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컬처웍스가 롯데시네마 최대 지점인 월드타워점의 일부 상영관을 닫고 샤롯데씨어터의 새 극장을 연다. OTT 성장 등의 영향으로 국내 영화 시장이 크게 위축된 반면 공연 시장은 꾸준한 수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롯데컬처웍스는 롯데시네마 재정비와 공연 사업 확장을 통해 올해 실적을 반등시킨다는 계획이다.
상영관 없애고 공연장으로
롯데컬처웍스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엔터테인먼트동 7층에 샤롯데씨어터의 두 번째 극장을 오픈한다. 개관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올 여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월드몰 엔터테인먼트동 7층은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이 사용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롯데월드몰 엔터테인먼트동 5~11층을 사용 중이며 7층에는 상영관 8~11관이 들어서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이 상영관 중 일부를 정리한 후 샤롯데씨어터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샤롯데씨어터는 롯데그룹이 약 450억원을 투자해 2006년 10월 개관한 국내 최초의 뮤지컬 전용 극장이다. 롯데월드몰 내에 여는 신규 극장은 샤롯데씨어터 개관 후 19년 만의 두 번째 사업장이 된다. 두 번째 극장은 약 459석 규모로, 롯데월드 외부에 위치한 첫 번째 극장(1260석)보다 작다. 이 극장에서는 연극과 뮤지컬 등 무대예술 공연을 상연할 예정이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샤롯데씨어터의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공연사업 확장을 위한 결정"이라며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화의 위기
롯데시네마의 최대 지점인 월드타워점이 상영관을 줄이는 것은 그만큼 국내 영화 시장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내 영화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OTT가 영화관의 대체재로 급격히 성장하면서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공식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박스오피스 총 관객 수는 1억2312만명에 그쳤다. 이는 2023년(1억2514만명)보다 약 200만명(1.6%)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연간 박스오피스 총 매출액도 1조1945억원으로 전년(1조2614억원)보다 5.3% 줄었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더 심각하다. 지난해 박스오피스의 총 관객 수는 2019년(2억2668만명)보다 44.8%나 적다. 지난해 200만명 이상의 관객 수를 기록한 영화는 14편에 불과하다. 2019년(25편)보다 훨씬 적다. 이 때문에 관련업계에서는 영화 시장이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롯데컬처웍스의 실적 역시 악화하고 있다. 롯데컬처웍스의 매출액은 2022년 4973억원, 2023년 5621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였으나 지난해에는 4517억원으로 뒷걸음질 쳤다. 이는 전년보다 19.6% 줄어든 수치다. 판관비 절감 노력 덕분에 영업이익 3억원을 내며 흑자 전환을 한 점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문제는 재무건전성이다. 롯데컬처웍스는 2020년 팬데믹 직격탄을 맞은 후 결손금 누적으로 심각한 자본 유출을 겪었다. 실제로 롯데컬처웍스의 부채비율은 2022년 말 3475%까지 치솟았다. 2023년 말에는 자본이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 때문에 롯데컬처웍스는 여러 차례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하며 자본을 확충하고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2023년에만 네 차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1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2월에도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대규모 영구채 발행이 가능했던 것은 롯데컬처웍스의 최대주주 롯데쇼핑(지분율 86.4%)이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롯데컬처웍스가 원리금 상환을 하지 못할 경우 롯데쇼핑이 롯데컬처웍스에 자금을 보충한다는 계약이다.
롯데컬처웍스는 2대 주주 정성이 이노션 고문(13.6%)과의 계약에 따라 오는 5월까지 기업공개(IPO)를 해야 한다. 정 고문은 2019년 지분 스와프 계약으로 롯데컬처웍스의 지분을 확보했다. 당시 계약에는 5년 내 IPO 조항이 붙어있었다. 양측은 지난해 IPO 기한을 1년 연장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도 롯데컬처웍스가 IPO를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IPO에 실패할 경우 롯데컬처웍스는 정 고문의 지분을 되사와야 하기 때문에 또 다른 재무 부담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절실한 본업 회복
이런 상황에서 롯데컬처웍스가 공연 시장에 주목한 것은 공연 수요가 분명해서다. 공연의 경우 현장에 방문하지 않으면 보기 어렵고 매회 공연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어 극장 방문객이 꾸준한 편이다. 실제로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체 공연의 지난해 1~3분기 티켓판매액은 1조8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1.6% 성장했다. 샤롯데씨어터가 집중하는 뮤지컬의 티켓판매액은 같은 기간 3367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연극의 지난해 1~3분기 티켓판매액은 전년 동기보다 13.5% 성장한 547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컬처웍스는 공연 사업을 확장하는 한편 영화 사업의 실적 개선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롯데컬처웍스는 롯데시네마의 부실 지점을 정리하는 한편 체험형 콘텐츠를 늘려 관객을 유인하고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이미 지난해 롯데시네마 대전둔산점 등의 영업을 종료했다. 롯데시네마의 극장 수는 2023년 143개에서 지난해 133개로 10개 줄었다.
이와 함께 롯데시네마는 체험형 콘텐츠를 통해 단순한 영화관이 아닌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랜덤스퀘어', '라이브시네마'와 같이 기존 상영관을 활용한 콘텐츠 공간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6월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에 오픈한 '라이브시네마'는 방탈출 콘텐츠와 영화적 체험을 결합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해 7월 국내 최초로 '버튜버' 팬을 위한 공간으로 문을 연 건대입구점의 '브이스퀘어'도 많은 관객들이 방문 중이다.