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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풀리는 롯데쇼핑 패션사업…'카파' 접었다

  • 2024.04.05(금) 07:00

자회사 롯데GFR, '카파' 브랜드 3년만에 철수
매출 부진에 6년째 영업 손실…브랜드 수 부족

롯데쇼핑의 패션 자회사 롯데지에프알(GFR)이 이탈리아 의류 브랜드 '카파(KAPPA)' 사업을 접는다. 롯데지에프알은 당초 2028년까지였던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올해 말까지로 수정했고 이미 지난달 온라인몰의 문을 닫았다. 출범 후 수년째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사업을 축소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3년만에 사업 포기

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지에프알은 카파의 국내 유통 사업을 올해 안으로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 롯데지에프알은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12일 로열티 지급 기간을 앞당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2028년 8월 31일까지였던 로열티 지급 기간은 올해 12월 15일로 변경됐다.

롯데지에프알은 지난 2021년 '카파'의 국내 독점 판권을 확보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카파코리아가 카파의 국내 판권을 확보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카파코리아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판권 연장에 실패하자 롯데가 판권을 확보했다.

카파 온라인몰 캡처

당시 롯데지에프알 대표였던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부문 대표가 애슬레저 사업 강화를 위해 전개권을 따냈다.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단행한 후 이듬해부터 사업을 본격화 했다. 2022년매출 300억원을 달성하고 2025년에는 매출 1000억원의 메가 브랜드로 키운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카파는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롯데지에프알은 이미 작년부터 카파의 생산을 일부 줄인 상태다. 지난달 실시된 패밀리세일에서도 카파의 재고를 대거 털어냈다. 롯데지에프알은 "카파를 축소하는 대신 프랑스 스포츠 브랜드 ‘까웨(K-Way)’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범 후 6년째 적자

롯데지에프알은 롯데쇼핑이 지난 2018년 6월 출범시킨 패션 전문 자회사다. 롯데쇼핑이 2010년 인수한 패션 회사 엔씨에프(NCF)와 롯데백화점 패션 사업 부문 글로벌패션(GF) 통합해 출범했다. 롯데쇼핑이 롯데지에프알의 지분 99.97%를 보유 중이다.

출범 당시 롯데쇼핑은 롯데지에프알을 수년 내에 1조원의 매출을 내는 회사로 키운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롯데지에프알은 6년이 지난 현재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지에프알의 매출액은 출범 첫해였던 2018년 1442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139억원까지 줄어든 상태다. 수익성은 더 심각하다. 롯데지에프알은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적자가 지속되면서 지난해 롯데지에프알의 결손금은 800억원이 넘는다.

보유 브랜드 수도 급감했다. 롯데지에프알은 출범 후 한 때 '훌라', '아이그나', '타라자몽' 등 수입 브랜드를 12개까지 운영했다. 하지만 수익성 개선을 위해 대부분의 사업을 정리했다. 2021년 카파와 까웨 등 신규 브랜드도 선보였으나 카파마저 3년만에 사업을 중단하면서 롯데지에프알이 운영하는 수입 패션 브랜드는 5개로 줄었다. 

그나마 남아있는 브랜드들의 실적도 신통치 않다. 이 때문에 롯데지에프알은 2022년과 2023년 주요 브랜드에 대한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2022년에는 '겐조' 22억원, '카파' 117억원, '까웨' 24억원, '샬롯틸버리' 14억원의 손상차손이, 2023년에는 겐조 20억원, 까웨 6950만원, 샬롯틸버리 1억원 등의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롯데의패션 살리기

롯데지에프알의 부진은 롯데쇼핑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롯데쇼핑은 2022년 롯데지에프알 보유 주식에 대해 712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손상차손이 발생했다는 것은 회수가능액이 장부가에 미달한다는 의미다. 그만큼 롯데지에프알의 지분 가치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롯데쇼핑은 롯데지에프알에 계속해서 자금을 수혈하고 있다. 2022년 5월과 지난해 11월 두 차례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각각 300억원, 500억원을 출자했다. 2022년 5월에는 단기차입금 형태로 30억원도 대여했다. 백화점 업체에게 패션회사는 중요한 경쟁력이다. 따라서 롯데쇼핑에게도 롯데지에프알의 정상화가 중요하다.

/그래픽=비즈워치

롯데쇼핑의 경쟁사들은 이미 일찌감치 패션 자회사를 두고 패션업을 본격화해 백화점과 시너지를 내고 있다. 신세계는 1996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설립, 현재 수입 패션 브랜드뿐만 아니라 화장품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현대백화점은 2012년 한섬을 인수한 데 이어 2017년 SK네트웍스 패션부문까지 손에 넣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한섬은 현재 연간 1조원이 넘는 매출을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지에프알이 장기적으로 성장을 이끌어갈 만한 캐시카우 브랜드를 보유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롯데지에프알이 운영 중인 브랜드는 겐조, 캐나다구스·나이스클랍·빔바이롤라·까웨 등 5개 패션 브랜드와 화장품 샬롯틸버리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브랜드 수가 적어 입지가 약하다"며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브랜드나 프리미엄 브랜드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지에프알은 "신규 브랜드도 계속 검토중이지만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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