받아야 하는 불편함은 아쉬운 대목이죠. 대신 SSG닷컴은 쓱 새벽배송, 쓱 주간배송에서 다른 상품과 주문금액 합산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고객이 생수 배송에 별도 배송비를 지불할 필요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고객의 '선택의 폭'은 크게 축소됐습니다. 전담 택배사와의 계약을 마친 브랜드의 제품만 판매되기 때문입니다. 집 근처에 이마트 점포가 있는 고객이라면 '아이시스', '닥터유 제주용암수', '에비앙' 등도 다양한 생수 제품을 쓱 주간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네오에서 배송을 받아야 하는 새벽배송, 일부 권역의 주간배송으로는 '삼다수'와 '백산수'만 구매가 가능합니다. 현재 노브랜드 생수를 일부 지역에서 구매할 수 없게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퇴보냐 진화냐
이외에도 SSG닷컴이 CJ대한통운과 협업하면서 불편해진 대목은 또 있습니다. SSG닷컴의 쓱 주간배송은 원래 4개 시간대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요. 이제 주간배송 시간은 오후 12시부터 오후 7시, 또는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두 가지 시간대로 나뉩니다. 선택의 폭이 그만큼 줄어든 거죠.
다가 보통 장보기 상품은 신선식품, 냉동식품이 많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신선하게 상품을 수령하는 것이 중요할텐데요. 배송시간 범위가 7시간으로 늘어나면서 고객은 7시간 안에 언제 배송을 받을 수 있을지를 기다려야 해 불편함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CJ대한통운과의 협업으로 혜택을 받는 고객도 늘어난 부분도 있습니다. SSG닷컴의 배송 권역이 크게 확대됐기 때문인데요. SSG닷컴은 지난해 12월부터 평택, 동탄, 오산시 등 경기남부와 대전광역시, 세종시, 천안시 등이 포함된 충청권까지 진출하게 됐습니다.

지난 1분기에는 부산, 대구, 광주광역시까지 새벽배송 권역을 늘리고 지난 5월에는 창원특례시 새벽배송까지 시작하며 전국 6대 광역시와 모든 특례시를 아우르는 새벽배송망도 구축했습니다. 또 화장품, 반려용품, 리빙용품 등 라이프스타일 상품군을 중심으로 한 도착보장 서비스 '스타배송'도 시작하면서 장보기 외에도 빠른 배송이 가능해졌습니다.
SSG닷컴은 이런 물류 경쟁력 강화뿐만 아니라 장보기 커머스 역할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식관'을 전면 개편하면서 소통형 커뮤니티 서비스와 6개 식품 테마를 접목한 전문몰로 새단장 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향후에도 SSG닷컴은 계속 변화해나갈 예정입니다. CJ대한통운과의 협업은 '현재 진행형'이지 아직 '완성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SSG닷컴 관계자는 "상품과 배송 경쟁력을 제고해 차별화된 장보기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일부 상품 운영 정책 변화는 배송 체계 개편에 따른 것으로, 새벽배송과 도착보장 상품군을 함께 확대해 고객 편의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는데요. 이번처럼 일부 생수 판매가 중단되는 것과 같은 과도기를 거쳐 SSG닷컴이 더 나은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